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잉여가치 생산에서의 변화

By 2004/02/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심층연재

강남훈

노동인가 지식인가

정보혁명으로 인하여 지식기반경제가 도래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제는 노동이 아니라 지식이 부의 원천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실, 오늘날 지식이 유일하게 의미 있는 자원이다. 전통적인 생산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피터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불확실한 경제에서 항구적인 경쟁 우위의 유일하게 확실한 원천은 지식이다.”(노나카/타케우치, <지식창조기업>) 실제로 상품의 부가가치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시장에서 30불에 판매되는 배낭이 베트남에서 제조될 때 제조원가는 1불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노동이 이윤 혹은 잉여가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정치경제학의 기본 개념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에서 발생

어떤 자본이 다른 자본과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면서 보통 정도의 이윤을 얻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정치경제학에서는 이런 경우 이윤이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에서 발생한다고 간주한다. 잉여노동이 이윤의 원천이 되는 것은 노동력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성질 때문이다. 그것은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임금을 받으면 하루에 6시간 노동할 수도 있고 12시간 노동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작은 임금을 계속 받으면 하루에 한 시간도 노동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특징이다.(영양실조로 정상적인 노동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비유처럼, 제3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제6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제9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모두 1데나리우스의 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제 하루 임금을 지불한 노동자에게 하루 동안 일을 시키는 시간을 계속 줄여 나가보자. 임금은 그대로인데 생산량이 점점 줄어드니까 수입이 줄어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이윤이 0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의 노동시간을 필요노동시간이라고 부른다.
이제 필요노동시간에서 시작해서 하루 임금을 지불한 노동자에게 일을 시키는 시간을 계속 늘려 나가보자. 그러면 임금은 그대로인데 생산량은 점점 늘어나니까 이윤이 늘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필요노동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을 잉여노동시간이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것이 이윤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똑같은 실험을 원료에 대해서 해 보면, 원료는 임금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료를 줄이거나 늘리면 원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원료는 한 가지 용도로밖에 쓸 수 없지만, 노동은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가치의 실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잉여가치는 이와 같이 필요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잉여노동시간에서 나온다.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두가지 방법, 절대적 잉여가치와 상대적 잉여가치

잉여노동시간이 이윤 혹은 잉여가치의 원천이라고 한다면,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필요노동시간을 그대로 둔 채 전체 노동시간을 증가시켜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이라고 부른다. 초기 자본주의에서는 주로 절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잉여가치를 증가시켰다.
다른 하나는 전체 노동시간을 고정시켜 둔 채 필요노동시간을 줄여서 잉여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이라고 부른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서 노동운동도 성장하게 되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상대적인 방법으로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지배적인 방법이 되었다.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더 작은 노동시간 동안에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연구개발 경쟁은 특별잉여가치의 창출이다

자본이 이윤을 획득하는 데에는, 이런 평균적인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지 못한 기술혁신을 하는 것이다. 기술혁신에는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물건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다른 어떤 업체보다도 반도체를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건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자본은 다른 자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해진다. 이런 경우에 발생하는 이윤을 특별잉여가치라고 부른다. 특별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은 그만큼 강화된 노동으로 작용한다. 즉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노동 한 시간은 낡은 기술을 사용하는 노동 몇 시간에 해당되는 것이다. 결국 오늘날 정보혁명의 와중에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연구개발 경쟁은 바로 이 특별잉여가치를 차지하려는 운동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별잉여가치에 그것을 개발한 자본의 입장에서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모방해서 똑같이 싸게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물건 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먼저 기술혁신을 했던 기업의 특별잉여가치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기술혁신을 한 기업은 오랫동안 기술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기술은 가능하면 숨겨야 하고, 또 다른 기업이 모방하기 전에 새로운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은 인간이 만든 것이니까 조만간 인간에 의해서 모방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은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다.

독점 이윤

여기서 독점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개 내지 소수의 기업이 시장 전체를 차지하는 현상을 말한다. 독점은 경쟁의 결과 저절로 생길 수도 있지만, 법률적인 이유에서 생길 수도 있다.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는 일정한 기간 동안 법률적인 독점을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기술 격차가 있을 때에만 초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기술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기업은 특허를 신청하여 법에서 보장하는 기간 동안 기술을 독점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정보혁명과 더불어 특허의 범위는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제품뿐만 아니라 식물, 동물 등의 생명체, 소프트웨어나 프로토콜, 심지어 영업방법이나 유전자 정보에 대해서도 특허가 주어지고 있다. 이것은 정보혁명 과정에서 법률적인 독점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점을 하게 되면 가격을 얼마든지 비싸게 받을 수 있다. 물론 너무 많이 올리면 비싸서 못 사는 사람이 생기겠지만, 필요한 사람은 비싼 값에라도 살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노바티스 회사는 제조원가가 한 알에 845원인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원가의 30배인 2만5천원에 팔았다. 이렇게 독점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이윤은 그것을 구매한 다른 사람이나 다른 기업의 소득이 이전된 것이다. 이것은 내가 어떤 상인으로부터 100원짜리 물건을 바가지를 써서 150원에 샀을 때 50원만큼 나의 소득이 부당하게 상인의 소득으로 빠져나간 것과 마찬가지이다. 내가 50원을 손해 보았고, 상인이 50원의 이득을 보았으므로 사회 전체로서는 아무런 소득의 증가가 없다. 그냥 분배만 바뀌는 것이다.

