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정보공유정보문화향유권

“해적당 그것을 알려주마” 토크쑈 속기록

By 2011/02/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 편집자 : 본 속기록은 지난 2010년 10월 18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린 “해적당 그것을 알려주마” 토크쑈1에서 나온 발언의 속기록입니다. 기본 속기는 진보네트워크센터의 박명훈 활동가가, 녹취는 강진원 활동가가, 최종 감수 및 마무리 녹취는 오병일 활동가가 해 주었습니다.
 

p { margin-bottom: 0.21cm; }

▲ "해적당 그것을 알려주마" 토크쑈, 좌로부터 김명준, 아멜리아, 남희섭

 

 

김명준(이하 김) : 저는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의 김명준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아멜리아씨는 조금 있다 소개하겠지만, 인사를 같이 하고 말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남희섭(이하 남) : 남희섭이라 하고, 정보공유연대 IPLeft에서 활동을 하고있고, 변리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아멜리아와 한EU FTA관련 이야기를 하다 연결이 되어, 이번에 초대해서 해적당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아멜리아(이하 아) : 안녕하세요. 저는 아멜리아입니다. 저는 스웨덴 해적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입니다. 저는 유럽 차원에서 무역협정이나 저작권, 특허, 모바일 산업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이슈를 포함한 정보 정책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제가 속해 있는 정당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프라이버시나 데이터 통제 이슈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러한 이슈와 관련된 제 활동과 관련하여 얘기를 하게될 것 같습니다.

김 : 간단하게 소개를 했구요, 여러분들 소개도 하면 좋겠는데, 그 사이에 많이들 오셨네요. 오늘 진행은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주로 질문을 하면서 진행을 하게 될 텐데요. 사실 준비된 질문이 굉장히 많아서, 이것만 해도 세 시간 갈수도 있겠네요. 그렇긴한데, 제가 질문을 드리고 아멜리아씨 말씀을 듣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보충하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발언 기회를 제공하며 진행하겠습니다. 크게 얘기의 흐름이 먼저 처음에는 아멜리아가 소속되어 있는 해적당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좀 더 역사적인 맥락, 이게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떠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었는지로 옮겨가다가, 구체적으로 현재 해적당의 정책이나 조직구조의 특징들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잡고 있습니다. 주요 촛점들로는 저작권, 특허, 프라이버시, 정보통신산업 이슈들을 중심으로 자세하게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죠. 아멜리아씨가 소개해주었습니다만, 해적당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아 : 스웨덴 해적당은 인터넷에서 저작권자의 동의없는 저작물의 다운로드를 불법화하는 법안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2006년 1월에 출범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선거를 치뤘는데, 2006년 스웨덴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이때는 의석을 얻지 못했구요, 2009년 유럽의회 의원선거에서는 2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의석을 얻지 못했습니다. 해적당은 지적재산권 법안이나 디지털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정보 관리(information management)에 대응하여 활동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이슈들은 활동가 단체를 통해서 제기되어 왔는데, 예를 들어 전자개척자재단(EFF)와 같은 단체들이죠. 그것은 1990년대에 만들어졌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 정당을 만들어 의회에 진출하여 의회 자체에, 또한 주로는 국가적인 미디어나 국가적인 정치 토론장 내의 정치 토론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웨덴 해적당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해적당이 아직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정책이 스웨덴 내 미디어를 통해 상당히 토론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그 이슈들이 상당히 정치적인 쟁점이 되었습니다.

김 : 간단하게 소개를 들어봤습니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몇 차례 선거가 있었고 유럽연합에서 2석을 갖고 계신데, 해적당이 처음 시작 한 과정, 그러니까 독자적으로 지재권 문제를 비롯한 디지털 이슈에 촛점을 맞춘 정당운동을 준비했던 초기의 주체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인가요?

아 : 해적당은 릭 폭빈지(Rickard Falkvinge)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그는 스웨덴의 IT 사업가였습니다. 2006년 새해 전날인 2005년 저녁에 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해적질을 합법화하기 위해 해적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을 설립할 거라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기대와 다르게 그가 만든 페이지는 24시간 안에 백만에 달하는 접속을 기록했고, 국내 미디어들도 그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그는 더 나아가기로 결정했고 활동가와 당원들이 들어왔고, 미디어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6년 4월에 참여했습니다. 해적당이 설립된 후 4개월 후에 들어온 것이죠.

김 : 처음에 기업가가 시작한 상황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전에 디지털 저작권과 관련한 여러 사건이 생겼을 때 활동했던 단체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단체들이 정당을 준비하면서 했던 역할이 있었는지요?

아 : 물론 몇 개 단체가 있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2003년부터 이미 파이럿 뷰로(Piratbyran , The Pirate Bureau)라는 단체가 있었는데, 그들은 스웨덴 내에서 해적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ISPI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인 해적질 단속 사무국(anti-piracy bureau)에 대응해서 시작된 것입니다. 파이럿 뷰러는 해적질이 나쁜다는 개념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를 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들의 문화적 경험을 서로 소통하고 나누기를 원하는데, 왜 해적질이 원래 나쁘냐는 것이지요. 그들은 저작권 논쟁을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또한 스웨덴 내의 자유로운 정보기반(infrastructure)이나 특허, 특히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만들 것인가열려지게 만들 것인가 등을 다뤘습니다. 2004~2005년 경에 블로킹(blocking) 혹은 검열에 대해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스웨덴에서 아동 포르노를 필터링하기 위한 DNS 블로킹을 도입하려 했기 때문인데, 기술적으로는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법적 결함이 있어서 ISP들은 사실상 그것을 채택하지 않을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뒤에 차단 목록이 유출되었는데, 12.5%만이 실제 불법적인 사이트였습니다. 즉, 블로킹된 거의 90%의 웹사이트가 일반적인 포르노나 완전히 관계없는 콘텐츠와 같이 전혀 불법적이지 않은 것이었죠. 그것은 우선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이 모든 그룹들이 해적당 설립에 기여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 지금 파이럿 뷰로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본격적인 정책에 대해 얘기하기 앞서서,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할지 알고 가면 좋을 듯 한데요. 2006년 1월 1일에 공식적으로 당이 시작했고, 5월 31에 파이럿 베이 서버가 압수수색 당하는 사건이 있었죠. 파이럿 뷰로와 파이럿 베이, 그리고 해적당이 어떤 관계인지, 공식적인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 : 파이럿 뷰로는 2002, 2003년에 해적행위 단속사무소(Anti-piracy bureau)에 대응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구요. 파이럿 베이(The Pirate Bay, 비트토런트 방식의 세계 최대의 P2P 파일 공유 사이트)는 파이럿 뷰로의 실험적 프로젝트였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이용자들이 서로 컨텐츠를 공유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기 위한 것입니다. 해적당은 파이럿 베이가 설립된 2~33년 뒤인 2006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이들 간에 조직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파이럿 뷰로에 있는 사람들이 해적당을 이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닙니다. 파이럿 베이 프로젝트에 있던 사람들도 정당에 관여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해적당 당원들이 해적당 창당 이전에 파이럿 뷰로와 파이럿 베이의 지지자였기는 했지만요. 그래서 조직적으로 이들은 완전히 다른 조직입니다. 여기서 또 이해해야할 것은 해적당이 지난 4년간 거둔 성공의 대부분은 파이럿 베이에 의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2006년에 파이럿 베이 서버가 경찰에 습격당했을 때 언론의 많은 조명을 받았고, 많은 당원이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이럿 베이의 첫 판결이 우연히도 2009년 4월 17일에 나왔는데, 유럽의회 선거 6주 전이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저희가 당선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 그럼, 정당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좀 더 들어가보지요. ‘해적당’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도전적인 이름 아닙니까? 기업이나 국가가 해적행위라고 공격하는 이름을 그대로 써서 정당의 이름으로 했는데요. 관련하여 두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왜 굳이 해적당이라는 이름을 써서 정당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기존 정당에 정보통신정책에 대한 압박을 넣는 대신에 독자 정당의 길을 선택했는가가 궁금합니다.

