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저작권법개정

최문순 의원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By 2011/06/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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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개정안(최문순 의원안)에 대한 의견서

 

최문순 의원이 지난 4월 2일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의견을 제출합니다.

 

1.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제30조)

 

1-1. 개정 내용

 

❍ 제30조 개정

 

1-2. 의견

 

현행 저작권법은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이하 사적 복제)를 허용하면서도, 시중 복사점에서의 복제를 금지함으로써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 별로 복사기를 마련해야 하도록 하였다. 이는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적 복제를 위해 공중용 복사기를 불가피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함으로써 많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 뿐이다. 따라서 단서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공중용 복사기기에 의한 사적복제를 허용하면, 불법복제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적복제는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및 이용자 권리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저작재산권의 합리적 제한이지 ‘불법 복제’나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공정이용에 의해 권리자의 수익이 일부 감소할 수는 있으나, 그러한 이유로 공정이용을 금지한다면, 어떤 공정이용이라도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공정이용을 허용하는 것과 불법복제를 규제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다.

 

2. 도서관 등에서의 복제 등

 

2-1. 개정 내용

 

❍ 제11조 5항 신설

 

❍ 제31조 개정

 

 

 

2-2. 의견

 

디지털 도서관은 도서관이 디지털화된 도서 등을 정보통신망과 정보기기를 이용해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문화 향유기회 확대와 교육·연구·저작 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국가의 지식과 문화의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디지털 도서관과 관련하여 저작권법에서는 제31조(도서관등에서의 복제등)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조항은 원격 열람(도서관 관외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접근을 통한 열람과 같은)을 제한하여 디지털화된 도서 등의 열람을 위해서도 도서관을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서관 내에서 조차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부수를 제한하고 있어, ‘디지털 도서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원격 열람 등의 활성화가 서적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출판권자 및 저작권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굳이 비판매용 도서, 혹은 오래 전에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도서에 대한 접근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문화의 향상 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도서관의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도서관의 활용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은 비용의 낭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정안은 출판권자 및 저작권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디지털 도서관의 활용에 대한 불필요한 제약을 최소화함으로써 디지털 도서관의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 ‘공표권’ 조항 수정(제11조 5항)

 

저작자 사후에 저작재산권의 상속자가 공표되지 아니한 저작물을 도서관에 기증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그 저작물을 공표한 것으로 간주하여 학문연구 및 교육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도서관의 디지털 복제 범위 확대 (제31조 1항 및 4항)

 

2003년 5월 27일 저작권법 개정 시에, “시설(이하 "도서관등"이라 한다)에서는” 부분을 “시설(당해시설의 장을 포함한다. 이하 "도서관등"이라 한다)은”으로 개정하였다. 그 결과 그 이전에는 도서관이 보관한 자료를 복제함에 있어 그 행위자가 누구이든 복제의 장소가 ‘도서관 안’(장소개념)이면 허용되었으나, 개정 이후에는 반드시 도서관(도서관장을 포함 함)만이 복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도서관이 서고 안에 셀프(self) 복사기를 설치하거나 복사전문업체를 상주시키는 것이 불법화되었다. 이는 도서관 사서에게 자료 복제의 실무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현실을 도외시 한 것으로서 대부분의 도서관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으므로, 원래 문구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정안은 ‘다른 도서관등의 요구에 따라 절판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구하기 어려운 도서등의 복제물을 보존용으로 제공하는 경우’에도 디지털 형태로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도서관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가 도서 등 자료의 ‘보존’이고, 도서관에서 ‘보존용’으로 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도서관 등에 보존을 목적으로 디지털 형태의 복제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한, 개정안은 도서 등이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때에도 ‘도서등의 자체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디지털 형태로 복제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역시 적절한 개정이라고 본다. 현행 규정은 도서관이 자체보존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도서등이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고 있는 때(eBook)에는 디지털 형태로 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굳이 이러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어차피 도서관은 ‘그 도서관등에 보관된 도서등’을 사용하여 복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eBook을 구매해야 하며, 이미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별도의 디지털화를 할 필요없이 ‘보존용’으로 쉽게 복제 가능하다. 디지털 형태가 아닌 도서는 도서관이 디지털화의 비용을 들여 보존용으로 복제할 수 있도록 하면서, 쉽게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의 도서는 복제를 금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기술의 발전이나 기록관리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똑같은 디지털 형태라도 디지털 도서의 파일 포맷은 달라질 수 있으며, 이 경우 기존의 파일 포맷으로 되어있는 도서를 새로운 파일 포맷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이를 마이그레이션이라고 한다), 이 때 필연적으로 디지털 복제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고 하여, 도서관에서 보존을 목적으로 한 디지털 복제를 제한한다면, 디지털 도서관의 효과적인 운영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 ‘도서관의 안’ 개념 확대(제31조 2항)

