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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번호로 전국민통제시스템 구축 우려… 사용규제는 물론, 개선 방안 마련 필요해{/}주민등록제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By 2004/02/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장여경

민등록증과 지문날인 없는 삶이 가능할까?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강제적 주민등록제도가 세계적으로 희귀한 인권침해적 제도라는 것은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것 없는 삶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직장과 은행 등 생활 곳곳에서 끊임없이 주민등록증과 지문날인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커져온 가운데 구체적 대안에 대한 논의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에서 ‘국가신분등록제도와 프라이버시권의 충돌과 대안’ 토론회가 있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특히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발제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은우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전국민 식별번호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한번 부여되면 평생 변하지 않는 식별번호가 국가의 국민 통제 수단이 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려면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을 규제해야만 한다. 이은우 변호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대주민 서비스 용도로만 사용하게 하고 번호 체계는 개인별 고유번호가 아니라 신분증 발급번호로 대체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앙대 이인호 교수는 “주민등록번호가 전국민통제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기관 내 개인정보 데이타베이스들이 모두 주민등록번호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통합이 매우 용이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포괄적인 개인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을 출현시킬 수 있고 정부는 개인의 총체적인 인격상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논의들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이 급증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의 유출과 도용 사건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정보통신부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의 올 3/4분기 신고건수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전체의 36.7%). 정보화가 확산되면서 실명확인·금융거래 등의 용도로 민간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주민등록번호의 유출과 도용도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11월 27일 지문날인반대연대가 주민등록법 개정운동에 본격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국민의 정보 인권을 보호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 당장 주민등록법에 대한 전면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민등록정보가 지금처럼 남용된다면 결국 대한민국에 사생활이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