아 : 왜 해적당이라고 했느냐? 저는 누구도 ‘해적’이 되기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웨덴이나 유럽의 국민 누구라도 해적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했을 뿐인데, 우리에게 그러한 이름이 갑자기 붙은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단어가 아니라, 우리가 그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불법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이상한 것인데, 우리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대로 그 기술을 사용한 것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해적당이 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의 긍정적 측면을 주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저작권법을 어기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 혁신적인 사업을 하는 것 역시 거의 가능하지 않구요. 지적재산권을 위반하지 않고 일상 생활을 영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다음 왜 정당인가? 민주주의에서 의회 정치에 들어간다는 것은 공적 논의를 불러일으킬 좋은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단체활동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권력자들을 미디어나 공론장으로 끌어들여 민주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활동가들은 그러한 것을 성공적으로 해오지 못했습니다. 스웨덴 내에서 해적당이 만들어진 이후에 확실히 그 이전보다 활동가들이 이러한 이슈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김 : 그러면 해적당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기존 정당들의 정보통신정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것이 컸던 것인가요, 아니면 일정하게 기존 정당들이 해적당의 입장과 유사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압력을 가해서 목적을 이루는 것보다는 독자적인 정당의 형식으로 의회정치에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던 것인가요?

아 : 물론 정보통신 관련 정책과 논의가 있었고, 그러한 논의를 형성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과 유럽의 정보 정책 논의들은 여전히 별개의 관점을 요구했고, 그것이 정치 정당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기존의 정당들은 이와 관련된 이슈들 논의를 시작 했고 어느 정도까지는 나아갔지만, 어떤 통일된 시각을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해적당 이외의 어떤 다른 정당도 정보사회와 관련된 포괄적인 시각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유럽의 녹색당의 일부 사람들도 온라인 저작권에 대해 얘기는 하지만,  모바일 인터넷, 정보통신 기반시설의 영향, 유럽 국가간의 기지국이나 로밍 정책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거든요. 마찬가지로 녹색당의 누구도 반도체 산업에서의 과도한 특허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바 없습니다. 이는 유럽차원의 반도체 산업의 문제인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특허 제도는 가치측면에서 불안정 했는데, 아직 누구도 의심스러운 특허 조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해적당은 정보사회의 모든 측면에 대해 일관되게 언급하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 기존 정당의 입장이 굉장히 부분적이고 공백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남 : 제가 오늘 역할이 깍두기라 보충을 좀 하겠습니다. 사실 지재권에 대한 시민사회영역은 최근에 형성된 것이죠. 그런데, 형성되기 이전에 지재권에 관한 국제규범들이 이미 다 만들어졌거든요. 세계무역기구 내의 지재권에 대한 협정이 있는데, 트립스(TRIPs)라고 하는데요. 그 협정이 만들어진 것이 1995년입니다. 이 협정에 관한 논의를 처음 시작했던 것은 다국적 기업들인데, 그게 70년대 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유럽도 마찬가지고, 미국도 마찬가지고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지재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라는 UN 차원에서 지재권을 다루는 전문기구가 있는데요. WIPO에서 디지털 의제라고 저작권에 관한 국제협약을 만든 것이 96년입니다. 그 후에 시민사회 진영에서 지재권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그 계기가 사실 에이즈 특허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특허와 연결시키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죠. 그래서 서서히 시민사회단체가 지재권에 관한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규율을 만드는 집단에 비해서는 굉장히 늦게 시작되었죠.

김 : 지재권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대응은 또 다룰 수 있을 것 같고, 일단 기본적인 정보를 주셨습니다. 해적당의 정강, 정책으로 넘어가서 얘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 전에 하나만 질문하고 싶은 것은, 아까 세 차례의 선거 얘기를 하셨는데, 두 차례의 (스웨덴) 총선과 EU선거인데, 하나 궁금했던 것이 EU에서는 의석을 얻었는데 국내 총선에서는 굉장히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석을 얻지 못한 상태에 있는 것이 선거 제도상의 차이 문제인지, EU선거와 스웨덴 국내 선거를 대할 때 스웨덴 국민 내부의 선거에 대한 접근의 차이에 의해 그런것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요?

아 :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 총선 때에는 호응을 얻을만한 이벤트가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스웨덴 국민들은 자국 선거에서는 큰 정당에 투표를 하고, EU 선거에서는 소규모 정당에 투표를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같은 경향을 미디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신문과 TV와 같은 언론에서도 EU 선거 때에는 국내 총선 때보다 작은 정당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국내 총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정당이 관심을 얻기 힘들구요.

김 : 그럼, 정책 얘기로 들어가보죠. 해적당 정책 중에 저작권 관련 내용을 먼저 듣도록 하겠습니다. 자료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저작권에 대한 해적당의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해주십시요.