 

현행 저작권법은 ‘디지털 도서관’의 개념이 없이, 과거 아날로그 자료 또는 오프라인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는 도서관 개념에 머물러있다. 그 결과 도서관의 공간을 ‘물리적인 도서관 건물의 안’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는 같은 공간에 위치하지 않지만, 논리적으로는 동일한 전산 네트워크 내에 있는 지점도 현행 법제에 의하면 도서관 외부로 규정되어 도서관의 이용에 많은 제약을 가져오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대학 내에서도 학교 연구실에서 대학 도서관에 접근하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불합리한 상황인 것이다. 이에 ‘도서관의 안’ 개념을 확대하여, 도서관의 정보통신망이 지원하고 있는 인터넷 주소를 포함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개정이라고 본다.

 

❍ 원격 열람 허용 (제31조 2항 개정, 3항 삭제)

 

이는 디지털 도서관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현행 법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치로 평가한다. 현행 저작권법은 관외 전송을 제한함으로써, 디지털 도서관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거나 다른 도서관의 컴퓨터를 통해서만 도서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해당 도서관 내에서도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그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거나 이용허락을 받은 도서의 부수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가능성(원격 접근 및 동시 접근)을 무력화하는 것이며, 이러한 규정 하에서라면 굳이 일반 도서 구입보다 더욱 많은 비용을 들여서 디지털화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동시 열람 이용자 수를 제한하는 것은 디지털 도서관의 추진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일뿐더러, 어차피 도서관을 방문해서 열람하는 것이므로 도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와 같이 원격 열람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원격 열람이 무제한적으로 가능해지면 도서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출판권자와 저작권자의 우려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판매용 도서까지 유사한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지식에 대한 접근 및 교육·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도서관의 가능성을 과도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도서관의 본래 취지에 맞게 원격 열람을 기본적으로 허용하되, 출판업자와 저작권자의 우려를 고려하여 판매용 도서의 경우에는 적절한 제한을 두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개정안은 원격 열람을 기본적으로 허용하되, 도서 판매에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매용 도서의 경우에는 (현행 저작권법 31조 3항 단서와 마찬가지로)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도서관 등의 밖에서 원격 열람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판매용 도서의 경우 가정이나 사무실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원격 열람을 할 수 없고, 도서관을 방문해야만 열람할 수 있다면, 사실상 판매용 도서의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매용 도서일 경우에도 절판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구하기 어려운 도서등은 도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으므로 비판매용 도서와 마찬가지로 원격 열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타당하다.

 

❍ 보상금의 보조 (제31조 6항)

 

개정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상금을 보조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도서관이 양질의 컨텐츠의 개발 또는 도입을 포기하거나, 그 이용을 제한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실제로 일부 도서관에서는 열악한 예산사정 때문에 국립중앙도서관의 단행본 원문DB와 국회도서관의 학위논문 원문DB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소한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온라인 디지털자료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공공도서관 또는 대학도서관이 부담해야 하는 보상금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여 모든 도서관에서 원문DB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도서관에서의 공정이용 확대에 대해 출판업자나 저작권자의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역시 국내 출판 시장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며, 도서관이 많은 서적을 구매함으로써 출판 시장의 활성화에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는 도서관에서의 이용을 제약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서관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공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비판매용 저작물 이용의 활성화까지 막을 이유는 없다. 디지털 도서관의 활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도서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국내 출판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일 것이다.

