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저작권

저작권제도 10문 10답

By 2010/09/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김낙호

Q1. 저작권제도가 바뀐다고 할 때마다 뭘 해라 말라 하는데, 저작권이란 도대체 어떤 이치인겁니까?
저작권의 역사는 다른 기회에 다루어보기로 하고, 현행 제도에서의 저작권이란 한마디로 모든 저작물이 탄생할 때 그 창작자에게 생기는 주인 권한입니다. 크게 저작재산권(“내 마음대로 활용하기”)과 저작인격권(“내가 만들었다고 인정받기”)으로 구성되며, 국내법과 국제조약을 통해서 광범위하게 보호받습니다. 저작재산 사용 허가를 받지 않거나 인격권을 존중하지 않고 이용하는 것을 저작권 침해로 보는데, 특정 조건 하에서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하여 합법으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창작에 대한 이권 보장과, 창작물의 자유로운 활용을 바탕으로 한 축적 진화라는 두 가지 문화 발전 동력을 함께 추구하는 조율이 저작권의 핵심 난제입니다. 대체로 법적으로는 이권보장 강화의 방향으로 가고, 문화적으로는 더욱 자유로운 활용을 얻어내기 위해 저항하거나 새로운 매체기술을 동원하며 대립하는 패턴이 발생합니다. 한국은 2009년 7월부로 과도한 규제에 대한 논란 속에 가장 최근의 저작권법이 발효 중입니다.

 

Q2. 그렇다면 저작권을 개정할 때 마다 저작물의 사용이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말인가요?
단적으로, 2009년 7월부로 발효된 개정은 침해로 규정하는 범위 자체는 이전의 법보다 더 넓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침해가 적발될 때 받는 불이익이 더욱 강해지고(‘삼진아웃제’의 최장 6개월 게시판 차단) 문화부 등 단속 주체의 일방적 권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필터링[검열] 주체가 여러 겹으로 쌓여있을 수록 실제 법적 한도 이상으로 제한을 가하게 되어 이용문화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들의 활력을 장려하는 공정이용에 관한 진일보한 규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것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가 아니라 “권리자의 허락이 없고 법적으로 보장된 공정이용의 범주를 벗어날 때”이기에 규제가 강해질수록 공정이용 문제는 적극적으로 이슈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정이용 개념에 대해서 꽤 진취적 제안을 여럿 담고 있는 최문순 의원의 2009년 저작권법 개정안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물론, 이 개정안 역시 발간 5년 후 도서관 안팎의 복제전송을 무제한 허용하여 창작자의 권한을 역으로 지나치게 박탈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Q3. 공정이용이란 무엇인가요?
사실 공정이용이라는 용어는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고, 저작권법 상의 적용 예외로서 언급될 뿐입니다. 정상적인 저작권 행사의 예외 조건들은 크게 정보원(단순보도, 법정문서 외), 정보 사용처(의무교육, 시험문제 외), 정보의 사용방식(비평을 위한 인용, 풍자 외) 등에 따라 나누어지는데, 저작권자에게 가는 손해는 적고 사회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많은 몇 가지 대표적 사용 맥락들을 미리 공식화한 것입니다. 공공업무, 공공교육, 자유롭고 상상력 있는 비판과 토론을 통한 사회 담론 발전 등이 여기에 대입될 수 있겠죠. 이 가운데 특정 업무가 아닌 일상적 차원에서의 정보 사용방식인 인용과 풍자 등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문화적으로는 적절한 인용 관행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며, 산업적으로는 매체별로 인용의 양적/질적 사전 허용범위에 대한 합의가 미진합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그런 부분들의 발전까지도 장려할 수 있도록 공정이용 관련 규정을 더욱 보강할 필요가 있습니다.

 

Q4. 하지만 문화관광부 발표 자료를 보면 댓글과 패러디는 그냥 문제없다고 하던데요?
댓글과 패러디 등을 공정이용 범주로 간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명분상으로도 합당한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 것이, 현행법에서는 활용하는 콘텐츠 자체를 대상으로 할 때만 비평으로 인정하여 법적으로 공정이용을 허용 받습니다. 즉, A를 활용해서 B를 풍자하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죠(예: 만화대사 바꾸기 정치풍자). 따라서 그런 경우에 패러디라고 주장하려면 B뿐만 아니라 A자체도 같이 풍자하는 것이라고 애써 논리를 구비해야만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황당한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은 몇가지 요소가 맞물릴 때입니다. “비평이나 풍자 등을 하는 행위”인 경우에만 댓글이든 UCC든 패러디든 뭐든 허용한다는 점, 인용에 관한 요건에 대한 합의가 뚜렷하지 않은 점, 단속책임 소재를 겹겹이 늘려 놓은 점 등이 함께 결합하면, 어린이가 음악 틀고 춤추는 장기자랑 동영상에 대해 중개자인 포털이(!) 음원 저작권 침해를 우려한다며 차단해버리는 촌극이 벌어지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경우들은 생략하고 뭐든 허용한다는 식으로 쓰여 있는 답변만 믿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습니다.