아 : 지금 해적당은 저작권 및 여타 지재권과 관련된 기존의 입장을 재평가하는 중입니다. 이는 정당의 자연스러운 정책 개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2006 이후 정치 상황도 달라지고, 정당 지지자도 변화했습니다. 스웨덴 내의 지적재산권과 정보통신에 대한 논쟁도 성숙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적당 또한 입장을 바꿔가는 중이구요. 미래 저작권에 대한 저의 주된 희망은 그 어떠한 정당도 저작권이 정보 관리의 혁신이나 창의적인 영역을 저해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제안되고 있는 저작권 정책은 예술가들에게 수익의 제공하거나 창의적인 컨텐츠를 배포하는 새로운 방법들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저작권에 기반한 사회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더 이상 저작권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와 같은 경제적 모델로서의 저작권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대안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페이먼트 (Micro payment) 시스템, 스트리밍 서비스,  매그너튠(www.magnatune.com)이나 자멘도(www.jamendo.com)와 같은 선물경제(gift economy)에 기반한, 레이블과의 새로운 계약방식, 권리에 기반하지 않는 방식으로 음악을 사는 것 등…불행하게도 정부나 의회가 밀고 있는 많은 저작권 정책들은 80년대의 모델에 기반하여 이러한 새로운 방식들에 반하거나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혀 건설적이지 못한 것입니다. 창조적인 산업은 창조적인 저작물을 배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창조적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저작권을 보는 관점이구요. 저작권 보호기간이 얼마어야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적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작권이 창조적인 활동과 산업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 해적당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성미산 마을극장을 찾아주셨습니다.

김 : 창조적인 활동과 새로운 기술의 성과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EU차원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주요 정책적 쟁점들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적복제 단속의 문제 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요. EU의회에 대해 해적당이 개입해 저작권과 관련된 어떤 법적, 제도적 성과를 내려 하는 것인지요?

아 : EU는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거나, 구금형에 처하거나, 매우 높은 벌금을 부과하거나, 말도 안되는 보상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파이럿 베이는 지재권 침해로 추정되는 행위를 도왔다는 이유로  3억 10만 유로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23개 저작권자에게 지급할 것을 선고받았습니다. 저작권 침해를 가능하게 하도록 의도적으로 설비를 제공했다는 것죠. 그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로 하여금 저작권 침해를 막도록 하려고 합니다. ISP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하는 것이죠. 해적당이 생각하는 해결방안은 모든 온라인 복제는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에 의한 모든 온라인 복제는 합법화되어야 합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위를 보면, 그들이 저작권과  관련되었다고 볼만한 것이 없습니다. 정치인들은 그러기를 바라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은 사회의 가치를 반영합니다. 우리는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 법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치인들은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가치를 반영하여 입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에서의 가치는 저작권 존중을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저작권의 제한은 무효화되어야 합니다.

김 : 온라인상의 지적재산권 자체가 불필요하다, 이런 의미입니까?

아 : 그렇습니다.

김 : 간단하게 대답하셔서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웃음) 온라인 상의 지적재산권의 문제에서 주로 복제를 이야기 하셨는데, 복제 후 자신의 저작물에 사용하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하는 과정이 연결되어 있을텐데요. 해적당의 입장은 그 활용 과정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요, 아니면 CC처럼 대안적 체계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인지요?

아 : 제가 보기에, 스웨덴에서 한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저작물)에게 접근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비용을 지불합니까. 당신은 이미 ISP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컴퓨터에도 비용이 지불했는데, MP3 파일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해적당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는 세르비아에서 만든 것인데, 세르비아에는 상업적인 해적행위가 흔합니다. 거리에 나가면 토마토를 파는 야채가게, 햄스터파는 노인, 많은 불법복제 CD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계란..이런 것들이 거리의 에코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르비아에서는 서구의 문화를 접하기가 힘듭니다. 세르비아의 불법 음반가게에 가면 불법복제물들이 있는데, 그것이 서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게 나쁜 건가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 완전히 도덕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다른 한편으로 세르비아에서는 이러한 저작물들이 배포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세르비아는 EU 회원국도 아니고 10년 전에 폭격을 당한 적도 있고..조금 특수한 경우이죠. 스웨덴, 한국,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있습니다. 아마도 최소한 256K 이상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야채행상 옆에 있는 불법복제 CD를 살 필요가 없습니다. 집에서 무료로, 편리하게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원할 때에는 콘서트에 갈 수도 있구요. 현재 사람들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라이브 공연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소규모 라이브 콘서트가 현재처럼 많았던 적이 없는데, 모두 좋은 가격에 매진되고 있습니다.

김 : 이야기가 길어 질 수 있는 주제인데요. 저작권 이슈와 연관해서, 이야기를 처음 시작 할 때, 해적당이 4년이 되어 정책변화 시기가 되어 재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정책 재검토의 촛점 이슈는 무엇인가요? 4년 전의 정책들을 바꾸는 주요한 내용, 예를 들어 비영리적 이용에 대한 완전한 허용, 저작권 보호기간의 단축 등의 이슈들이 있어왔는데, 지금 논의되는 것이 이것보다 조금 더 급진적으로 지재권이라는 개념을 온라인상에서 폐기하는 것이 맞다는 토론이 있는 것인지. 논으되고 있는 초점이 무엇인가요?

아 : 저는 개인적으론 지재권의 완전 폐지를 지지한다. 4년 전에 우리가 논의를 했을 때부터, 사적 복제는 합법화되어야 한다, 온라인 파일공유는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4년 전에 저작권 보호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는 스웨덴 해적당의 입장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46개국에 해적당이 있는데, 모든 이슈에 대해 해적당의 관점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스웨덴 해적당 내에서 정치적 토론은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는 해결책을 찾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저작권법이 전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창작 영역이 효과적으로 수익을 거두고, 효과적으로 저작물을 배포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기반하는 것보다는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는 모델(non-rights model)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창작 영역에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는 모델을 적용한다면, 저작권이 과연 필요할까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 있을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저작권법이 있든 없든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저작권은 관계없어지는 것이죠.

남 : 원래 지재권에 있어서 국내에서는 제가 가장 과격한 사람이었는데, 더 과격한 사람이 있어서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을 폐기해야 된다, 특허제도가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고 나면 두 가지가 따라붙는데요. 이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적 지형도 봐야하고, 실제 실현의 문제가 있습니다다. 그리고 저작권과 특허권에 기대있는 산업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대안은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작권을 폐지하자면 구체적으로는 트립스(Trips)협정를 폐기해야 하는데, 그럼 WTO 협정을 깨야하거든요. 그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EU만 하더라도 저작권 관련 지침이 10개 가까이 되는데요. 유럽의회 의원이 750명인데 해적당 의원이 2명이잖아요. 그 2명을 가지고 어떻게 이것을 관철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을 듣고싶네요.

