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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북킹! 비정상인들

By 2010/06/1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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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인들

      

: 1974~1975,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의 강의
       미셀 푸코 저, 박정자 역, 동문선, 2001

비정상인들

권력은 그로테스크하다. 네로에서 히틀러에 이르는 추악한 권력 그리고 오늘날의 관료제에 이르기까지, 권력은 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처럼 너덜거리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권력이란 아무 것도 아닌 것 가운데서 만들어져야 되기 때문이 아닐까. 펼쳐짐들 가운데서 있지도 않은 시원을 찾아야 하고, 진실에의 의지를 가지고 진실을 생산해내야 하기 때문에, 권력은 우스꽝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저 당장의 질문을 모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료제라는 종이괴물, 그 허둥거리는 자기합리화는 얼마나 웃긴가? TV에서 토론장에서, 또 청문회에서 언제나 땀을 뻘뻘 흘리며 똑같은 말 ─예컨대, 미비한 점은 조사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관리의 모습이란 언제나 웃기지 않은가? 그는 "천박하고 형편없으며, 아둔하고 경박하며, 우스꽝스럽고 너덜거리고, 초라하고 무기력"하다. 그러나 푸코는 권력이 웃긴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해서 별 볼 일 없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그것은 권력이기 때문에, 진실의 생산자이기 때문에, 웃긴 것이다. <비정상인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싸이코패스’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그 계보들을 추적한다. 또 ‘싸이코패스’라는 진실을 생산함으로써, 권력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1975년 프랑스에서 말해졌던 푸코의 언설이, 비록 지금─우리의 현실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진단해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범죄─인을 전시함으로써 권력의 그물망을 더욱 촘촘히 하고 또 거기서 다시 범죄가 재생산되는 지금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하는 우리의 운동은 <비정상인들>에서 하나의 출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10-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