 

 

 

3. 정부저작물의 자유 이용

 

3-1. 개정 내용

 

❍ 신설 조문 (제37조의 2)

 

 

3-2. 의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작성한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 저작물의 이용 활성화라는 저작권법 목적에 비추어 바람직하다. 세금과 같은 공적 자금으로 창작된 저작물은 저작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담보해 주기 위한 재산권 권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창작 유인이 훼손되지 않기 때문에, 이 규정을 도입하더라도 저작권 제도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는다.

 

4. 저작물의 공정 이용

 

4-1. 개정 내용

 

❍ 신설 조문 (제37조의 3)

 

4-2. 의견

 

최문순 의원 개정안은 제37조의 3 신설을 통해 공정이용 포괄조항(일반 조항)을 두고 있다. 저작권 제한에 관한 입법 형식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 일반 조항과 열거 조항을 함께 두는 방식. 둘째, 열거 조항만 두는 방식. 열거 조항은 저작권 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나라에서 두고 있으며, 이 열거 조항에 더하여 일반 조항을 둔 나라는 미국과 필리핀이다. 일반 조항 방식은 법에 열거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저작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권리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개별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 타당성의 추구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권리의 침해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법적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열거 조항 방식의 장단점은 이와 반대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저작물의 이용 환경이 크게 변하였고, 이에 따라 저작권 제도도 많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경된 제도는 전송권이나 공중송신권의 도입, 기술적보호조치와 권리관리정보의 보호, 침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강화 등 권리의 범위와 내용을 확장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로 인해 특히 디지털 환경의 저작물 이용 행위를 저작권 제도와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작권법은 일상적인 제도가 되었다. 한편 18대 국회에서 발의되었거나 제안된 저작권법 개정안만 무려 십여개에 달할 정도로 앞으로 저작권 제도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양자간 통상협상을 통해 저작권 제도의 실체 규범들이 변경되거나 국제기구의 논의를 통해 국내 저작권 제도가 수정될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

 

이처럼 저작물 이용환경과 저작권 제도의 급격한 변화에 걸맞게 입법자는 저작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사유들을 예정하여 법에 일일이 열거해야 하지만, 저작권의 제한 사유를 모두 빠짐없이 나열하는 것은 아무리 성실한 입법 노력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입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작재산권 제한에 관한 포괄 조항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입법 정책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비록 포괄 조항의 도입으로 법적안정성이 다소 훼손된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제도가 추구해야 할 균형 즉, 저작권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사이의 균형이 입법 노력의 한계로 인해 무너지는 위험을 방지하려는 정책 목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제1호 : 공익상 필요에 의한 공정이용

 

현행 저작권법에는 공익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가 열거되어 있다. 재판 절차나 입법·행정 목적을 위한 복제(제23조), 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제24조), 학교교육 목적의 이용(제25조),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제26조), 시사적인 기사나 논설의 복제(제27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제28조), 도서관에서의 이용(제31조),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제32조), 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제33조), 방송사업자의 이용(제34조) 등은 교육이나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등과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저작재산권의 제한 규정이다.