아 :  이것은 굳이 저작권을 폐지해야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저작권이나 EU 내의 10개 지침들을 몰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러한 지침들이 창작 영역이 미래에 만들 사업 모델에 장애가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창작 영역은 저작권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도록 자신의 사업모델을 혁신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작권 에코시스템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정치인들이 창작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창조적 활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법이나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3~5명의 소수가 ‘혁신이 가능하도록 법적 환경을 변화시키자’는 쪽으로 이러한 논쟁을 변화시키는 것은 전혀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 : 정치적인 전략 부분은 좀 있다 정리를 해보기로 하구요. 다른 정당과의 관계문제도 있고, 국내정치와 EU 차원의 문제도 있으니까요. 이 부분과 관련하여 궁금한 것이 해적당의 입장에 대해, 물론 현재 토론중이기는 해서 어떻게 정리될 지는 모르겠지만, 창조적 영역에서 기업들은 해적당을 싫어하겠지만, 그 산업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해적당을 보는지? 제가 보기에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이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는 거대 미디어 기업 내부의 노동자가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독립적인 제작자들이 있을텐데, 크게 두 영역의 창조 영역의 계층이 해적당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은 어떤가?

아 : 창조적 영역에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그룹이 있습니다. 하나는 저작물을 창작하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저작권 보유자입니다.  저작권 보유자들은 반드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일 필요는 없고,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경제적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저작권 보유자는 일반적으로 그다지 해적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적당이 그들의 수익원인 저작권을 없애고자 하기 때문이죠. 실제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은…해적당에 대해 단일하게 긍정적인 접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예술가들이나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들은 수익을 창출하거나 배분하는 환경이 20년 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수익을 창출하거나 저작물을 배포하는 것에 있어서 디지털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예술가나 소규모 예술가들은 해적당의 생각에 상당히 긍정적이고 수용적입니다. 수익이 큰 편에 속하거나 전 세계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은 해적당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코트니 러브와 같은 예외도 있는데, 그는 2004, 5년에 음반사와 레이블들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최근에는 레이디 가가가 이와 비슷하게 저작권 업계를 비난했는데, 그녀는 음악을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공유하는 방법으로 성공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였습니다.  라디오 헤드나 나인 인치 네일스 등은 작품을 온라인에 공개했는데, 매우 성공적이었구요, 스웨덴에서 베이스헌터라는 밴드는 굉장히 큰 인기를 얻었는데 집에서 혼자서 작업해서 공개를 해서 지명도를 높였습니다. 스웨덴에서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이며 그의 노래를 모든 클럽에서 여름 내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 지금 주로 음악 분야의 사례를 말씀해주셨는데, 영상분야는 어떤가요?

아 : 영화 산업 같은 경우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영상제작자가 그렇게 많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화 산업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 영역의 혁신 사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힘드네요. 연구도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나 일반적으로 예를 들어 TV 업계를 경우 저작권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기보다는 가입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죠. 수익 모델 자체가 매우 다릅니다.

김 :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지재권 관련해서 또 궁금하신 부분들은 질문들을 생각 해 두시구요, 연결해서 특허의 문제로 들어가보죠. 해적당은 특허에 대해서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아 : 그렇습니다.

김 : 뭐, 보충설명은 없나요? (웃음)

아 : 특허시스템은 더 이상 필요가 없고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허는 초기에 좋은 아이디어였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매우 논쟁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허는 소규모 혁신을 위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허는 배포나 판매 독점에 기반하여 시작되었습니다. 고위층이나 귀족들을 위한 것이죠. 특허제도는 19세기에는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사람에 의해서나 사회주의적 시장을 옹호하는 사람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허제도는 인위적인 독점을 야기하고, 지속적인 혁신과 건전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지거나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김 : 지재권하고도 좀 비슷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예를들어 특허가 일정하게 의약품이 개발되고 공급되는데 있어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지재권이 없어졌을 때 창작자들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의 문제와 유사하게, 특허가 없어졌을 때 그런 의약품의 개발과 공급에 있어서 좀 대안적인 방식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한 해적당의 입장이 있습니까?

아 :  특허가 주된 수익원이 되거나 혁신을 촉진한다는 어떤 연구결과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이 주제와 관련된 모든 연구는 혁신에 대해 특허가 거의 기여하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약업계는 좀 예외적인데, 제약업계에서는 더 많은 제약업체가 특허에 호의적입니다. 제 생각에 그 주된 이유는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적당의 입장은 만일 임상시험에 회사가 수백만 유로를 부담해야 한다면, 국가 자신이 그러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기반의 임상 시험이 된다면, 의약품 독점과 관련된 논란도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제네릭 의약품 제약업체는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여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의약품 혁신은 대학이나 중소 업체에서 이루어집니다. 화이자, 존슨앤존슨, 로슈와 같은 대규모 제약업체의 사업 방식은 중소 업체를 사들이고, 임상 시험을 하는 것입니다.

김 : 프라이버시 관련해서는 주요한 이슈들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예를 들어, 데이터 리텐션이나 전자여권,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등 여러가지 있을 수 있을텐데,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한 해적당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요.

