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저작권

나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을 삼진아웃시키지 마라{/}저작권법·삼진아웃제를 비판한다

By 2010/09/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김지성

1. 삼진아웃제가 무엇이기에?
지난 7월 23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저작권법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법 개정은 200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입법 예고부터 시작하면 시행 전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 IPLeft는 초기부터 이번 개정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결국은 문화부 원안에서 일부분이 수정되었으나, 그 핵심 내용은 그대로인 채 시행이 되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소위 삼진아웃제의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저작권법으로의 흡수 통합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 중에서 삼진아웃제을 다루고자 한다. 삼진아웃제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불법복제물의 복제·전송자에 대한 경고 및 불법복제물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 둘째는 경고를 3회 이상 받은 복제·전송자의 계정의 6개월 이내의 정지(이용자계정 정지), 셋째는 불법복제물의 삭제 또는 전송 중단 명령을 3회 이상 받은 게시판의 전부 또는 일부의 6개월 이내의 정지이다(게시판 정지). 이와같은 경고와 처벌은 문화부 장관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포털사업자와 같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명령을 함으로써 이루어지게 된다.

온라인 상에서 불법복제를 막으면 문화 산업도 발전하고, 따라서 우리 문화도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문화부의 논리는 이제는 하도 들어서 지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있지만, 소위 불법복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제약만 가중시켜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도입된 삼진아웃제는 기존의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진 소위 불법복제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와 비교하였을 때, 단순히 저작물 이용에 대한 제약의 문제 이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삼진아웃제는 우리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에 전면으로 역행하는 제도로서 우리는 이를 단순히 또 하나의 규제 도입으로만 볼 수 없다.

 

2.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저작권자의 역습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대표 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류 역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저작물의 복제와 배포의 비용을 낮추었다. 음악 CD에서 MP3와 같은 오디오 압축 파일을 만들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배포하는데 드는 비용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복제와 배포를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게 되면, 저작물에 가격을 붙여 파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일부는 1990년대 중반 웹 브라우저와 HTML이 급속도로 확산될 때부터 이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요구를 법제도에 반영하는 방식은 개별 국가의 국내법을 통해서도 이루어졌지만, 국제 조약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개정의 배경을 보면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 미국 등의 지적재산 선진국의 압력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지적재산권자에게 있어서 국제 조약 중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는 세계무역기구를 설립하면서 체결된 협정 중의 하나인 ‘무역 관련 지적 재산권 협정(Trade-Related Aspects of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이다. TRIPS를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권리의 내용이 확대되고, 권리의 침해에 대한 처벌 등을 포함하는 집행 규정도 강화되었고, 또한 회원국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역 제재 등이 가능해졌다. TRIPS는 이전의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조약과는 달리 이를 개별 국가에 강제할 실질적인 수단(무역 제재)을 지적재산 선진국에게 주었다.

저작권자들이 국제 조약과 국내법을 통해 관철 시키고자 한 핵심적인 요구 사항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왔다. 초기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권리를 추가하는 것과 침해에 대한 민사·형사상의 처분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것이었다. 새로운 권리의 예로는 전송권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는 책이나 음반의 물리적인 복제를 막는 복제권이 핵심적인 권리였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디지털화 된 음악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해졌다. 전송권이 생김으로해서 저작권자는 이러한 행위를 통제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또 하나 중요한 요구 사항은 기술적 보호조치(및 권리관리 정보)에 대한 보호였다. 우리가 언론에서 자주 듣는 DRM이 기술적 보호조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 CD의 경우, 기술적 보호조치를 통해 저작권자는 몇 회 이상은 디지털 파일로 전환(및 복제)을 하지 못하게 한다든가, 특정한 기기에서만 재생이 가능하게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저작물의 이용을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 DRM을 제거한 음원을 판매하는 사이트가 증가하는 것처럼,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저작권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자 요구 사항도 바뀌었다. 최근에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도 불법 복제·전송에 대해 불법 복제자 또는 불법 전송자와 더불어 법적 책임을 같이 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국가나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불법복제 또는 전송에 대한 단속 등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가장 최근에는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삼진아웃제나 불법 전송에 대해서 필터링(불법 저작물을 자동으로 판별하여 접근을 막는)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저작권법 개정을 포함하면, 필자가 아는 한 삼진아웃제와 필터링 모두가 법으로 의무화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런 사례는 지적재산 선진국이라고 정부가 말하는 미국 이나 유럽연합 국가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바뀐 국제 조약과 국내법을 바탕으로 저작권자들이 취한 행동은 민·형사 소송을 대대적으로 하 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매년 수만 건의 형사 고발이 일어나고 있다. 몇몇 로펌이 저작권 과 관련한 소송 또는 합의를 전문으로 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이 자살한 비극적인 사건 또한 일어났다. 이 비극은 현재 진행 중이며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저작권자들은 자신들이 소송을 벌이는 것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에게 감시자이자 처벌자 역할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필터링 의무화와 삼진아웃제의 도입이다.