 

이처럼 현행 저작권법에 공익을 위한 다수의 권리 제한 규정들을 열거한 이유는 저작권 제도가 문화의 향상이라는 공공 정책, 더 크게는 공익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작재산권 제한의 포괄 규정을 도입한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포괄적인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현행 저작권 제도에서 가장 자연스럽다. 또한 재산권 행사의 제약 원리로 공공복리를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2항, 공공필요를 위한 재산권의 사용을 허용한 헌법 제23조 제3항에 비추어 보더라도 공정이용의 포괄 규정에서 ‘공공의 이익’을 직접 표현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공익’을 직접 표현한 포괄 규정을 도입할 경우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공익’ 관련 규정이 2개 있다. 공표된 저작물을 방송사업자가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방송하고자 할 경우에 적용되는 제51조와, 교과용 도서에 게재된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징수한 단체가 미지급 보상금을 공익목적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25조가 그것이다. 이 규정에는 ‘공익’ 판단을 위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관련 판례도 없다. 공익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추상적이어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공익의 판단을 법 집행기관이나 재판 기관에 백지위임하는 형태는, 포괄 규정 자체의 불명확성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공익판단의 구체적인 규범적 기준을 완전한 형태로 규정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궁극적인 공익 판단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거나 관련 이익상황을 규정하는 것이 입법의 최선이라 할 것이다.

 

개정안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제1호에서는 공익 판단의 대상인 저작물, 그리고 저작물의 이용과 관련하여 가장 본질적인 3가지 요소 ‘저작물의 성질’, ‘저작물의 이용목적’, ‘저작물의 이용형태’를 고려하여 공익상 필요 여부를 정하도록 판단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사익에 대한 공익의 절대적 우월을 포기하고 공사익 간의 이익형량을 염두에 둔 헌법질서에 맞게, 제1호에 단서를 두어 비록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권리자에게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권리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 제2호

 

현행 저작권법은 공익상 필요에 의한 권리 제한 이외에도 비영리 공연(제29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제30조), 미술저작물 원본 소유자의 전시(제35조)와 같이 “공익상 필요에 의한 권리 제한”이라고 보기 어려운 규정들이 있다. 이 규정들은 저작물 시장주의(저작권 제도의 목표는 저작물에 대한 시장을 구축하여 창작자 개인의 부와 사회 전체의 부를 최대화하는 것이라는 논리)에서 말하는 ‘시장결함(market failure)’이 발생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저자에 대한 창작 유인이 훼손되지 않고, 권리 집행 비용이 과도하며, 권리자가 요구하는 가격을 이용자가 지불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저작물의 이용 행위를 허용하는 편이 시장의 결함을 치유할 수 있어서 사회 전체적으로 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익형량의 관점으로 치환하면, 권리 제한으로 인해 권리자 개인의 침해되는 사익은 거의 없고, 이용자의 증진되는 이익이 공익상의 필요로까지 환원되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정안은 이를 법제화하여 제2호에서는 권리자에게 부당한 손해를 주지 않을 것을 한도로 설정하고, 이용자의 증진되는 이익의 부당한 확대를 막고 권리자의 부당한 손해 방지를 담보하기 위하여 이용 행위가 ‘공정한 관행’에 맞을 것을 조건을 달았다.

 

❍ 공익을 근거로 한 저작권 제한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

 

포괄 규정의 형태가 아니거나, 공공의 이익이란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만 않았을 뿐 저작권 제도를 둔 모든 나라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저작재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저작권에 관한 조약에서도 일정한 경우 저작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그 목적인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데에 이견에 없다.

 

공공의 이익을 근거로 저작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을 둔 입법례로는 영국 저작권법 제171(3)조를 들 수 있다. 영국 법원은 1973년 Beloff v. Pressdram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항변으로 공공의 이익을 원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 판결에 영향을 받아 영국 의회는 1988년 저작권법 제171(3)조에 “공공의 이익 등을 근거로 저작권의 행사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은 저작권법의 다른 조항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저작권이 제한되거나 구체적인 조항에 열거된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법원이 공공의 이익을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공공의 이익인지에 대해서는 ‘공중에게 흥미를 주는 것’과 ‘공공의 이익’을 구별하여 공중 보건이나 안전, 선량한 풍속, 공무원의 부패, 규제 기관의 자격 등과 관련된 사안은 공공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본다. 영국 법원에서 공공의 이익을 명시한 사건으로는 ‘Lion Laboratories v. Evans’, ‘Hyde Park v. Yelland’ ‘Paddy Ashdown MP PC v. Telegraph Group Ltd’ 등이 있다.