아 : 일반적으로 정부나 의회가 정보 관련 입법을 할 때 그다지 사려깊지 못했습니다. 정보 경제에서 모든 것은 정보의 흐름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얘기하는 모든 것은 저로부터 세계로 흐르는 정보이고, 마찬가지로 세계는 제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당신의 말이 제게 정보를 주는 것처럼 말이죠. 정치인들은 제가 어떤 정보를, 언제 줄 것인지에 대해 제게 적절한 통제권을 주는 것을 바라지 않는 듯 합니다. 또한 그들은 그들이 접근할 필요가 없는, 저에 대한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 정보 통제권(personal data autonomy)을 주장합니다. 제 개인정보는 저의 것이고, 내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누구도 제 개인정보를 가져갈 권리는 없습니다. 제 말이 이해되시나요? 다소 추상적인 얘기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데이터 리텐션(data retention)은 내가 누구와, 언제, 얼마나 오래동안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극단적인 경우에는 내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내용, 어디서 커뮤니케이션 하는지에 대해 국가가 파악하는 것에 대한 것입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 대중교통에 RFID 칩이 보편화되고 있는데, 이는 대중교통 업체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누구라도 내가 어디에, 언제 갔는지, 혹은 어떤 장소에 정기적으로 가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제 개인정보에 대한 스스로의 통제권을  빼앗는 것입니다. 제 개인정보는 저의 것이고, 어떻게 유통될지 제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제가 다른 사람이 제 개인정보에 접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비용없이 제가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즈음 자율적인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정치적인 논의가 아직 유럽에서도 발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더 성숙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김 : 좀 더 각 이슈별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텐데요..지금까지 얘기한 지재권, 특허, 프라이버시 다음으로 정보통신 산업 분야에 관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아 : 통신분야는 지난 9개월 동안 내가 주력해온 분야 중 하나입니다. 통신 산업은 다른 모든 논쟁들의 기반이 됩니다. 어떻게 우리가 정보를 쉽게 교환하게 되었는가? 인터넷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바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낮은 비용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이러한 인프라가 민주주의적 참여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경을 넘어 소통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통신 영역은 지금까지 제대로 관리되어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의 관점에서나, 인프라의 측면에서나. 이는 궁극적으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이용자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재 ISP나 이동통신사는 누구와, 언제,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 거대한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상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서비스 제공자가 국가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감시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이용자의 정보를 얼마나 많이 수집할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모든 정보를 페이스북이나 구글, 그리고 당신의 ISP 역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ISP는 지역의 권력입니다. 사실상 기술은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통신 인프라가 규제되어야 함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신 인프라는 더 이상 상업적인 서비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모든 수준에서의 인간의 상호작용을 위한 기반입니다. 이를 사유화하는 것은 공기를 통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김 : ISP 쪽을 강조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ISP의 공적 역할과 관련하여 스웨덴에서도 ISP는 사기업인가요? 사기업에 대한 공적인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아니면 인프라 자체가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기업이 아닌, 뭔가 사회적인 성격의 다른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아 : 스웨덴의 경우 통신사가 90년대 초반에 규제완화 되었습니다. 통신 산업은 국가 독점이었고, 여전히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스웨덴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은 경쟁법 적용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많은 유럽국가에서 인터넷 접속비용이 너무 비싸서 네트워크 사이에 트래픽을 전송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유럽의 일부 ISP는 시장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IP나 소비자의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도 있습니다. 도이치 텔레콤의 경우 이용자들이 일정기간 동안 스카이프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도이치 텔레콤이 자신들의 가입자가 자사의 VoIP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죠. 스웨덴에서는 규제완화 이후 경쟁 규제가 상당히 잘 되어 왔었는데, 스웨덴 경쟁당국은 기존 통신 독점에 대해 몇 년동안 십여개의 규제를 적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럽에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영역에서 훨씬 엄격한 경쟁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웨덴의 ISP의 개수는 매우 많으며, 모바일 사업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많은 이슈들이, 예를 들어 망중립성 이슈가 영국,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지만, 스웨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현재는, 제가 스웨덴 남부에서 작은 ISP 운영을 시작한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저는 기존의 국영 기업이 상호접속(peering)할 때 그 네트워크에의 포워딩 비용을 청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들은 또한 그 네트워크에서 트래픽을 받을 때도 과금을 합니다. 보내는 트래픽과 받는 트래픽 모두에 대해서 과금이 되는 것이지요. 이중 과금이지요. 그러나 그들은 정보를 보내거나 받을 때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쟁적인 지배적 사업자가 이중으로 과금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스웨덴의 경쟁 법이 통신영역에서 잘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ISP 시장이 경쟁적으로 작동하기까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김 : 공정경쟁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네요. 독점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그것이 공공적인 재화로서의 역할을 하게 하는 정책에 대해 말씀을 해 주었는데요. 그런데 ISP의 역할이,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통신 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인데, 전통적으로 통신 분야에서만 역할을 하다가 이른바 미디어 컨버젼스가 일어나면서 IPTV 서비스 등을 직접 운영하면서 통신 기업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있나요? 즉, 이러한 통신 기업들이 거대화되고, 미디어 전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그렇다면, 공적 규제의 내용도 굉장히 포괄적이어야 할텐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아 : 스웨덴에서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웨덴에서는 ISP가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화, TV와 인터넷 접속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저는 이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일종의 권한남용이거나 반경쟁적인 행위입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관행을 바꾸고자 합니다. 만일 내가 인터넷 접속과 TV 서비스를 같은 사업자로부터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경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 영국에서 Virgin 미디어는 또한 Sky라는 회사를 통해 통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영국의 상황도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기업이 서로 의존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국가의 경쟁 당국이 몇 개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업체로 하여금 시장을 구분하도록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모바일 영역에서 일본은 좋은 사례인데요. 휴대폰의 경우 기지국 인프라가 있고 연결되는 노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통해 통화, SMS 메시지, 벨소리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있습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구체적으로 도쿄에서는 인프라 소유와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라이선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에는 세 개의 회사만이 기지국을 소유할 수 있는데, 세 개의 회사로만 제한한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쿄 전체가 기지국으로 가득 찰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중에는 너무 많은 전파가 떠다니고, 핸드폰이 작동하기 위해 수많은 기지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 개 사업자만 기지국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지국을 이용할 수 있는 많은 사업자들이 있습니다. 라이선스는 기지국을 소유한 회사들이 기지국 소유와 서비스 운영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엄격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분리함으로써 기지국을 소유한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들이 다른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보장하고, 인프라의 남용을 막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룩셈부르크가 조금 유사한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룩셈부르크는 도쿄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룩셈부르크는 기지국 공유를 강제하지 않기 때문에 기지국이 어디에나 있습니다. 그것은 매우 작고 인구가 밀집해 있습니다. 저는 인프라를 공유하는 시스템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프라 소유자에게 엄격한 요구조건을 부여하고 소유권을 남용하여 다른 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 하부구조를 소유하고 있는 독점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중점으로 말씀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몇 가지 이슈들을 다루어 봤습니다만,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철시킬 것인지, 혹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해적당이 시작된 지 5년정도 되어가고, 아까 처음에 소개할 때도 정당구조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슈들를 사회화 시키고 논쟁하는데 있어서 효과적이고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해적당이 국내에는 의석이 없고, EU에는 두 석을 가지고 있는데, 해적당이 정당이라면 정당의 활동이 디지털 환경에 대해서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가지 다른 이슈들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해적당이 디지털 환경과 관련된 이슈 이외에 다른 영역들, 환경이든 경제든 정치적인 구조든, 이런 이슈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려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입장을 의도적으로 가지지 않고 지금 말한 디지털 환경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면서 이것에 동의하는 세력과 연합하는 것을 주요 정치 활동으로 하고 있는지 그것을 들어 보도록 하지요.

