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서낭신께 빌고 또 빌어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박석준의 컴퓨터 앞의 건강

박석준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다. 원래 종교는 삶을 살리는 운동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을 살리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인류 전체를 살리는 것이 종교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종교가 인류의 통합과 화합보다는 분리와 투쟁의 근원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 각 종교의 교리나 의식은 제각각이어도 거의 대부분의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동작이 있다. 그것은 합장(合掌)이다. 두 손을 마주대고 가슴 앞에 모으는 동작이 어떻게 해서 공통의 동작이 되었을까.
우리는 고개를 잘 숙인다. 처음 만나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도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을 때도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말로만 인사하는 것을 우리는 건방지게 본다. 이에 비해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비굴한 행동으로 본다.
충분히 서로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이런 차이는 대부분 역사적인 생활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고 또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개와 고양이처럼 서로를 경험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민족이나 사회마다 습관이 다른데도 왜 합장하는 것만은 공통적인 것일까. 여러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두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두 손을 맞대면 그 사람은 어떤 공격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싸움을 하려면 마치 권투선수처럼 두 손을 벌리고 있어야 하는데, 두 손을 맞대면 공격을 포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를 상대에게 온전히 맡김은 물론 나아가 상대와의 합일을 꿈꾸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한데 그것은 의학적인 것이다. 오른손과 왼손은 각각 음기와 양기를 대표한다. 그래서 두 손을 모으면 온몸의 기가 합쳐져 잘 돌게 된다.
자, 이제 두 손을 맞대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해 보자. 우리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한 곳을 봄으로써 망가져 있는 눈과 머리를 다시 제 자리로 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두 손을 모으고 열이 날 때까지 비빈다. 손바닥이 뜨겁게 느껴지면 그 손바닥으로 먼저 이마를 씻는다. 오른손, 왼손, 번갈아 가며 눈썹부터 머리카락이 난 곳까지 천천히 씻어 올린다. 손바닥의 열기가 식으면 다시 비벼서 이마를 씻는데 이마에 열기가 느껴지면 다 된 것이다.
다음은 눈이다. 마찬가지로 손을 비벼 열기가 느껴지면 눈을 씻는다. 오른손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왼손은 반대로 눈을 약간 누르듯이 하면서 번갈아 눈을 씻는다. 그 다음은 뺨. 오른손은 오른쪽 뺨, 왼손은 왼쪽 뺨을 동시에 코 있는 안쪽에서 귀 있는 바깥쪽으로 씻는다. 목에 잔주름이 생겨 고민인 사람은 목도 씻는다. 이때는 턱에서 가슴 쪽으로 씻어 내린다. 귀는 바로 손바닥으로 귓바퀴 전체를 비비고 코는 양 손의 검지와 중지로 콧마루를 중심으로 비빈다. 역시 열이 느껴지면 된다.
이상은 <동의보감>에서 제시하고 있는 장수를 위한 도인법이다. 장수만이 아니라 한번 두 손을 비벼 얼굴을 씻어보라. 첫째 정신이 맑아진다. 눈과 귀가 밝아지고 코는 냄새를 잘 맡게 된다. 이마의 잔주름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얼굴 전체가 반짝반짝 빛난다. 혹시 아는가. 이 방법을 써서 예뻐지면서 장수까지 하게 될 줄을.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