지대 – 네트워크 효과

요즈음 강남 아파트 값이 너무 뛰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이 아파트 투기를 특히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불로소득이란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노력이나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유 때문에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경제학에서도 지대를 똑같은 방식으로 규정한다. 지대란 비옥한 토지, 인구밀집 지역에 있는 상가, 혹은 아주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 공장처럼 자본 자체의 생산력과는 상관이 없는 요인 때문에 초과이윤을 얻는 것을 말한다.
지대는 특별잉여가치와 마찬가지로 독점시장이 아닐 때에도 발생한다. 그리고 지대와 특별잉여가치는 모두 다른 자본보다 유리한 생산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이지만, 특별잉여가치는 생산력의 원천이 자본 자체에 있는데 반해서 지대는 생산력의 원천이 자본 이외의 것에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따라서 지대는 생산력의 원천이 자신에게 없으면서도 이윤을 벌기 때문에 독점이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무런 사회적 가치가 없는 것에 대하여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강남 아파트 값이 뛴다고 사회적 부가 증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보혁명과 함께 네트워크 효과가 주목을 받아왔다. 네트워크 효과란 사용자가 늘어나서 네트워크의 가치가 증대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이 쓰면 자료를 교환하기가 훨씬 편리해지니까 오피스 값을 올릴 수 있다. 또한 어떤 포털 사이트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 사이트의 가입비를 그만큼 올릴 수 있다. 이 네트워크 효과는 바로 지대의 한 형태이다. 강남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강남 아파트 값이 올라가는 것처럼, 가상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치가 올라가는 궁극적인 원인은 많이 모이는(혹은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는데, 돈은 땅 주인이 몽땅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이키의 이윤

소위 지식기반경제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히는 나이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나이키의 본사는 미국 오레곤 주에 있는데, 5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키는 신발을 판매하는 회사이지만, 스스로 신발을 만들지는 않는다. 나이키는 신발을 디자인하고 광고, 판매하는 업무만 담당하고, 실제 신발의 제조는 하청계약을 통하여 전 세계 50개가 넘는 나라의 900개가 넘는 공장에서 66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나이키 신발 가격의 대부분은 디자인과 광고비가 차지하고, 실제 제조비는 얼마 되지 않는다. 흔히 나이키의 핵심 역량은 디자인과 광고 등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이키는 지저분한, 땀 냄새 나는 노동과는 상관이 없고, 고상하고 우아한 지식만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닐까?
먼저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우수한 디자인이 특수한 소재나 독특한 모양 때문이라고 해 보자. 이 중에서 특수한 모양은 누구나 한번 보고 모방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산업디자인과 같은 형태의 지적 재산권으로 법률적인 보호를 받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 경우의 이윤은 독점이윤이다. 소재의 경우에도 특허의 대상이 된다면, 마찬가지로 독점이윤이다. 신발을 튼튼하게 만드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면 특별잉여가치에 해당된다. 그러나 실제 제조는 하청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노하우는 쉽게 전파될 수 있고 특별잉여가치는 곧 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이키의 가장 큰 핵심역량은 광고라고 할 수 있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단을 모델로 삼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광고는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행위이기 때문에, 지대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나이키의 이윤은 일부 특별잉여가치가 포함되어 있지만, 상당한 부분이 독점이나 지대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점은 다른 사람의 소득이 이전된 것이고, 지대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것에 대하여 돈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이 부분만큼은 사회적인 부가 실제로 증가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나이키 신발을 사면서 마이클 조던에게 지불한 어마어마한 돈이 사회적인 부의 실질적인 증가를 의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잊어버리기 쉬운 것은 66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이 나이키 이윤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이키가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잉여노동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일까? 잉여노동을 흡수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하청계약을 맺을 때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다. 하청가격을 낮게 매기면 하청업체의 잉여가치가 나이키로 이전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고상해 보이는 지식기업 나이키의 이윤도 결국,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이든지, 다른 기업이나 소비자로부터 이전된 것이다.

잉여가치와 세계화

정보혁명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이 벌어들이는 이윤 중에서 지대나 독점이윤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이윤과 지대는 시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뉴욕 땅 값이 명동 땅 값보다 더 비싼 이유는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지대나 독점을 추구하는 자본에게 유리해진다. 바로 이렇게 잉여가치의 주요한 형태가 변하고 있는 것이 세계화를 추진하는 강력한 동기 중의 하나이다. 또한 자본이 지대와 독점이윤의 형태로 벌어들이는 이윤은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에 의해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대한 잉여노동은 표준적인 대량생산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이 값싼 임금을 찾아 세계로 진출함으로써 확보된다. 오레곤 주의 나이키 설계자들이나 몸값이 비싼 헐리우드의 광고모델들은 신발을 꿰매는 인도네시아 노동자들과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200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