아 :  제 개인적으로는 제가 현재 하고있는 활동만으로도 할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경 이슈 등을 다룰 시간이 없습니다. 독일 해적당의 경우에는 정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직접 민주주의와 관련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제안하고 있는 정책이나 원칙이 의회에서 다루는 모든 이슈를 포괄할만큼 넓지는 않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니아, 체코, 세르비아의 해적당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 해적당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우리는 몇 개의 정치정당 사이에서 모든 다른 이슈 사이에서 우리 이슈를 가장 잘 협상할 수 있는 블록을 찾고자 합니다. 유럽 의회에서는 우리는 녹색 그룹(Green Gourp)과 협력하고 있습니다만, 녹색 그룹에 속해있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녹색 그룹과 협력하는 것은 그것이 행정적으로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특별히 입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슈에 대해서는 녹색 그룹의 의견을 따르고 있습니다.

김 : 녹색 계열 이외에 우익정당, 좌파정당으로 분리되는 정당들과의 관계에서 연합을 한 사례가 있나요? 예를들어 사민당이나 기민당과 같이 좌우로 분류되는 정당들과 연합의 사례가 있습니까?

아 : 유럽연합 의회에서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연합이 이루어집니다. 가능한 넓게 연합합니다. 유럽연합 의회에서 우리는 정치적인 그룹에 한정되지 않으며, 우파, 극우파, 매우 급진적인 좌파, 사회민주주의자, 환경적 자유주의자 등과 협력해 왔습니다. 기본적으로 유럽연합에서의 활동은 ‘외교 기관’과 매우 흡사합니다. 정치보다는 외교에 가깝습니다. 짧게 답변하자면 ‘그렇다’입니다.

김 : 혹시 그런 연합과 관련된 최근의 사례가 있습니까?

아 : 폭넓은 연합의 사례로는 올해 봄에 통과된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협정(ACTA)’에 대한 결의안이 있다. 781명의 유럽의회 의원 중 663명이 ACTA 협상의 투명성과 관련 문서의 공개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거의 모든 정치 그룹에서 연합에 참여했다. 그 결의안 채택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2~3주 정도 논의가 되었다. 그 결의안에 많은 정치 그룹이 참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올해 3월의 일이다.

김 : 외부와의 관계 이야기를 했는데요, 내부의 이야기로 돌아가서…해적당의 규모는 어떻게 되죠? 당원의 규모라던가, 젊은층의 지지가 많을텐데 당원 중의 젊은 계층의 구성은 어떠한지? 그리고 해적당의 구조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다른 당과의 차이가 나는 점이 있나요?

아 : 이 역시 각 국가마다 다릅니다. 스웨덴의 경우, 해적당이 다른 정당과 다른 점은 수평적이라는 점입니다. 스웨덴 해적당에는 ’3명의 해적 규칙(Three Pirate Rul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 명의 해적이 어떤 활동에 동의를 하고, 비용이 들지 않거나 스스로 부담할 경우에, 그것이 해적당이 다루는 주제 범위 내에 있는 한, 그들은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활동의 기회를 만드는데, 그것은 수직적이지 않고 재미있어서 해적당 내에 적극 참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상상력이 발휘되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죠. 남부 스웨덴에서 저는 지난 3년 동안 해적당의 정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엄청나게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습니다. 정치 논쟁적인 글을 쓴다든가, 언론을 접촉한다든가, 영상을 찍는 등 상상할 수 있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때로는 정당의 중앙집중적인 방식이 선거 캠페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올해 총선에서 우리가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통일된 조직 대신에 각 지역의 공동체에 기반한 작은 단위로 운동을 한 것입니다. 활동적인 당원에게는 자신의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선거에 이기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한번은 시위를 할 때 어떤 사람이 굉장한 사운드 시스템을 장착한 음향차를 빌리는데 예산의 반을 쓴 적이 있는데, 온 마을에서 다 들릴 정도로 사운드 시스템은 좋았지만, 비용 효율면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는 8주 동안 커피 캠페인을 가졌습니다. 시내에 가서 커피, 비스킷과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인터넷 접속에 대한 정부의 감시에 대해 알렸습니다. 언젠가는 유럽의 소셜 포럼에 참여한 적도 있는데, 매우 재미가 있었습니다. 소설 포럼 사람들과 방문자들이 파티도 열고..완전히 무질서한 이벤트였는데, 왔다갔다하며 강의도 열었다가 북 테이블도 가졌고…매우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재미있었어요. 네덜란드, 핀란드, 덴마크에서 온 다른 동지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김 : 수평적 구조를 강조하셨구요. 수평적 구조에 대한 강조가 디지털 환경 이외의 이슈 중에서 직접 참여,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부분인데, 이를 정당의 자기 원칙으로 채용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고 설명해주셨는데요. 지금 설명하시면서도 나라마다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4월에 해적당 인터내셔널이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느정도로 활동하고 있는지?

아 : 해적당 인터내셔널은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로 출발했습니다. 전 세계에 해적당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경험을 공유하고, 각 국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나누기 위한 것이었죠. 해적당 인터네셔널이 조직으로서 공식화된 것은 올해 봄인데, 그 궁극적인 목표는 싱크탱크와 같은 연구 기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어요.  해적당의 활동이나 정책 개발을 돕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해적당 인터네셔널의 주된 활동은 새로 설립되는 해적당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조직화를 위한 팁을 교환한다든가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Three Pirate Rule’의 경우, 매우 성공적이었고 수평적인 신생 정당에게 효과적입니다. 독일, 카탈루니야, 체코, 스페인은 좋은 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해적당 인터네셔널을 적극 이용하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어떻게 각 조직 내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할 것인지를 찾고, 직접 민주주의의 개발의 논의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해적당은 직접 민주주의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해적당 인터네셔널에 속해있기는 합니다.

김 : 국제 네트워크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이제 대강 전반적으로 다룰 만한 이슈들은 점검을 한 셈인데요. 좀 개인적인 얘기로 옮겨가서, 지금 설명을 들은 입장과 구조의 정당속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유럽의회 의원으로서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아까 정보통신 산업에 대한 연구를 몇 달간 해왔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지금 주요하게 어떤 부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활동에 주력하려 하는지 계획을 말씀을 해주십시요.

아 : 현재는 네트워킹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의원은 기본적으로 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표명합니다.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하거나 점심 파티에 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문서작업을 하지만, 이 역시 기록에 기반한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투표를 합니다. 그러나 투표는 의회 활동의 매우 작은 부분이구요, 대부분의 일은 올바른 정책 생산을 위해 연합을 형성하고 정치적인 토론에서 자신의 관점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회의를 하면서 보냅니다.

