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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할 필요성에 대해

By 2004/01/02 No Comments

정책제언

김석연

중앙선관위는 최근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 중 선거법 개정안에는 원칙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선거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내용 등 선거법 개정안이 문제가 많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현역의원들은 대체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인터넷 선거운동,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위협해

현역 국회의원들이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해 보이는 부정적 반응은 인터넷 선거운동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지도가 앞서 있는 현역의원들로서는 자기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상대후보가 유권자와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이나 통로를 최대한 제한하고,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적게 갖도록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인터넷과 같은 저비용의 쌍방향 매체에 의거한 선거운동이 허용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후보자가 유권자와 접촉할 수 있게 되고, 유권자들 사이에 후보자에 관한 모든 정보들이 축적되어 유통되게 되며, 나아가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여론형성까지 가능해지게 된다.
인터넷이 가지는 위력은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 때에 확인된 바 있다. 조직이나 자금력 면에서 열악했던 노무현 후보가 인터넷에 기초한 노사모와 같은 자발적 지지조직의 지원에 힘입어 객관적인 열세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것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이 자유로이 허용되지 않았을 때조차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 것을 보면서, 현역의원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할지라도, 사실 내심으로는 현역의원들 상당수가 인터넷 선거운동의 허용을 반대하고 싶어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대방의 인지도를 최소화시키는 대신, 자신들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조직이나 자금동원력을 이용하여 손쉽게 선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선거, 유권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한 통로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두려움은 또한 기존 보수정당들이, 일방적으로 의제를 선정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의 여론형성기제가 파괴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도 유래한다. 방송이나 신문과 달리 기성 정당들이 자신들의 주장 이외의 여러 가지 주장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통제할 수 없는 인터넷은 그 자체로 두렵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벌였던 낙선운동에 대해 국민들은 폭발적인 지지를 보낸 반면 정치권은 대체로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준 바 있다. 그 때와 다름없이 국민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만약 인터넷을 이용한 광범위한 낙선운동이 전개된다면 물갈이 여론이 높아지면서 대체로 신인들에게 유리하고 현역의원들에게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나아가 인터넷 선거운동은 지역주의에 기초한 현재의 선거구도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지역주의에 의지하고 있는 의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결국 현역의원들이나 기성정당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선거운동의 허용에 대해 부정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유권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의 허용을 갈망할만한 요인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속한 정당의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싶어하고,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 등 인격에 관한 정보와 전문성 등 경력에 관한 사항도 제대로 알고 싶어한다. 후보자의 구체적인 공약내용이나 그 공약의 실현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투표하고 싶어한다.
또한 단순히 이러한 알권리의 충족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등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의 확대도 원한다. 이를 통해 단지 선거일에 수동적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존재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정치참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만 나타나서 간을 빼줄 것처럼 아부하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아서서 자신의 이권을 열심히 챙기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매우 높다. 제대로 일하지 않고 제 잇속만 차릴 것 같은 국회의원들은 사전에 걸러내고, 정치인들이 아닌 유권자들 스스로가 선거에 관한 여론을 형성하며, 국회의원들이 도둑놈처럼 느껴지거나 국민 위에 군림하지 못하게 하고 싶은 요구, 국회의원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하게 만들고 싶은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가장 저비용의 가장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은 바로 인터넷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선거운동은 정치개혁의 하나!

지역주의에 기초한 조직선거는 돈이 많이 든다. 여기에 현역의원들의 인지도와 자금동원력이 가세되어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구성한다. 최근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통해 엿볼 수 있듯이 우리의 정치구조는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을 기초로 유지되는 고비용의, 그러나 매우 저효율적인 구조이다.
국민들은 대선자금의 전모가 밝혀지고 나아가 이를 통해 정치권의 빅뱅이 초래되기를 원하지만, 여전히 칼자루는 국회의원들이 쥐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멸망을 재촉할 정치권 빅뱅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만, 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도입, 정치자금의 투명화, 인터넷 선거운동의 허용 등과 같은 정치개혁을 위한 조치들이 실현되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싸워야만 할 것이다.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