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우리(?)의 영원한 마초, 마초는 변하지 않는다!

By 2004/02/06 10월 29th, 2016 3 Comments

사이버 페미니즘

홍문보미

여성주의저널 일다(www.ildaro.com)에 안티문희준들의 소녀비하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나는 이런 문장을 집어넣었다. ‘안티문희준의 글에 반박하는 자 역시 ‘빠순이’로 낙인찍히며 욕을 듣게 된다. 그러니 내 운명도 정해져 있을 것이다. 나는 H.O.T 해체 이후 TV에서 문희준의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임에도, 감히 안티문희준들의 기괴한 성벽에 뭐라뭐라 했다는 이유로 빠순이라 불리며 성폭력적 욕설 메일들을 받게 될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한국의 마초 네티즌들은 거의 언제나 예상에서 한치도 비켜나가지 않는 놀라운 단순성을 보여준다. 가끔 의외의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텐데, 나는 이번에도 웜바이러스 마냥 메일함에 달라붙은 빠순이 운운의 비방과 욕설메일들을 지워나가야 했다. 나는 몇 번의 경험을 통해, 한국의 남성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쓴 이후에는 남자이름으로 온 메일은 열어볼 필요 없이 무조건 지우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일다 기사 밑의 리플게시판과 자유게시판, 독자물결 게시판에도 사이버 성폭력에 가까운 글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자유게시판과 독자물결게시판에 올라왔던 폭력적인 글들은 삭제되었지만 아직도 일다의 안티문희준 기사 밑에는 당시 글들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리플들을 열어볼 필요 없이 제목만 열거해보겠다.
‘홍문보미 이 ㅁ친년아 니 애미 애비가 불쌍하다 ㅆ년아 정신병자 아냐? 성격장애 ㅋㅋㅋ 콱 뒈져라!’
‘밤길 조심해라 면상…몰카 조심하구…몰사찍해서 인터넷에 다뿌려버린다’
‘평택 출신이란 말잇던뎅… 얼마면하냥 이년아!’
‘일다야 대한민국 남자들 팔아먹음서 창녀짓할래? 마초적 이런 개ㅆ 년아’
나름대로 이성적으로 썼다고 스스로 자부할 반박들조차 별로 대꾸할 가치가 없었다. 많은 마초 네티즌들은 글을 제대로 읽지 않는다/못한다. 일단 페미니즘적 색채와 주장이 담겨있다면, 그리고 그 모호한 자기편을 비판하는 듯하면 그때부터는 바로 전투태세 돌입이다. 글쓴이가 과연 하고자 하는 말이 어떤 이야기인지 꼼꼼히 살펴볼 여유도 심지어 이유도 그들에겐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비분강개하신 락팬들에게 굳이 말씀드리자면, 나는 한국의 락음악 자체에 대해 마초적이라고 공격한 바 없다. 그리고 나는 문희준의 음악을 옹호한 적도 없다. (바라건대, 글 좀 제대로 읽으시길) 문희준과 그의 소녀팬에 대한 공격의 명분으로 흔히들 락스프릿의 손상을 이야기하지만, 그 명분 뒤에 숨어 안티문희준 열풍을 더욱 거세게 한 요인에는 소녀비하적 문화와 네티즌의 마초성, 가학적 쾌감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생각을 바꿔줄 만한 어떤 합리적인 반박도 나는 듣지 못 했다. 당시 나는 게시판에 단 하나의 답글을 썼고, 더 이상 새로이 할 이야기도 없다. 그 글의 전문은 이러하다.