 

Q5. 반면 여러 창작자들은 너무 처벌이 없다고 불만인데 그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실제로 별다른 사회적 순기능 없이, 단순히 저작재산권만 침해하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뻔히 상업적으로 팔고 있는 영화/음악/만화/소설/프로그램 등을 불법유통해서 저작권자에게 손해를 입힌다든지 하는 경우 말이죠. 따라서 자유로운 사용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저작권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런 경우를 분명히 분리해서 인지해야 합니다. 반면 향유와 소비와 섞여 들어가는 2차 창작은 좀 더 경계가 애매한 영역이라서, 새로 추가된 창작의 지분이 어느 정도인가를 케이스별로 판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큰 방향에서는 최대한 사전에 봉쇄하는 것보다는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 놓는 방식이 바람직한데, 이를 위해 ‘온라인 저작
물 거래 시스템’ 등의 방식도 거론되고 있는 중입니다. 핵심은 사용처에 따른 공정거래 관행의 유연한 조율, 그리고 공탁 체계를 편리하고 세련되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Q6.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모르겠고, 재밌는 만화가 있어서 블로그에 퍼왔는데 합의금 달라며 고소당하면 어쩌나요?
문화부의 현재 입장은, 경미한 침해행위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를 적용한다고 한답니다. 즉 재판으로 가게 생겼더라도, 영리를 위해 상습적으로 장사했다든지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교육을 한 후 기소를 유예하여 전과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이죠. 그렇기에 만약 자신이 ‘경미한 책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침해 저작물의 유통을 중단하고, 기왕이면 사과도 하고, 그 대신 법무법인의 합의금 요구는 무시하면 됩니다. 하지만 문화부의 이런 조치는 법적으로 규정된 바가 아니기 때문에 그 방식으로 향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가급적이면 외부링크와 합법적 임베딩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겠죠? 나아가 원 소스를 명시하여 저작인격권에 해당하는 원저자 정보 표시를 충족하는 쪽이 법적으로 유리할 것입니다. 좀 더 큰 차원에서는 ‘영리’와 ‘상습’의 기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기준들을 중재기관이나 기타 합의제도를 통해서 사회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Q7. 저작권 침해를 들어 아무 공간이나 서비스를 통째로 정지시킬 수 있다는데,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이번 개정 저작권법의 가장 민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부의 판단에 따라서 3회 이상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게시판 서비스를 최장 6개월까지 정지시킬 수 있다는 삼진아웃제 입니다. 문화부의 기본 입장은 이 제도가 정치적 규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헤비 업로더와 불법 복제물 유통에 편의를 제공한 공간만 잡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포털 등의 카페, 블로그 등은 정지대상이 아니다”라고 친절하게 공식 답변을 올려놓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은 문화부가 현재 내세운 컨셉일 뿐이고, 법적으로는 포털의 카페, 블로그 미니홈피 기타 어떤 것도 기술적으로 볼 때 얼마든지 ‘게시판’이기에 모두 해당된다 할 수 있습니다(“그 명칭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동영상 등의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정보통신망법 2조1항9호). 만약 헤비 업로더가 포털 블로그를 개조해서 거기서 불법자료 교류 커뮤니티를 만들고 거래를 틀면 단속하지 않을 건가요?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개별 매체란 칼로 두부 자르듯 나눠지지 않습니다.

또한 정부가 임의로 정지명령을 휘두를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계정 정지하는 건 불법복제물을 올린 해당 사이트에만 적용하고 정지 시 중립적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 저작권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법 조항은 “해당 게시판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133조 2항2호)라고 포괄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다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사례처럼 정치적 의도가 약간만 개입되면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정지당한 특정 사이트 이용자 계정 역시 실제 불법을 저지른 게시판 말고도 이메일, 다른 게시판들, 개인 블로그 등 여러 서비스와 통합 연동되고 있다면 과잉처벌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법 자체에는 얼마든지 정권의 의도적 탄압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데, 법적 위험에 대한 안전장치는 세부 시행령들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문화부의 몇 마디 ‘다짐’ 만 있는 것이 현 상태입니다.