 

캐나다 대법원은 저작권 제도란 공공의 이익과 저작자의 사익 간의 균형이 핵심이라고 보는데, 여기서 저작물의 창작 장려와 저작물의 확산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요소이고, 창작자에게 대한 정당한 보상은 저작자의 사익과 관련된 요소이다. 이러한 균형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캐나다 대법원은 이용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한다(CCH Canadian Ltd. v. Law Society of Upper Canada [2004] SCC 13).

 

호주는 영국과 달리 저작권법에 공공의 이익 항변을 두고 있지 않지만,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피고가 공공의 이익 항변을 원용할 수 있는지 논란이다. Commonwealth of Australia 판결에서 호주 법원은 “저작권이 법을 통해 규율되고 있지만, 공공의 이익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항변이 될 수 있다”고 하였고, ACOHS 사건에서도 공공의 이익 항변을 인정하였다. 이에 반해 Collier 사건에서는 호주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 여러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법 개정을 통해 권리제한이 필요한 특정 경우를 도입하고 있으므로,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는 것을 일반 법원칙으로부터 끌어와 피고의 항변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공공의 이익 항변을 인정하지 않았다.

 

❍ 국제조약의 준수 문제

 

저작권에 관한 기본 조약은 베른협약이며, 이 베른협약의 일부를 수용한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협정), 베른협약을 디지털 환경으로 확대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 조약(WCT: WIPO Copyright Treaty)이 있다. 이 조약들의 규정 중 저작재산권 제한의 포괄 규정과 관련된 것은 이른바 ‘3단계 요건(three step test)’이다. 이 ‘3단계 요건’에 따르면 저작권의 제한은 (1) 일부 특별한 경우(certain special cases)일 것, (2)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아니할 것(does not conflict with normal exploitation of the work), (3) 저자/권리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할 것(does not unreasonably prejudice the legitimate interests of the author/right holder) 등의 3가지 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개정안에서 제안한 포괄 조항이 3단계 요건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3단계 요건의 모태가 되었던 1967년 베른협약 스톡홀름 개정은 당시 회원국 국내법에 있던 제한 규정을 모두 수용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당시 복제권 제한의 포괄 규정을 둔 나라는 하나도 없었고, 공정이용 일반조항을 두고 있던 미국은 1967년 당시 베른협약 회원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스톡홀름 개정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3단계 요건이 저작재산권 제한의 일반조항을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3단계 요건을 비교적 좁게 해석한 국제기구(WTO)의 판단도 지금까지 하나밖에 없고, 3단계 요건의 해석도 학자마다 다르며, 각국 법원의 판결도 일치하지 않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포괄 규정과 3단계 요건의 관계를 법리적으로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미국의 저작권법 제107조가 3단계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학자의 다수 의견인 점, 미국 저작권법의 제107조와는 다른 조항이 3단계 요건에 위반된다는 WTO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법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개정안에서 제안한 포괄 조항이 3단계 요건을 만족하는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법리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더불어, 저작권의 제한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범을 만들자는 논의가 최근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서 시작되었으므로, 개정안의 포괄 조항에 대한 법리적인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해석론이나 국제기구 논의에 따라 결론을 내야 할 문제이다.

 

❍ 미국법의 수용 문제

 

공정이용 포괄조항은 최문순 의원의 개정안 뿐만 아니라, 변재일 의원안(의안번호 2888, 발의일자 2008년 12월 5일), 심지어 정부 개정안(제안일자: 2008년 10월 10일)에서조차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정이용 포괄조항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최문순 의원의 개정안과 변재일 의원안 및 정부안은 구체적인 문구에서 차이가 있다.

