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표현의자유

천안함 괴담

By 2010/07/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소위 ‘천안함 괴담’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말, 경찰과 검찰이 천안함 침몰사고와 관련해 괴담으로 지목한 것은 희생 장병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하는 행위였다. 5월11일 동아일보가 <2008년 광우병 괴담, 2010년 천안함 괴담>이라는 사설에서 적시한 괴담은 천안함 좌초설·기뢰설·오폭설이었다. 중앙일보는 5월25일자 기사에서 합조단 발표 조작설, 미군 공격설, 선거 겨냥한 북풍설, 서해 침투 조작설을 괴담으로 분류하였다.

‘괴담’이란 괴상한 이야기, 즉 보통과 달리 괴이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의미한다.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암시를 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까지 국내외적으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수많은 의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반 시민이 그 원인에 대하여 이러저러하게 추정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위이다. 계속된 말 바꾸기로 군과 정부가 신뢰의 위기를 스스로 자초해 온 터였다. 당연한 의혹을 괴담으로 몰아가는 권력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실소조차 삼가게 되는 이유는, 수사 당국이 정색하고 형사처벌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6월24일 검찰은 천안함 관련 허위 사실을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유포한 혐의로 10명의 시민을 형사기소 했다. 이들이 형사 기소된 이유는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로 친구나 지인에게 “전쟁이 발발하여 긴급 징집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공소 사실을 중차대하게 발표하며 이들을 대역죄인처럼 다루었다. 친구들에게 전쟁이 났다는 장난 문자를 보내면, 상대 친구들은 물론 무척 놀랐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보낸 악의 없는 장난 문자까지 형사처벌로 다스려야 할까.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지난 5일에는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대학생이 구속됐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인터넷으로, 유인물로, 발언으로 정부와 다른 주장을 제기한 네티즌과 학생, 시민, 심지어 전문가들도 줄줄이 형사처벌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사실적 표현에 대해서는 허위의 통신이라 하고, 의견에 대해서는 적을 이롭게 했다며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거나 공직선거법 위반을 들이민다. 사실적 묘사이건 의견이건 간에 정부의 발표에 토를 다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수사를 넘어서서 여론 통제에도 적극적이다. 천안함 관련 게시물에 대해 경찰이 방송통신심의원회 등 유관기관에 심의·삭제를 요청하고 수사처리하는 엄단 방침을 내렸던 사실이 최문순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경찰청은 포털사이트에 천안함 관련 모니터링 강화 및 삭제를 요구하고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이것이 검열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러한 경찰의 방침에 부응하여 천안함 관련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 통신심의규정 제8조 제3항에 명시된 ‘기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심의 과정에서는 심지어 이들 게시물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가 등장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수사 당국과 정부의 입맛에 맞는 검열을 자행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 자신이 속한 국가 공동체의 정부에 대하여 어느 한도까지 비판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그 한도가 거의 없다. 민주주의는 때로 국민의 여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권을 넘어 민주주의의 초석이라 일컬어진다. 이 정부 들어서는 이런 상식이 위협받고 있다. ‘광우병 괴담’으로부터 미네르바를 거쳐 ‘천안함 괴담’까지, 그로테스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야말로 역사 속의 괴담으로 남지 않을까.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2010년 7월 7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