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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마사지 어때요?

By 2004/02/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박석준의 컴퓨터 앞의 건강

박석준

나는 본래 남의 손이 내 몸에 닿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신혼 초니까 당연히 붙어 자는데, 자다 보면 서로 떨어질 때도 있지만 그러다가도 다시 붙이고… 하는 것이 부부 아닌가. 그런데 자다가 어느 결에 마누라의 몸이 내 몸에 닿았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영문을 모르는 마누라도 덩달아 깨서 함께 놀란다. 마누라는 내가 악몽이라도 꾸었는지 걱정이 돼서 무슨 일인지 묻는데 나는 할 말이 없다. 속으로 얼마나 미안하던지… 그런데 이런 ‘사고’는 그 뒤로도 몇 번 더 일어나서 결국 마누라도 그 내막을 알고야 말았다. 마누라는 속으로 “이거 변태 아냐?” 하면서도, 이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기 이외에는 다른 여자와 절대 몸을 맞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했는지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주면서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자” 한다.
이런 고약한 버릇(?)의 연원을 살펴보니 어려서 혼자 자란 것이 한 원인이 되는 것 같았다. 혼자 자랐다고 해서 고아원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형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생각해보아도 나에게는 소위 ‘스킨 쉽’이라는 것이 별로 없었다. 유교적인 분위기의 엄격한 가정에서 자라 품행은 방정맞지만(?) 비비고 껴안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가장 많이 만질 때가 언제일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성교를 할 때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의외로 성교에 대해 잘 모른다. 체위나 기교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런 동작의 의미를 모르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한의학계에 들어서서 방중술을 연구하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막상 고전을 하나하나 엄밀하게 연구해나가자 정말 진지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 이런 깊은 뜻이…
성교의 시작은 서로의 마음이다. 서로의 마음이 맞으면 바로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처음은 손을 잡고 나아가 서로의 몸을 만진다. 몸을 만지면 서로의 감흥도 올라가지만 이런 동작을 통하여 서로의 몸에 일정한 효과가 나타난다.
그 효과는 일종의 마사지 효과다. 우리 몸 전체가 하나의 기 덩어리이지만 그것은 그냥 진흙과 같은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을 따라 흐르고 있다. 그 중요한 길들이 피부 바로 아래서 흐른다. 그러므로 애무나 마사지 혹은 지압을 통하여 피부를 자극하면 거기에 흐르는 기도 자극을 받아 이를테면 몸이 활성화된다. 마사지나 지압을 받고 나서 몸이 개운해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치다. 목욕을 통해서도 물의 수압에 의해 마사지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그러므로 목욕을 할 때는 수압이 생기도록 탕 안에 물이 많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서는 반드시 일전을 치르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애무를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애무는 사랑의 묘약만이 아니라 건강의 묘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솔로는 어떻게 하라고? … 음, 몸도 깨끗이 할 겸, 때 마사지 어때요?

200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