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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삼진아웃제’ :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의 합리적 조화?

By 2010/09/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황성기

프랑스 의회는 2009. 5. 19. 소위 ‘저작권 위반 삼진아웃제’를 포함하고 있는 「인터넷상 창작물의 배포와 보호를 위한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인터넷상 창작물의 배포와 보호를 위한 법률」 중에서 삼진아웃제에 해당하는 조항으로는 동 법률 제5조 및 제11조를 들 수 있는데, 제5조의 경우에는 인터넷상의 저작물배포와 권리의 보호를 위한 감독관청의 신설에 관한 것으로서, 감독관청은 저작권 또는 저작인접권이 있는 작품이나 대상이 적법하게 제공되도록 촉진하는 임무를 담당하는 위원회와, 인터넷 접속자가 접속과 관련된 감시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에 이를 경고하고 행정제재를 부과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절차를 담당하는 특별위원회로 구성된다. 그리고 동 법률 제11조는 인터넷 접속과 관련된 감시의무를 규정하고, 인터넷 가입자의 인터넷 접속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 목적으로 사용된 경우, 어떤 사안에 대하여 그 자를 면책할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제재조치로는 2개월 이상 이년 이내의 기간 동안 서비스 접속차단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프랑스 헌법위원회(법률의 위헌 여부를 법률 공포 이전에 심사하는 기관으로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에 해당함)는 2009. 6. 10. 「인터넷상 창작물의 배포와 보호를 위한 법률」상의 삼진아웃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인터넷상 창작물의 배포와 보호를 위한 법률」상의 삼진아웃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1789년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제11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의 취지을 염두에 두고, 커뮤니케이션수단의 현재 상태와 공중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서비스의 전반적 발전상황 및 이 서비스가 민주적 생활에의 참여와 사상과 견해의 표현에 대하여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서비스에의 자유로운 접근권을 당연히 내포한다. 따라서 접속차단이라고 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불이익 처분을 비사법적 기구가 결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점이다.

둘째, IP 주소에만 근거해서 당해 가입자가 저작권 침해행위를 하였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이다. 즉 IP 주소에 근거하여, 그 IP 주소에서 행해진 복제행위에 대한 책임을 해당 IP 주소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입 명의자’에게 부과하는 규정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삼진아웃제가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삼진아웃제는 헌법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우리 헌법 제22조 제2항은 "저작자ㆍ발명가ㆍ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적재산권조항의 목적은 지식, 과학, 예술을 촉진하는 데에 있다. 이 목적을 위해 헌법은, 지식ㆍ과학ㆍ예술을 촉진시키는 유용한 정보를 처음으로 생산한 자(창작자)가 그 창작된 정보의 유통을 배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적 권리의 창설권한을 입법자에게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적재산권, 즉 창작된 정보의 이용 및 유통에 대한 배타적 통제권이 그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범위만큼, 그 정보를 자유로이 이용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다른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는 제한된다. 이렇게 볼 때, 헌법상의 지적재산권조항과 표현의 자유조항은 일정한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이념의 차원에서는 양자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목적은 창작자의 지적 활동을 경제적으로 보상함으로써 지식ㆍ과학ㆍ예술활동을 촉진시키고, 그 지적 창작의 결과를 공중이 널리 이용하고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진리의 발견과 문화의 진보 및 창달을 달성하고자 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진리발견과 문화진보는 또한 표현의 자유조항의 핵심적인 목적이자 이념 중의 하나인 것이다. 즉 우리 헌법상의 지적재산권조항은 표현의 자유조항의 이념, 즉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궁극적으로 촉진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가지며, 그러한 의미에서 양 조항은 이념적으로 충돌관계에 있지 않다. 동시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의 입법적 형성은 표현의 자유조항에 의한 헌법적 한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이 우리 헌법상의 지적재산권조항과 표현의 자유조항 간의 헌법적 관계 내지 의미를 염두에 둘 때, 7월 1일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저작권법상의 삼진아웃제는 지적재산권조항과 표현의 자유조항 간의 관계를 역전시킬 수 있다. 즉 지적재산권이 표현의 자유를 위한 수단적 성격이라는 본질을 왜곡하여, 오히려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으로 본말이 전도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법복제물의 복제ㆍ전송자에 대해서 내려지는 최대 6개월간의 이용자 계정정지는 이용자가 당해 계정을 이용하여 합법적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그 수단이 과도하다고 할 것이다. 하물며 게시판 폐쇄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현재의 저작권법은 불법복제물 삭제 또는 전송중단명령 3회 받은 게시판에 대해 최대 6개월간의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도 전형적으로 빈대 잡기위해 초가삼간 불태우기와 같다. 왜냐하면 게시판에는 불법적인 콘텐츠도 유통될 수 있겠지만, 합법적인 콘텐츠가 더 많이 유통된다. 따라서 게시판을 폐쇄시키는 것은 합법적인 콘텐츠가 유통될 있는 공간을 없애는 것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콘텐츠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그 공원 내에서는 간혹 불법적인 행위도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당국이 그 공원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공원 자체를 폐쇄시킨다고 할 때, 그러한 정책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을까? 헌법적으로 이야기하면 삼진아웃제나 공원을 폐쇄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공원을 유지하면서 공원 내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확실하게’ 단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우선적으로 취해보지도 않고, 공원 자체를 없애버리게 되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어지게 되므로, 시민들의 삶의 질이나 후생은 물론이고 기본적 권리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다. 결국 삼진아웃제는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아주 손쉽고도 싸게’ 해결하려는 ‘수준이 낮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저작권침해행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이유로’ 계정정지나 게시판 폐쇄와 같은 제재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기관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왜냐하면 정보 또는 행위의 불법성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권은 법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이미 프랑스 헌법위원회가 적시한 것처럼, 원칙적으로 법원만이 판결을 통해 개인의 인터넷 접근을 막을 권한이 있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용자 계정정지명령이나 게시판 폐쇄명령의 주체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기관으로 하여금 불법판단을 전제로 하여 특정 계정 내지 게시판의 이용가능성을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는 제재조치 등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자의적인 해석‧적용의 위험성’ 때문에 헌법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설령 저작권법이 ‘해당 게시판의 형태, 게시되는 복제물의 양이나 성격 등에 비추어 해당 게시판이 저작권 등의 이용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국한해서 게시판 폐쇄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으나, 이 요건 자체도 매우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자의적 집행의 위험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

셋째,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게시판 폐쇄명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이 운영하는 게시판에 대해 일반적이고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자기검열은 결국 과도한 사적 검열로 이어질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밖에 없다. 즉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해서는 그 법적 책임의 범위를 벗어나서 과도한 모니터링의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문제되고,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의한 과도한 사적 검열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문제된다.

이상과 같이 우리나라 삼진아웃제도 헌법적으로 문제가 많다면, 향후 좀 더 합리적이고도 진지한 논의를 통해서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의 합리적 조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09-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