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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IV 매트릭스, 종합정보인지 리로디드

By 2004/02/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이광석 칼럼

이광석

요새 미국에서 돌아가는 판이 허구천지다. 미 국방부가 9-11 동시 다발테러 이후 구상했던 전국민 감시체제 ‘종합정보인지’(TIA)는, 워낙 시민들의 반발이 심하자 ‘테러분자 정보인지’로 옷을 갈아입고 활보한다. 지가 무슨 변신맨이라고 이름을 살짝 바꿔 행세하고, 의회 통과에 부딪히면 지 한몸 동강내서라도 끝까지 살겠다고 몸부림에, 후미진 데선 지처럼 흉악스러운 것들을 마구 복제해 퍼뜨리고 다닌다. 이만하면 터미네이터 투, 쓰리가 아니라, ‘포’쯤에 나오는 공포의 사이보그 수준이다.
미시민자유연맹(ACLU)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 정보인지가 예상외의 큰 반발을 받자, 국방부와 국토안보부가 자금줄을 대고 한 민간 회사를 끌어들여 일명 ‘매트릭스’(MATRIX)라는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주정부들 상호간 반테러리즘 정보교환’ 체제란 풀이말만 봐도 그 쓰임새가 눈에 확 들어온다. 맏형 종합정보인지의 축소판이다.
전국민 감시 시스템 종합정보인지의 후속탄, 매트릭스는 개인의 각종 신상 정보부터 가족, 이웃의 신상 정보까지 두루 포함한다. 주 단위로 분산됐던 신원정보를 통합하고 실시간 검색할 수 있는 지방 정부간 네트워크인 셈이다. 지방 정부와 사기업이 합동으로 자료를 축적하고, 이에 연방 정보기관들의 정보 접근권까지 주어졌다.
매트릭스가 테러 혐의자를 추려내는 방식은 말많은 ‘데이터 마이닝’이다. 요 방법에 걸리면, 일상의 궤만 벗어나도 가차없이 조사 대상이다. 데이터에서 금맥을 발견하듯 마구 수집된 개인 정보를 통계값으로 환산해 이례적 수치가 발생하면 테러 혐의자로 분류된다. 수치 오류가 생겨봐야 흔한 통계 오차에 불과하고 인권이 다치는데는 전혀 무관심하다.
매트릭스의 또 다른 위험성은 연방 수준의 입안보다는 개별 주들을 설득시키며 여론의 주위를 무마하는 방식에 있다. 국방부 종합정보인지의 경우 우리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처럼 전국민 비난 여론을 면치 못했던 반면, 매트릭스는 여론의 포화를 거의 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곱개 주들이 이 시스템을 승인했고, 인구수로 따지면 전체 미국인의 25%를 넘는다 한다. 큰 잡음 없이 영향력을 슬슬 키우고 있다.
말할 권리를 잃고 ‘입 닥치고 사는’ 미국인들은 ‘미국인이 아니다’. 요즘 시민자유연맹의 연예인 출연 광고는 빅 브라더와 리틀 브라더들이 설쳐대는 미국 내 현실의 살벌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더욱이 공화당 영웅 슈왈츠네거까지 주지사 당선으로 이 리로디드한 미친 매트릭스 사이보그를 막으러 영영 “아윌 비 백”(나, 다시 돌아올께!) 하지 않을 것 같다. 당장은 크게 믿을 구석도 끝간 곳도 없다.

200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