김 : 그렇게 회의하고 연합해야 하고 그러면 굉장히 피곤하지 않아요?

아 : 헤헤헤~ 괜찮아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요. 특히, 자유문화 사람들을 만나거나 자유 혁신을 얘기하는 사람들, 자유/오픈소스 운동(F/OSS) 활동가들…최근 제가 만니길 좋아하는 그룹은 소규모 이동통신 서비스 혁신가들인데요. 1992년부터 GSM+1 표준이 어쩌구, 어떻게 발전이 되었다는 둥..30분, 1시간씩 이야기를 하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람들입니다.

김 : 적성에 맞는 것 같네요. 원래 남아있던 질문이, 이번에 손님으로 오셨는데, 한국에는 어쨌든 해적당이 없지만 한국에서 해적당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경우 IT 관련해서는 발전해있고, 발전된 산업구조도 발달해있고 이슈도 많은 상황인데요. 바깥에서 보시기에 한국같은 곳에서 해적당이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는지? 만일 그렇다면 해줄만한 조언이 있는지요?

아 : 예, 한국에도 해적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해적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정보통신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안는 당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건설적인 토론을 하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고, 정보공유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해적당을 시작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는 잘 모릅니다. 이 핸드폰에는 SIM 카드가 없습니다. 이것은 대여와 묶여져있는 핸드폰입니다. 애니콜에서 대여한 것이네요. 당신이 애니콜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을 때, 당신은 대여업체뿐만 아니라 핸드폰도 바꾸어야 합니다. 이는 한국의 통신 영역에서 경쟁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는 이미 기존 정당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이와 관련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바일 사업자를 바꿀 때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핸드폰을 사게끔 만드는 것의 해악에 대해서 어떠한 정치적 토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해적당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저는 정말 번들링 제품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시장을 섞어놓으면 안됩니다. 그것은 반경쟁적이고 본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해롭습니다. 또한 많은 권력을 카르텔이나 주요 업체에 집중시킵니다. 그들이 우리 통신 정책에 그러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동통신 산업부터 건드리라는 것이 한국 해적당에 대한 제 조언입니다. (웃음)

김 : 이야기를 듣다가 든 생각이, 지난 2002년에 UN에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했었는데, 오늘 우리가 이야기 하고 있는 디지털사회의 미래 비전을 UN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3자 구조로 해서 국가-기업-시민사회 영역이 있었는데, 시민사회영역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특정 이슈 조직들은 있었지만, 포괄적인 내용들을 커버할 수 있는 조직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녹색당이 역할은 좀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해적당이 2006년에 만들어졌는데, 그때 해적당이 있었으면, UN에서도 정당의 이름으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꼭 해적당이어야 같이 할 수 있는 건가요?

아 : ‘해적’은 정말 훌륭한 홍보 수단입니다. 저는 어디 갈 때마다 “왜 해적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분명히 이렇게 관심을 끕니다. 좋은 홍보 수단입니다. 그리고, 이 이름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2001년에 라임와이어나 카자를 사용할 때, 저를 해적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해적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예컨데, 저는 마이클 잭순의 노래를 듣고 싶을 뿐이었죠. 인터넷 세대들에게 인터넷의 모든 이용을 주장하는 것, 정보사회에서 공유하고, 배포하고, 리믹스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권리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우리 해적들이 미안했다’라며, 마치 정보통신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80년대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는 해적이고, 우리가 옳다’라며,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스스로 해적이 되기를 선택했고, 해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정보에 접근하고, 정보를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사회를 위해 건설적인 것이며, 정보 경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해적이 되는 것이라면, 저는 그것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김 : 질문은 이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중간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아 계속 했는데요, 혹시 질문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 얘기하실 때 가능하면 자기 소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 : 장애인 신문 비마이너에서 왔는데요. 한국에서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이 영화를 보는데 상당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수업을 들으려 해도 저작권 문제로 파일이 제공이 안된다든가, 영화를 볼 때도 화면 해설이 필요한데 많은 업체들이 저작권을 문제삼아 화면해설이나 자막을 제공하지 않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애인 계에서는 여러 차례 인권위에 진정을 하지만 정부나 문화부는 기업의 손을 들어 주면서 저작권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장애인들의 문화향유와 저작권 문제의 충돌에 대해 어떻게 해결하고 있으며, 해적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아 : 스웨덴은 강력한 사회복지 국가입니다. 장애인들의 권리가 저작권자의 권리와 충돌 할 경우 국가가 개입해서 장애인들이 저작물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줍니다. 저는 그것이 비효율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저작권 산업계가 자신의 저작물을 시청각 장애인에게 접근하도록 하는데에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 역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오늘날 이와 같은 저작권 산업의 수익 창출은 불합리한 것입니다. 저작권 산업은 탐욕적입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한국에는 문화부가 있기에 이에 맞설 해적당이 필요합니다.

질문자 : 창작 산업에서 저작권 대신 자신들의 저작물을 배포하는 보다 창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전공은 경영학인데요..그러한 대안으로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요?

아 : 몇 가지 사례를 얘기한 바 있는데요. 소액 지불 시스템(아이크로 페이먼트 시스템)이나 자멘도, 매그나튠과 같은 일종의 후원 시스템과 같은…그러나 저는 창작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가 그 업계를 위해 사업 모델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창작 산업의 일부라고 주장하는데, 그럼 그들이 그러한 대안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당신이 관심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소액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을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소액 금융을 창작 산업에 도입하는데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얘기해서 저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규제 환경이 창의적인 모델을 가로막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질문자 : 짧게 추가 질문을 하자면, 세계적으로 해적당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예컨데 음악이나 영화 영역의 단체들의 참여 없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 누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인가요?) 많은 주요 이슈들이 미국에서 야기됩니다. 그래서 해적당 운동이 미국의 주체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죠.

아 :사실 EU의 경제 규모가 미국보다 경제가 크고, 소비자 시장이나 수출 시장도 더 큽니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정치적 변화를 원한다면 EU를 통해 이룰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의 경우, 미국 대신에 유럽에 수출을 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을 많이 고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미도 있고, 인도나 중국도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시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지재권 보호 관행을 유지하겠지만, 우리가 ‘지적재산권은 엿먹어라’라고 한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요즘 누가 미국차를 원합니까? 아무도요. 좋지 않거든요. 그들이 수출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음악, 나쁜 특허들, 그리고 정보 서비스입니다. 그래서 미국을 더 이상 신경쓰지 말고, 정보를 생산하는 더욱 생산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라고 하고 싶네요. 캐나다, 멕시코, 미국에도 해적당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누군가 중국 해적당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 환경은 1당 체제이기 때문에 다른 정치 정당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은 지적재산권에 대한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채널인 듯 합니다.