저작물에 대해 접근을 통제하지 않고는 시장을 통해 저작물을 유통시킴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는 현재의 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볼 때, 저작권자들이 1990년대 중후반부터 이러한 요구를 하게 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다음 절에서 살펴볼 것과 같이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까지 담으면서까지 이런 요구들을 사회에서 수용하는 것이 정당한지 또는 바람직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들의 궁극적 목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에 대한 접근의 통제권을 다시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의 달성 측면만 놓고 보아도, 현재까지 저작권법의 개정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성공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 정부와 국회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사회적으로 낭비를 늘리고 국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DRM을 해제한 음원의 유통이 확대되는 것처럼, 저작권자들의 권리 요구와 권리를 실질적으로 강제하기 위한 조치(소송과 같은)가 실패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데에는 저작권자들과 입법권자들이 갖고 있는 몇 가지 잘못된 전제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첫째, 접근에 대한 더 강력한 통제가 가능하다면 불법 복제 및 전송이 합법적인 (값을 치르고 사는)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불법적인 복제·전송을 하는 이들이 불법 복제·전송이 불가능하면 값을 치르고 살 의사가 있지는 않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복제·배포 비용이 급
격히 낮아진 것이 불법 복제 및 전송을 더 쉽게, 더 많이 이루어지게는 했지만, 그것이 곧 저작물을 구매할 의사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둘째, 좀 더 많은 자원을 국가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저작물의 접근 차단에 투자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이를 보조할 기술 개발을 끊임없이 하면, 불법 복제와 전송의 차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불법 복제 및 전송이 일부의 범법자에 의해 그리고 인터넷의 일부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제한된 행위라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 상에서 저작물을 복제·전송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국가나 저작권자가 의도한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복제와 전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지금도 낮지만, 앞으로도 더욱 낮아질 것이며, 불법 복제·전송을 단속하
는 기술의 발전 만큼이나 이를 회피하는 기술도 발전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하다.

셋째, 저작물의 생산에 있어 기존의 문화산업의 지배적인 생산자 지위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랜시간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접속의 비용만 낮추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이전에는 감히 생산자로서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표현을 전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사람들이 대자본 문화 산업에 견주어 보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질과 양의 문화와 정보를 생산하는 것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기술과 낮은 비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오락 또는 문화 양식이 등장하기도 한다. 블로거들, 아마추어 예술가들, 온라인을 통해 배급하는 게임들과 같이 새로운 주체 또는 새로운 양식이 사람들의 시간을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여기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무한정 새로운 규제와 처벌을 도입한다고 해서 저작권자들이 얻는 이득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단지 과거 문화 산업의 이해라는 관점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입법권자가 과거 문화 산업의 근시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법을 바꾸고, 시민의 활동을 제약하고, 기술과 문화 발전의 방향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3.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아
우리 저작권법은 입법의 목적을 제1조에서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고 있다. 권리 보호와 공정 이용을 도모해서 문화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 권리를 보호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방법이 바로 저작물에 대한 접근 통제권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하고 이를 강제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저작재산권은 다른 재산권과는 달리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많은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 제23조부터 제38조까지는 이러저러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저작권은 영속적인 권리가 아니라 보호기간이 정해진 한시적인 권리이다. 다른 재산권과 관련하여 이런 경우는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작권법이 존재하는 한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권리를 저작권자에게 주는 것은 없어질 수가 없다.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더 강력하게 접근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하고, 삼진아웃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국가가 직접 나서서 접근을 통제 하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항상 수단을 정당화시켜 주지는 않는다. 어떤 수단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목적들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국가가 나서서 삼진아웃제를 통해 접근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저작권자에게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지만 저작물의 이용을 활발하게 해서 문화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이용마저 국가가 (그것도 행정부가) 차단하게 되면, 이것은 저작권법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인 공정한 이용을 저해하는 것이다. 최근 손담비의 “미쳤어”를 따라 부른 아이의 UCC 같은 경우에서처럼 이러한 이용을 저작권의 침해라 보고 이용을 제약하는 것도 이에 해당 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작권자와 포털 사이트 사이에서 이러한 제한이 가해진 경우지만, 삼진아웃제가 도입된다면 국가가 이러한 제한을 직접 가하게 될 지도 모른다.

위에서와 같이 삼진아웃제를 통해 국가가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 내에서의 다른 목적과 충돌할 가능성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살펴보면, 삼진아웃제는 우리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제17조), 통신의 비밀을 침해 받지 않을 권리(제18조),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제22조) 등과 충돌하는 제도이다.

우리 헌법은 제37조에서 기본권의 제한은 공익을 위해서 제한적인 경우에 법률로써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제2항). 또한 제12조에서는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처벌 등에 있어서 적법 절차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헌법의 전체 구성은 삼권 분립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법관의 독립을 명시하고 있다(제103조).