 

변재일 의원안과 정부 개정안은 모두 저작물의 공정이용 조항을 신설하면서 제1항에 3단계 요건을 그대로 도입하고, 제2항에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를 거의 그대로 번역한 4가지 고려 사항을 삽입하였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4가지 고려 사항은 미국 법원의 판례로 구축되어 오던 것을 미국 의회가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법 정책의 선택이었다. 한국 국회가 미국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형식적으로도 문제이지만, 저작물의 이용 환경이 미국과 한국이 다르고, 저작권법의 태도도 다르며, 미국 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보편적이지도 않다는 점에서 내용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가령 미국 법원과 달리 영국 법원은 8개의 고려 사항을 제시하고 캐나다 법원은 6가지의 고려 사항을 제시한다.

 

5. 온라인서비스제공자

 

5-1. 개정 내용

 

❍ 제102조 개정 (제1항 개정, 제3항 신설)

 

 

❍ 제103조 개정 (제5항 개정, 제8항 신설)

 

 

❍ 제104조 삭제

 

 

5-2. 의견

 

❍ 제102조 및 제103조 개정

 

현행 저작권법 제102조, 제103조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저작권 침해 행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 일정한 조치를 취한 경우 저작권 침해로부터 면책되도록 하려는 것이 기본 취지인데, 제102조 제1항과 제103조 제5항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하여 임의규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임의규정은 입법취지와도 맞지 않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서는 어떤 경우에 책임이 감경되는지, 어떤 경우에 책임이 완전히 면제되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지위에 놓이기 때문에,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안정적으로 영업활동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애초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정안과 같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법이 정한 조치를 한 경우에는 책임이 면책되도록 하여 법적 한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서비스 이용자에 의한 저작권 침해 사실을 알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면책을 받지 못한다고 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일어나는지 감시하거나 조사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를 인식하고 있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공동의 책임을 묻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권 침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니터링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자신의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며, 이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로운 소통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사적 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위반 여부를 판단할 전문적 능력도 없고, 제 3자로서 이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또한, 온라인서비스제공자라 할지라도 특별한 이유(시스템의 안정성 유지와 같은)없이 비공개 게시판 등을 모니터링한다면, 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혹은 면책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모니터링 의무가 없음을 법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불법콘텐츠에 대한 제도 역시 사업자에게 자율적인 처리나 면책 요건을 부여하고 있는 동시에, 사업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업자가 음란물 등 제한된 범위의 정보에 대해 선의의 제한조치를 취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으며, 하지만 사업자가 자율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사업자가 모든 문제의 콘텐츠에 대해 다 샅샅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불법 콘텐츠가 발견되면 사업자가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사업자가 처음부터 선의의 제한조치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선의의 제한조치를 안심하고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권리자 편향적인 협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정 제30항 나 7)에서도 “이 호의 책임제한을 받는 자격은, 그러한 기술 조치와 합치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감시하거나, 침해행위를 나타내는 사실을 능동적으로 찾아야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며, 한미 FTA 협정 이행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저작권법 개정안의 제102조 3항에서도 “③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제1호다목의 표준적인 기술조치를 하는 것 외에 자신의 서비스 안에서 침해행위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하거나 그 침해행위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지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변재일 의원 발의 저작권법 개정안에서도 제102조 3항에 “③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제1호라목에 따른 산업표준에 합치되는 기술조치를 준수하는 경우 외에 자신의 서비스 안에서 침해행위가 일어나는지 관찰하거나 침해행위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조사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3년 1월 29일, 권리자 단체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사이에 합의한 바 있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가이드라인」2항에서도 “이 가이드라인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저작권 침해와 관련하여 일반적인 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이해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제104조 삭제

 

제104조는 P2P 기술 기반의 파일공유프로그램을 통한 불법 복제와 전송을 막으려는 의도로 신설된 규정이다. 그런데, 제104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즉, “다른 사람들 상호 간에 컴퓨터 등을 이용하여 저작물 등을 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제102조, 제103조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와 개념상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입법자의 의도대로 “특수한 유형”이 P2P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라면, 원래 순수한 의미의 P2P 기술에는 서비스제공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혹자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 개념의 모호성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고시 역시 추상적이기는 마찬가지이며, 법이 아니라 고시에 의해서 규제 대상이 규정된다면, 모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잠재적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불법적인 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조치’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작물을 필터링 하는 기술은 그 수준과 방법이 천차만별이며 이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도 다르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술적 조치를 해야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것인지 불안할 수밖에 없고, 또 중소 사업자에게 과도한 비용이 드는 필터링 기술을 요구할 경우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규제의 대상과 규제 조치 모두가 모호한 조항을 두는 것은 법적으로도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사업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고, 정부의 자의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할 위험이 크다.

