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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를 차지하는 자가 인터넷을 지배할 것이다?{/}검색어는 권력이다

By 2004/02/20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인터넷트렌드

최호찬

지금 사람들이 웹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인터넷 검색서비스로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일 겁니다.

대부분의 포탈 검색서비스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인기 검색어를 순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곳을 향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이 ‘관심’은 인터넷의 동향을 조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최신자료가 되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움직이는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됩니다.

Intent Over Content
존 배틀러(John Battelle, http://battellemedia.com)는 이제 인터넷을 움직이는 핵심요인은 더 이상 콘텐츠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의지(Intent Over Content)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뉴스, 사진, 게임 등으로 끌어 모은 사람들의 시선을 광고주에게 팔아왔다면, 이제는 검색어(search queries)를 통해 알 수 있는, 온라인 상에서의 사람들의 욕망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에 사용자들을 파는 것이 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것을 거칠게 풀이하자면 사람들이 많이 보는 페이지에 올리는 배너 광고보다 검색 키워드 광고가 우세해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검색서비스가 채택하고 있는 검색 키워드 광고는 사람들이 특정 단어를 검색하여 그 결과를 볼 때, 해당 검색어와 관련있는 광고를 함께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검색어에 광고를 등록할지는 광고주들이 결정하고, 광고 가격은 해당 검색어의 인기도, 노출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됩니다. 매우 인기가 높은 검색어는 경매를 통해 가격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실제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광고방식은 광고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포탈 검색서비스일수록 높은 수익은 물론 온라인 권력을 함께 쌓아가고 있습니다.

포탈들, 뻔뻔하게 장사하기
포탈 서비스들은 이 권력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예로 ‘사진’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다음,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의 모든 상위 포탈 검색서비스들이 자사의 관련 서비스를 검색 결과의 최상단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참 아래로 시선을 옮겨야 광고주들의 사이트들이 보이고, 그 아래에 비로소 일반 사이트 검색결과가 보입니다. 심지어 어떤 포탈은 아예 첫 페이지에 광고 계약을 하지 않은 일반 사이트는 보여주지 않기도 합니다. 이렇게 포탈들은 자신의 검색서비스를 자사 서비스로의 교묘한 고객 유도와 광고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계속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기업이 자사의 영리추구를 위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인터넷 업체도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검색서비스는 일정 부분 인터넷 주소록, 지도로써의 공공재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던 우리에게 일종의 배신감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검색엔진 전문가인 전병국씨의 말처럼 ‘검색은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검색서비스의 문제는 검색 키워드 광고에만 있지 않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모든 검색서비스들이 사이트 등록 비용을 받기 시작했는데, 업체마다 그 등록비용이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제일 빠르게 등록해주는 서비스가 29만 7천원, 그 다음으로 빠른 것이 19만 8천원으로 모든 상위 업체의 가격이 천 원 한 장 다르지 않습니다. 업체간 암묵적인 가격 담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것 또한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픈 디렉토리 프로젝트
문제는 이들 거대 포탈들이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인프라나 오픈 소프트웨어 등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음에도, 사용자들이 이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긍정적인 변화를 요구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고 업체들 스스로 변화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들의 검색서비스와 수많은 사용자수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권력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안의 하나로 ‘오픈 디렉토리 프로젝트 (dmoz.org)’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넷스케이프사가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는, 오픈 소프트웨어 개념의 인터넷 디렉토리 서비스로 각 카테고리의 편집자(editor)는 자발적인 지원을 통해 선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디렉토리도 존재하지만 관심과 인지도의 부족으로 현재 총 7,293개의 사이트만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입니다. 한편 일본어 등록 사이트는 77,411개, 네덜란드어는 67,857개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오픈 디렉토리 프로젝트에서 일반 포탈과 동일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활용, 즉 모든 상품이 있는 백화점식이 아니라 ‘한 놈만 패는’ 전문상점을 지향한다면 많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각 카테고리마다 비영리 목적의 사이트들을 우선으로 빠짐없이 등록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빈틈없는 북마크, 일종의 가이드, 필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비영리 목적의 사이트를 무료로 포탈 검색서비스에 등록하려면 매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필요하게 특정 기업의 영향력 밑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블로그 카테고리’에 국내의 블로그 전문가가 편집자로 지원하여 승인이 된 후 한국어 블로그들을 지속적으로 등록을 한다고 했을 때, 그 블로그 카테고리는 어떤 포탈 검색서비스의 블로그 카테고리보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편집자의 전문성과 아낌없는 봉사가 전제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만 인터넷은 그런 사람들 덕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고, 그런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이제 인터넷 상의 모든 권력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그 권력을 야금야금 차지해 가고 있을 때는 그 의심을 구체화하여 대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다양성의 싹들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고, 또한 그것이 2004년의 인터넷 트렌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4-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