[공동논평]
전자여권 92만명 개인정보 유출, 전자주민증의 미래
– 정부는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 중단해야
어제(9/18)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에 따르면 작년 8~11월 전자여권 신청자 92만여명의 주민번호, 여권번호, 여권발급일·만료일 등 신상 정보가 여권발급기 운용업체 직원들에 의해 이 회사 본사로 유출됐다고 한다. 신상 정보가 유출된 사람 중에는 국무총리와 장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안보 부서 고위 당국자 등 공무원 4600여명이 포함돼 있다. 본사에만 유출되었다는 단서가 붙긴 하였지만, 다른 곳에는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계속하여 전자여권이 "전자칩"을 내장하였으니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유출은 해커 등 외부인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내부인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계속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캐피탈, 삼성카드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오늘 알려진 하나SK카드의 개인정보 유출 역시 내부인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개인정보가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된 상황에서 이러한 유혹은 끝도 없을 것이다. 내부인에 의한 유출은 외부인에 의한 것보다 손쉬우면서 종종 은폐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외교부 역시 지난해 12월 전자여권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적발했지만 은폐해 왔음이 알려졌다.
전자 신분증이 비전자 신분증보다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안전하다는 정부의 장담은 사실이 아니다. 비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가 ‘증’ 자체의 위·변조에 집중되어 있는데 비해, 전자 신분증의 위험요소는 발급부터 이용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한다. 특히 전자 신분증의 ‘칩’에 포함되는 개인정보가 디지털로 집적되고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개인정보 오남용과 유출 사고의 위험과 규모는 훨씬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전자주민증 도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제공인 최신형 칩을 채택할 것이니 결코 개인정보 유출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근시안적이다. 전국민에게 선택이 아닌 의무로써 발급되는 주민등록증을 전자화하겠다는 계획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학계에서는 전자주민증 발급 비용으로 1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는 상황이다. 전국민의 주민번호 3,500만 건이 이미 유출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예산만 막대하게 소요할 전자주민증이 아니라, 유출된 주민번호에 대한 재발급이다. 유출된 주민번호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이 정부에 진정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전자주민증 도입 시도부터 중지하여야 할 것이다.
2011년 9월 19일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함께하는시민행동
2011-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