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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노동조합 임시위원장 정진호씨{/}IT노동자 오프라인에서 모였다

By 2004/02/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사람들@넷

김창균

"컴퓨터프로그래머나 웹디자이너와 같은 IT업계는 일반사람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종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잘 나가는 몇몇 벤처기업이 아니면 일반 사무직보다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IT노조 임시위원장 정진호씨는 텔레비젼이나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IT분야는 현실과 판이하게 다르다고 토로한다.

9명의 발기인으로 노조설립 신고
IT노조는 지난 11월 26일 9명의 발기인으로 서울남부노동사무소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IT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프로그래머, 웹디자이너 등의 IT노동자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여 결의를 다진 것이다. 먼저 8월 27일 IT노조의 설립 준비를 위해 웹사이트를 열고 두 차례의 오프라인 모임에서 IT노조의 목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후 11월 16일에는 창립총회를 개최하여 임원 선출 및 규약을 제정했다. 선출된 임원은 정진호 위원장, 김진석 부위원장, 주진태 사무국장, 박원호 회계감사 등이다.
현재 IT노조는 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이 반려된 상태다. 김진석 부위원장의 신분이 실질적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라는 것 때문이다. 이에 대해 IT노조는 노동부에 대한 반박성명서 발표와 항의 방문 등을 단계적으로 조직화해 나갈 예정이고, 행정심판도 고려하고 있다.

IT노동자들이 이처럼 결의를 다지게 된 것은, 중소 시스템소프트웨어기업(이하 SI기업)에서 일하면서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기업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IT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정 위원장도 모 정보통신업체에서 수석 프로그래머로 5년 동안 일하다 회사가 부도의 위기에 몰리자 몇몇 동료들과 회사를 나오게 됐다. 현재는 한국무역정보통신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경력 9년 차인 그는 “고용도 불안하고, 밤 10시까지 야근하는 것은 다반사인데다 토요일이나 일요일까지 일을 함에도 야근수당이나 특근수당은 꿈에도 꾸지 못한다”며 IT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답답해했다.

기업별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별 노조를 먼저 결성한 IT노조는 특이한 경우이다. 정 위원장은 “부도위기에 몰려있는 중소기업에 체불임금을 요구해 봤자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며, “산업별 노조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별 노조는 교섭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IT노조는 “현재는 정부가 교섭대상이지만 필요하다면 기업지회 등을 통해 기업과도 교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T노조는 법정 근로시간 준수, 시간외 수당 지급, 다단계 하도급 구조개선, 고요불안 해소 등의 목표를 내걸고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벌여나갈 것이다.

회원수 1만 여명 조합원수 1000여 명 목표
IT산업노동조합 웹사이트는 정 위원장이 기획하고 동료에게 웹디자인을 부탁해서 문을 열게 됐다. 특별한 홍보 없이 ‘자바서비스넷’ 등 개발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사이트에 메일을 보내는 정도였는데 순식간에 500여 명이 가입을 했다. 현재 회원수가 1300여 명을 넘었고 회원수는 매일 꾸준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IT산업노동조합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끊임없이 IT노조 결성에 대한 지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javabank라는 회원은 “항상 머리속으로만 이런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만 했지 몸소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런 분들이 계셔서 사회가 발전하는 것 아니냐”며 힘 닿는데로 도와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IT노조에 바라는 점이나 질책하는 글들도 올라온다. IT노조의 일차적 사업목표인 대기업입찰제한에 따른 하도급구조 개선에 대해서 IT노동자라는 회원은 “노동자들은 온갖 인격적 수모를 당하며 엄청난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다”며, “IT연맹은 IT노동자들의 급박한 문제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고, 신지라는 회원은 “IT노조는 엔지니어만을 위한 노조인 것 같다”며, “통합노조의 성격을 띄었으면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IT노조의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프로그래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컨설팅, 프리랜서 등 세부 조직을 나눠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 IT노조는 회원수 1만 명, 조합원수 1000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의 사람들이 조직되면 투표를 통해 노조조직을 개편할 것이며, 이 후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온라인운동의 현실화 위해 더 많은 논의 필요
민주적이고 투명한 산업별 노조로 발전시키기 위하여 IT노조는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계획이다. 투명한 의사결정과 운영을 위해 공인인증서 기반의 인터넷 투표시스템을 구축하고 조합비의 인터넷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정 위원장은 “회의 과정을 인터넷으로 중계해서 조합원이 손쉽게 회의과정을 지켜보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운영방침을 밝혔다.

과거 IT분야에서 벤처기업의 단위사업장별 노조 설립 추진은 몇 번 있었으나, 산업별 노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파업이나 집회, 시위 등. 기존의 노조활동 방식과는 달리 온라인을 이용해 활동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IT분야의 특성상 오프라인 활동은 힘들지 않겠냐”며, “IT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온라인만을 이용한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은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노동계에서도 IT노조가 어떠한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지난 10월 25일 IT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할 예정이었으나, 오프라인 활동의 미비함으로 산하 가입이 보류된 적이 있다.

IT노조는 뚜렷한 운동방법이나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도되지 않았던 온라인운동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홈페이지 : http://IT.nodong.net

200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