 

설사 규제의 대상과 규제 조치가 보다 구체화된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의 심각성과 상관없이 특정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특정한 조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입법자가 의도한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한다고 해서, 서비스 상에서 저작권 침해가 심각하게 발생하거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리바다 서비스에 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7년 1월 25일 선고 2005다11626 판결)에 비추어보면, 우리 법원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 저작권 침해 행위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는 민법상 방조 책임의 법리를 적용하여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적용 범위를 확정할 수도 없는 “특수한 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한 별도의 책임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제104조의 입법 의도는 제102조, 제103조를 통해 달성할 수 있으므로, 굳이 제104조를 둘 필요가 없다.

 

P2P 기반의 서비스를 특수한 유형으로 분류하여 별도의 취급을 하는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으며, 미국에서도 베르만(Howard Berman) 상원의원이 2002년 7월 25일 발의했던 P2P 해적행위 방지법(Peer-to-Peer Piracy Prevention Act)도 사회적 논란 끝에 의원 스스로 입법추진을 포기한 바 있다.

 

6. 기술적 보호조치 해제 의무

 

6-1. 개정 내용

 

❍ 신설 조문

 

6-2. 의견

 

‘기술적 보호조치’란 저작권 그 밖의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에 대한 침해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그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얻은 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조치를 말한다. 기술적 보호조치는 저작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에도 저작물에 보호장치가 부가되어 모든 저작물이 저작자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되어 공익과 사익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양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지만, 해석론상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이용을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를 이용자 스스로 해제하더라도 이것은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이용자 스스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그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에 놓이게 되는데, 이 저작물에 기술적 보호조치가 취해진 경우에도 위와 마찬가지의 문제로 실질적인 이용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하거나,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을 이용하려는 자는 기술적보호조치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개정안과 같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7. 저작권 침해죄

 

7-1. 개정 내용

 

❍ 제136조 개정

 

 

7-2. 의견

 

현행 법에 따르면, 제136조 등의 권리 침해죄는 침해행위의 규모나 목적 등에 상관없이 모두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개인적 권리이고, 권리 발생에 관해 무방식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권리가 존재하는지, 누가 권리자인지, 존속기간은 만료했는지 알기가 어렵고, 권리침해에 대해서도 ‘실질적 유사성’과 같은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에 침해사실의 판단도 매우 어렵다. 설사 저작권이 존재하는지가 비교적 분명한 타인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침해의 규모나 목적에 상관없이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함으로써, 저작권 위반혐의로 고소·고발하는 것이 변호사 업계의 수익 모델로 되어 일부 경찰서의 업무가 마비되거나 청소년이 자살하는 등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개인 간의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이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시 동호회에서 어떤 시를 갖고 감상을 주고 받거나,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하는 등 특정한 저작물에 대한 평가나 토론의 과정에서 특정 저작물이 이용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영리적, 개인적 저작물의 이용에 대해서 형사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이와 같이 문화적 커뮤니케이션 목적의 저작물 이용을 공정 이용(저작재산권의 예외)으로 인정되어야할 것이다.

 

개정안에서 비록 개인적 권리인 저작권이라 하더라도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업으로써 침해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만 형사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대해 비영리적으로 이루어지는 저작권 침해를 용인하자는 것인가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과도한 형사처벌을 제한하고자 하는 것일 뿐, 권리자에게 민사적인 구제 수단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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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