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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국가 도메인은 ‘.kr’, 북한의 국가 도메인은 ‘.kp’{/}북한의 국가 도메인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오병일

남한의 국가 도메인이 ‘.kr’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북한의 국가 도메인은 무엇일까? 북한의 국가 도메인은 ‘.kp’다. 하지만 현재 .kp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도메인을 비롯한 인터넷 주소자원을 관리하는 국제기구인 국제주소자원관리기구(이하 ICANN)로부터 .kp 관리에 대한 위임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도메인 관리를 IANA로부터 위임받아 국내에서 운영

북한의 국가 도메인이 .kp인 것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각 국가의 코드표를 규정하고 있는 ISO 3166-1 목록에 북한의 코드가 KP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ICANN 이전에 주소자원관리를 맡았던 인터넷할당번호관리기관(이하 IANA)은 각 국가에 국가 도메인을 부여하면서 자신이 정하지 않고 기존에 ISO에서 정한 코드를 가져다 사용하였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에 결부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당시 IANA는 각 국가의 도메인 관리를 해당 국가내의 신뢰 있는 사람(혹은 기관)에 위임했고, 남한의 경우는 1986년에 한국과학기술원 전길남 교수가 위임받았다. 이러한 위임을 통해 국가 도메인과 관련된 정책은 위임받은 사람의 책임 하에 각 국가의 인터넷 공동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도메인 정책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주소위원회에서 맡고 있는데, .kr 아래에 어떠한 2단계 도메인(co, or, pe 같은)을 생성할 것인지, 등록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한 사항들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각 국가의 도메인이 누구에게 위임되었는지는, 즉 각 국가 도메인을 누가 관리하고 있는지는 IANA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www.iana.org/cctld/cctld-whois.htm를 참고)

250개국 중 ‘북한’과 ‘서 사하라’만 국가 도메인 위임 못받아

그런데, 현재 250개국 중에서 단 2개국이 위임을 받지 않은 상태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이며, 다른 하나는 서 사하라(Western Sahara)이다. 북한이 .kp 도메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의 신뢰할만한 기관이 IANA에 국가 도메인의 위임을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IANA에서 신청자가 정부의 지지를 받고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서 위임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위임 신청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북한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다만, KAIST 전길남 교수는 다음과 같이 추측하고 있다.
“북한 내의 관련 기관 수준에서는 상부의 정치적 결정 없이 신청하기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ICANN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으므로, 매우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 내의 상층부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는 북한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는 문제이다. 아마도 네트워크 보안 문제 등에 대해서 북한이 확신을 갖게되면 .kp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전망된다.”

미국주도의 ICANN 운영에 따른 정치적 이유와 보안문제가 관건

IANA가 그냥 북한 정부에 위임을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IANA 역시 어떠한 국가 도메인을 하향식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 해당 인터넷 공동체의 요구에 의해 위임을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즉, 현재로서는 IANA도 북한 정부도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떠한 도움을 주기에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남한 정부와는 일정한 정치적 긴장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언제쯤 북한이 .kp를 이용할 수 있게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KRNIC은 북한에 KPNIC이 구축된다면, 국가 도메인 관리와 정책 수립의 경험을 먼저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