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

인터넷 민중주의

By 2011/03/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오병일

인터넷 민중주의

중국의 인터넷 검열과 통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비판하던 미국이 위키리크스에 한방 먹고는 위선적 본질을 드러냅니다. 위키리크스의 도메인은 차단되고, 후원 계좌는 동결되었으며, 미국의 정치인들은 줄리언 어산지를 ‘간첩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제3세계의 인민들에게는 일견 통쾌할만한 일이긴 하지만, 위키리크스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의) 국가 권력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성을 통제할 수 있는 무기라고 찬양할 수만은 없습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개인정보들처럼, 아무런 통제없는 정보의 ‘유출leaks)’이 마냥 민중들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하고 있는 정보 환경을 더욱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편, 아랍 민주화/혁명 운동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운동의 주요 동력은 도구가 아니라 ‘민중’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SNS의 역할을 과장하거나, 오히려 기업들의 SNS 서비스들이 반혁명 세력에 의해 악용당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터넷이 그 자체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국가나 자본이 허락한 방식으로의 인터넷 ‘소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중 스스로가 미디어 정책에 개입하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민중들이 스스로의 능동성을 발휘한만큼 그것은 민중들의 무기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오병일 @antiropy

201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