“기사에 대한 관심 감사드립니다.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비방 및 욕설 리플들을 써주셨을 많은 분들께는, 제 수명 늘려드린 것에 대한 특별한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
어차피, 한국어 독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분들이나 열혈 안티문희준분들을 설득하려고 쓴 글은 아니니, 그분들 글은 별반 읽지도 않고 고려하지도 않을 것이니 이는 양해바랍니다.
다만, 이성적인 비판이 가능하신 어떤 분들이 제기하시는 의문(안티문희준 현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보충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앞서 2번글 리플에 달았던 제 글을 다시 이 곳에 옮깁니다.
–> 문희준과 ‘그의 팬들’이 공격받는 이유 ‘중 하나’로 성차(에 따른) 권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글의 요지였지요. 말씀하신 대로 안티문희준 현상에는 여러 맥락이 있는데, 성별권력을 논하는 시각은 없더군요. 네티즌들을 문화권력에 대응하는 전사 취급을 하는 글은 있어도 말입니다. 이건 그닥 온당치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그 여러 맥락 중 ‘마초들의 난동’을 주제로 삼아 쓴 글입니다”

메일함이 마비되도록 비방메일이 날아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여성신문의 1020통신원으로 있을 때 나는 유승준 사건으로 인해 군대를 더욱더 신성시하고 있던 세상에 대해 ‘유승준, 군대, 한국인’ 이라는 짤막한 단평을 썼다. 그 글은 다음과 같이 끝맺음되었다.
“군대라는 철저한 상명하복의 사회에 기꺼이 입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 강력한 공감대가, 미안하지만 내겐 참을 수 없을 만치 불편하다. 군 입대를 통해 국민/사람으로 인정받는다면, 이 땅은 하나의 거대한 유사군대라는 말에 다름 아니지 않는가. 하기는 미국국적을 취득한, 애국심을 갖지 않은 자를 한국의 브라운관에서 보고 싶지 않다는 독한 결의들을 보면 이 곳이 군기숙정된 공간인 것은 사실인 듯 싶다. (덧붙임: 나의 냉소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국민과 국가의식이라는 코드가 군대를 통해 철저히 남성 정체화되어 있는데 내가 어찌 그 속에 끼어 들 수 있단 말인가)”
이 글이 여성신문 사이트에 오르고 야후에 링크되고 안티유승준카페들로 퍼날라지면서 나는 순식간에 앞뒤 못 가리는 유승준 빠순이로 낙인찍혔다. 성폭력적 메일들이 날아들어 온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진정 하고자 했던 말은 간단히 묻혀진다. 젊은 남성 네티즌들의 적지 않은 수가 자신이 들으려 하는 말만 간추려서 듣고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욕설은 간추림 없이 너저분하게 늘어놓는다.
과연 인터넷이 합리적인 토론의 장소가 될 수 있을까? 여성들만의 전용 사이트에서는 이토록 심한 오해와 인신공격의 향연이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각종 게시판에서 놀라운 번식력을 보이는 것은 마초 네티즌들이다. 나는 이미 그들과 소통하거나 토론하거나 그들을 설득할 생각이 없다. 한국 남성 문화 속에서 깃들인 폭력성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자, 여기서 또 의미파악 못하고 내가 한국남성이 다 폭력적인 양 매도한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러나 폭력으로 약자들의 혀를 묶어둘 수는 없다. 그래서 때론 온라인에서의 일상은 소통이라기보다는 전투의 장소가 된다.

200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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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전 댓글:

    마ː초(馬草)[명사]
    말꼴=말먹이로 하는 풀

    우리의 영원한 말꼴? 말꼴은 변하지 않는다?

    지식인의 한계일까요? 어려운 말로 마무리하려는 습성인가요?

  • 죽전 댓글:

    님의 글 역시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감정 뿐인 글입니다. 의사소통이 아니라 전투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는 님의 인식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끄러운남성 댓글:

    어떻게 저런 식으로 사전을 찾을 생각을 했는지. 남자들이 쓰는 ‘페미들’이란 말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건 지식인의 습성 아니오? 자신의 무식과 편견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필자 탓으로 돌리려 하다니 정말 부끄럽구료. 이런 사태 인식이야말로 여성주의 혐오로 인한 공격성이 아닌지. 이것이야말로 진정 합리적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행태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