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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사> 10년을 돌아보며, 10년을 시작하며…

By 2010/08/2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10년을 돌아보며, 10년을 시작하며…

이제 인터넷은 우리들이 숨 쉬고 소통하고 행동하는 삶과 투쟁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정치적 의사소통의 통로가 막힐 때면 스스로 의제를 설정하고 정치적인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이며, 더 나아가 조직하고 행동하는 공간입니다. 촛불투쟁은 이러한 삶과 투쟁의 한 공간으로서 인터넷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찍이 80년대 말부터 사회운동과 노동조합운동에서 정보통신을 이용한 조직, 선전활동이 시작되었고, 96~7년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저지 노동자대투쟁에서 통신지원단의 이름으로 함께하던 정보통신운동 역시 같은 궤도에 있습니다.

96~7년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저지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우리는 PC통신과 인터넷이 노동자, 민중의 투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회운동단체들과 활동가들이 ‘사회운동의 정보화’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네트워크’의 기치아래 ‘진보네트워크센터’ 건설에 나섰습니다. 지난 10년의 시작이었습니다.

흘러온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에 정보통신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학교를 갓 나온 초창기 활동가들이 이제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중견활동가 대열에 들어섰으며, 반면 새로운 젊은 활동가들이 이제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인터넷 운동을 제안하고 추진하고 자리를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셨던 김진균 선생님께서 지금은 우리 곁에 안 계신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난 10년, 모뎀으로 통신에 접속하던 시절은 이미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이제는 인터넷과 언론이 결합하더니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고 인터넷과 손전화(모바일)가 한 몸이 되는 시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진화하는 만큼 편리해졌다고 하나 그만큼 위험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이 아고라를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감시가 그만큼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그간 좌표를 잘못 잡아서, 더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해서,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10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자책도 많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오디오 생중계를 처음으로 시도했던 98년 민중대회, 부족한 서버탓에 몇 날 며칠 밤을 지새웠던 99년 지하철노동자 파업,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경찰의 폭력을 전 세계에 폭로했던 01년 대우자동차 노동자의 정리해고 반대투쟁, 경찰의 서버 침탈을 막아내며 지켰던 02년 발전노동자의 민영화 저지투쟁 등 그동안 함께 투쟁해온 세월에 대한 뿌듯함은 남아있습니다. 정보인권의 기치 아래 네이스 반대투쟁에 함께하였고, 정보의 독점이 아니라 정보공유의 기치아래 한미FTA 체결 저지투쟁도 함께 해왔습니다. 아울러 작지만 뉴스, 블로그, 웹메일, 메일링리스트, 웹호스팅으로 형성된 진보적인 공동체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10주년 백서는 지난 정보통신운동의 성과와 반
성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최근 인터넷 검열, 감시, 통제를 위한 법안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넷이 더 이상 자유와 대안의 공간이 아닌, 감시와 통제의 공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그러나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투쟁은 정보통신운동의 새로운 10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합니다. 생활의 공간이든 주거의 공간이든 다양한 공동체들이 숨 쉬고 소통하고 행동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가는 네트워크로서의 가능성을 여전히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진보넷 10주년 백서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고자 하는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그간 진보넷 10년은, 한결 같이 후원과 지원을 아끼시지 않았던 회원과 자원활동가, 그리고 힘이 부칠 때면 어깨를 걸고 함께 해왔던 노동운동, 사회운동이 있어 가능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언제나 그랬듯 소통하고, 토론하고, 부대끼면서 나아가겠습니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