질문자 : 교육잡지 민들레에서 온 편집자입니다. 해적당과 관련없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나이가 굉장히 젊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고등학교때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았길래 이렇게 당당하고 멋진 태도로 심오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구요. (웃음) 또 하나는 이렇게 열정적으로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자기 내부의 근원적 힘이 어디있는지 궁금합니다.

아 :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사람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은, 맞는 경우도 있지만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 경우는 아닙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열정적입니다. 그리고 나이 든 분들도 열정적인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오게된 것은 스웨덴의 해적당 청년 조직(youth organization)에서 약 2년 동안 국제 코디네이터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국제 통상협정에 초점을 두었는데, 그래서 (저를 초청한) 남희섭씨와도 만나게 된 것이구요. 2008년에 유럽에서의 통신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결국 EU 의회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었구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기에 내가 여기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 고등학교 때 어땠는지 얘기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아 : 고등학교 때요? (웃음)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수학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처음으로 복잡한 공식을 풀었을 때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우 기뻤습니다. 그 당시 17살 때, 3~4일 동안 그냥 앉아서 4차 방정식을 풀려고 했었고 그것을 풀면 “그래! 이거야!” 하면서,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5개 연속으로 풀면 방에서 일어나 춤을 추곤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풀었는지를 이야기 하면 친구들은 모범생이 아니냐고 놀리곤 했었습니다. 친구들은 축구를 좋아해서 그들과는 달랐지만, 고등학교 때 경험은 즐거웠습니다.

질문자 : 고등학교 때의 어떤 경험이 현재를 있게 하셨나요?

아 : 전혀 관계없어요. (웃음)

김 : 고등학교때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간단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아 : 잠깐만요. 고등학교 때는 정치보다 수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2006년 부터입니다. 13에서 15살쯤, 아마도 중학생 때 친구들 몇 명과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지고, 의료나 보건등의 정책에 관심이 사라지고, 그런 것들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수학, 물리, 화학같은…2006년 18살이 되었는데, 그즈음 해적당이 만들어졌고, 그때가 다시 정치적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때입니다. 나도 모르게 국제 정보정책으로 빨려들어갔고, 해야할 일들이 많았죠. 원래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려 했고 1년 반 정도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 이후에 해적당에의 참여가 늘어나서 상근 활동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학생이 아니지만, 유럽의회 의원 임기가 끝나면 수학 학위를 따고 싶습니다.

질문자 : 미디어 오늘의 김수정 기자입니다. 언론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보면 유료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데요.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읽을 때에도 비용을 지불해야만 기사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언론사가 많거든요. 신문산업의 퇴조로 인해 언론사가 선택한 것이 유료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언론 환경에서는 해적당같은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이 오히려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언론기사 같은 경우 신문사가 저작권을 요구하면 안되는 것인지,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 : 예..저는 온라인 기사에 대해 미디어 업체가 과금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미디어와 관련하여, 미디어의 몰락은 결국 자기의 책임입니다. 저는 최근에 오피니언 리더에 반대하는 강력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95년 경 제가 어렸을 때, 국내 신문에 ‘토론 페이지’라는 1page의 오피니언 페이지가 있었고, 또한 매일 짧은 사설을 실었습니다. 2010년에 같은 신문을 열어보니 사설이 3페이지였고 매일 6~7명의 직원이 쓰고 있었습니다. 토론 페이지는 임의의 사람이 쓰는 한 페이지와, 원고료를 받는 30명의 컬럼 리스트가 쓰는 여론 페이지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RSS 피드를 구독하면, 오피니언과 토론을 받아보게 됩니다. 국내 뉴스를 보고 싶은데요.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의견은 필요없습니다. 그건 뉴스가 아닙니다. 나는 거기에 대해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습니다. AP나 로이터와 같은 뉴스 서비스가 오피니언을 싣지 않는다면,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아직 신문을 좋아합니다. 좋은 정보원이고 전 세계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좋은 필터입니다. 블로그로부터는 그같은 정도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뉴스 생산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들은 자신의 역할이 자신들의 ‘식견’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그들의 식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의 식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그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은 정보와 데이터입니다.

질문자 : 저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리와 관련된 활동을 꽤 오랫동안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활동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보는데, 해적당이 인터넷 이용자들, 혹은 모바일 이용자들과 관계맺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거나, 특히 당내 활동, 당내 민주주의와 관련하여 활용하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으면 소개해주십시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는 아멜리아. 왼손잡이분들을 이해하기 위함이라네요. 🙂

아 : 해적당원들이 전부 인터넷과 모바일 이용자이고 스웨덴 사람들 역시 그렇습니다. 사람 수 보다 휴대폰 수가 더 많습니다. 스웨덴에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곳은 없다고 봅니다. 모뎀을 통해 전화선을 이용하거나 ADSL을 통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인터넷 이용자들과 접촉하는 방법은 블로거 커뮤니티가 있고 트위터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해적당 활동의 대부분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커피를 마시며 만나거나 시위를 하면서 만나거나 행사를 통해 만나는 것과 같은 것들이죠. 스웨덴에서 제가 있던 위원회에서는 2년 동안 일요일마다 사람들을 만났는데,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죠. 뉴스나 당의 소식,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매우 가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5~6명 정도로 시작을 했는데, 나중에는 25명 정도가 되었죠. 12만 정도의 인구가 있는 도시였습니다.

질문자 : 특허와 관련된 관심이 많은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한국과 유럽 사이에 한EU FTA가 발효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유럽의회에서 FTA와 관련된 지적재산권 문제, 의약품 특허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있다거나 특허 제도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 : 현재의 정치적 논쟁을 보면, 아쉽게도 유럽의회에서 특허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사실 특허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혁신 산업, 독창적 산업, 그리고 중소 기업들을 보면, 중소 기업에 대한 어떤 연구도 그들이 혁신을 위해 특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지식생태인터네셔널(KEI)과 같은 단체가 ‘프라이즈 펀드(Prize Fund)’라는 대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특정한 영역의 혁신을 위한 방안인데요, 예컨데, 말라리아 의약품의 개발을 위해 특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업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 외에 별도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 : 이번 방문을 계기로 디지털 환경과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으면 합니다. 여기 모인 이들도 새롭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길 바랍니다. 참석해주어서 감사하고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