우선 사생활의 보호와 관련해서 삼진아웃제의 문제를 살펴보자.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이용자의 계정 정지의 경우에는 3회 이상의 경고를 받은 사람이 대상이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저작물의 이용을 추적하고 저장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 7월에 제출한 “2009년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살펴보면 “단속용 SW 및 온라인 처리시스템 개선”과 “상시 모니터링 인력(청년인턴 등) 운영” 등의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정 저작권법은 이렇듯 소프트웨어와 사람이 동원되는 감시와 추적 시스템에서 사생활을 보호할 어떠한 규정도 갖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축적된 정보를 얼마 동안 보존할 것인지, 이용자 계정과 실제 신원과 연결시키는 것을 허용할지 말지, 한 개인에 대해서 정보의 수집 단위를 사이트 단위로 할 지 아니면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게시판을 대상으로 할 지 등에 대해서 언급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실명제로 대부분의 큰 규모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개인의 이용자 정보를 통해 개인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내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올리고, 읽고, 다른 이들과 어떤 말들을 주고받는지를 감시 받는 것을 이렇게 자유롭게 허용하는 다른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통신비밀의 보호를 위해서, 통신 감청을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범죄 혐의가 있고 다른 수사의 수단이 없는 경우에, 법원의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리 인터넷이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으로서의 이중성을 갖는다고 해도 지나치다.

다음으로 표현의 자유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앞서 언급한 헌법의 조항들(제21조, 제22조)에서 보장하는 자유권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예를 들어, 결사의 자유가 없이 언론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우리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혼자가 아닌 나와 뜻이 맞는 이들과 단체나 모임을 만들고 이러한 결사체를 매개로 의사를 표현한다. 이렇듯 개별적으로 규정된 자유권들이 진정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하나의 덩어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 상에서 의사소통 또는 표현은 대체로 ‘저작물’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까페 등의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이 그러하며,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또한 이런 방식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소통·표현 행위는 저작권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이번 개정 저작권법을 통해 이러한 소통·표현 행위의 불법성을 (법원의 판단 없이) 행정부가 판단하고, 이러한 판단에 근거해서 이용자의 계정 정지 또는 게시판 정지라는 수단을 통해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의 계정 정지 또는 게시판의 정지는 과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뿐만이 아니라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저작권 침해를 막는다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어떤 단체가 주최한 집
회에서 몇 번의 불법 행위가 있었으니, 앞으로 그 단체는 집회를 아예 개최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시청 앞 서울 광장에서 여러 번의 집회 중에 몇 번의 집회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했으니, 앞으로는 서울 광장에서는 집회를 하지 못하게 한다면, 우리가 이러한 처분을 헌법의 틀에서 그리고 인권의 보편적 잣대에서 수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집회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했다면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불법성의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삼진아웃제는 이러한 우리 헌법의 원리와 보통 사람의 상식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필자도 모든 자유가 아무 조건 없이 항상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주의자가 개인에게 인신공격을 하고, 소수 인종을 말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더라도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를 제한하는데 있어서 법원의 판단이 전제되지 않고 행정부가 임의로 이를 제한하도록 할 수는 없다.

 

4. 비극의 끝을 위하여
이제까지 삼진아웃제가 저작권법에 도입되기까지의 저작권자의 ‘투쟁’의 역사와 삼진아웃제가 시민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하는가를 살펴보았다. 우리 저작권법 개정의 역사는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서도 저작권자의 일방적 승리의 역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일년이 멀다하고 새롭게 추가되는 저작권자의 요구 사항과 이를 수용한 법 개정의 역사가 진정으로 저작물의 생산자에게 그리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는지 믿을만한 증거는 없는 것 같다.

불법 복제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새로운 규제를 계속해서 추가하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 이미 관성화 되었다.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일 년에 수만 건의 소송으로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으며, 필터링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가? 문화부가 주장하듯이 삼진아웃제를 통해서 소수의 ‘헤비 업로더’를 인터넷에서 몰아내면 불법 복제·전송 문제는 해결될 것인가? 새로운 규제에 대한 상상력이 바닥이 나는 그날까지 우리는 이 길을 따라가야 하는가? 정부는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들은 저작권자에게 권리를 만들어주고 단속 열심히 해주는 것으로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했다고 할 지 모른다. 이게 문화 정책이고 문화 산업 정책이라면 이들에게는 너무나 쉽고 편한 방법이겠지만, 저작물의 생산자나 이용자 모두에게는 비극의 연속에 불과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방향이 과거와 같이 음반을 한 장, 한 장 팔아 경제적 보상을 받는 방식과는 맞지 않다면, 인터넷 이용자가 모두 함께 일정한 비용을 감당하고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과 같은 다른 방법들도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비극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우리의 상상력과 자원을 새로운 길을 찾는데 써야 한다.

 

 

200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