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

코드 : COLD

By 2010/09/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laron

cold [kóudl] a : 추운, 찬, 차가운, n : 추위, 냉기, 감기

추운 겨울입니다. 서울은 지난 12월 18일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습니다. 다행이도 지하철과 버스 등 각종 교통수단과 따듯한 집, 그리고 옷이 있어서 오랜 시간 추위에 떨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옛날에 태어났으면 하루 일을 마치고 집까지 이십리 길을 걸어야 했을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참 고되다는 느낌이 옵니다. 옛 사람들은 추위에 ‘동장군’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추위를 경계하였지만 현대의 우리들은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에서 스마트 폰으로 인터넷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저녁을 먹자는 약속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약속 장소를 스마트폰으로 알아보고 식당이나 까페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대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아침에 마스크를 쓰고 나가야 합니다. 각종 공공시설 및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손잡이나 문고리에 손이 닿았다면 알콜로 손을 씻어야 합니다. 우연이라도 재채기 하는 사람이 보인다면 조용히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하루 8번 손씻기는 기본이고, 집에 돌아왔다면 샤워는 필수겠죠. 신종플루에 걸리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은 어떨까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은 친구들과의 이메일이나 메신저로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나누고 싶은 그림이나 음악, 시 등의 저작물도 사적으로만 주고받을 수 있을 뿐입니다. 덧글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게시판에 저작물을 올리면 더 이상 인터넷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폰을 들고 있어도 즐길 수 있는 것,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돈이라는 대가를 지불 한 것이거나 건전한 것뿐입니다. 미네르바를 필두로 그 많은 이들이 처벌받고 게시물을 삭제당했는데 굳이 모험할 필요는 없겠죠.

겨울이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신종플루와 인터넷 위축효과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질병과 범죄와 악의 근원을 뿌리 뽑겠다며 안심하라고 합니다. 신종플루에 걸릴까봐 걱정하는 이들에게 정부는 그저“믿어 달라”고 외칩니다. 소아용 타미플루 재고량‘0’의 정부를 어떻게 믿어야 할까요? 이런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 글을 작성하는 네티즌들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습니다. 인터넷으로, 스마트 폰으로 비판은 하지 말고 그저 쇼핑만 하라는 정부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요?
옛 사람들이나 현대인이나 겨울이 추운 것은 마찬가지겠습니다만, 2009년 대한민국의 겨울은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춥습니다. 추운 겨울, 건강하게 잘 견디고 우리 모두 따듯한 봄, 다시 만납시다.

 

 

2009-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