 

Q8. 그렇다면 현 저작권법은 걸면 걸리는 인터넷판 집시악법인가요?
문화부는 현 저작권법을 공법적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가치중립적인 사법적 영역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화부의 의지표명이야 감개무량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법적 영역이라 할지라도 특정 권력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더 쉬운 방향으로 바뀐다면 그런 것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겠죠. 처벌이 강해지고 정부가 직접 단속주체로서 개입할 여지를 뚜렷하게 존재하는 한, 포털단속법이나 숫제 인터넷판 집시악법으로 악용될 소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극단적 예로, 정치적 반대 토론이 벌어지는 게시판 사이트에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저작권 침해물을 반복적으로 올린 후 그것을 핑계로 일사천리로 서비스 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그 자체로 인터넷판 집시악법은 아니지만, 권력에 의해 그렇게 악용될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법 제도로서 같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 기관의 직접 개입 권한 자체를 최소화하고, 분쟁은 최대한 비정부 중재기구와 민사재판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식이라 든지, 더 진취적 방향을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Q9. 듣고 보니 저작권은 뭐 복잡한 것 같네요.대안저작권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것도 좀 소개 해주세요.
죄송하지만, 그쪽이 더 복잡합니다. 저작권 제도 자체를 우선 기본으로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일부 또는 전반적 반작용으로서 새로운 틀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티브커먼스(cc), 정보공유 라이선스, GNU, 오픈소스 운동, 각 개인들이 알아서 고안한 느슨한 방식의 크고 작은 카피레프트 규정들까지, 무척 다양한 규칙들이 있습니다. 저작권의 재산화 자체를 부정하여 공공 영역으로 환수하는 극단적 방식부터, 저작권을 바탕으로 사용규정 자체만을 일부 오픈하는 것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그 다양성 때문에, 대안저작권이 제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이 최대한 친고죄에 의한 당사자 간 민사 해결로 남고 국가의 융통성 없는 일괄적 단속은 최소화되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모든 대안저작권은 자신이 자기 창작물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입니다. 국가 혹은 세계 단위에서는 일반적인 저작권이 기본이기에,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저작물을 강제로 대안저작권 규칙에 의해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은 비합법적이게 됩니다. 내가 카피레프트를 표방한다는 이유로, 그런 것을 표방하지 않은 남의 저작물을 마음껏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라는 말이죠.

 

Q10. 그렇다면 이런 저작권법 제도 아래에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껏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약간 다시 정리해보죠. 우선 산업차원에서는 첫째, 사용자의 자유로운 이용을 먼저 허가하고 그것으로부터 사후 수익을 올리는 윈-윈 사업모델을 발전시키는 쪽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예: 유튜브의 UCC 연계 광고 수익배분 시스템). 둘째, 원터치로 처리되는 저작권 사용 협의 및 공탁 창구를 구축해야 합니다. 셋째, 개인의 비영리 2차 창작에 대한 별도의 규칙 등 사용규정을 세분화해야 합니다. 특히 ‘비영리’에 대한 더 포괄적인 규정이 필요합니다.

법적 제도정비의 차원에서는 첫째, 특히 권력에 의한 악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제어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최소한 시행령이나 기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조항으로). 둘째, 그간 소홀히 다뤄진 공정이용을 좀 더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현 시대에 걸맞게 좀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셋째, 다양한 사용규칙을 보장하기 위해, 일괄적 기준에 의한 정부의 단속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개개인의 사용습관 차원에서는 첫째, 복사보다는 소개를 중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좋은 정보를 널리 알리고 싶다면 펌질 보다는 링크를 통해서 원 출처로 유도해 주세요. 둘째, 출처 명시의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럴 경우 저작인격권을 지키게 되며, 무분별한 2차 유포 또한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자율정화에 참여해 주세요. 자정작용은 이름과 달리,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성원들이 무척 의식적으로 달려들어야 가능합니다. 여러분이 애착을 가진 소통공간에서 문제의 여지가 보일 때, 작성자나 관리자에게 상황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보와 조언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큰 원칙들로 묶자면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 꾸준히 깊은 관심을 가지고, 불안감에 자멸하지 말고, 지속적 개선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소비자로서 시장에 권한을 행사하고, 유권자로서 법적 의제를 압박하고, 향유자로서 모든 종류의 표현과 창작에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이 올바른 저작문화를 만드는 길일 것입니다.

 

 

더 방문할 곳
-“저작권법 관련 핵심 Q&A 10가지”(문화관광부)
http://www.mcst.go.kr/web/notifyCourt/notice/mctNoticeView.jsp?pCurrentPage=1&pSeq=4732
– 법제처 (현행 저작권법 전문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http://www.law.go.kr/LSW/Main.html
– 한국 저작권위원회 http://www.copyright.or.kr/
– 진보넷 정보운동 웹진 액트온 http://act.jinbo.net
– 출처표시문화 캠페인 ‘백투더소스’ http://backtothesource.info
– 정보공유라이선스 http://www.freeuse.or.kr

 

 

200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