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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정과 수출규제로 첨단컴퓨터장비 마련 어려워,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북한의 정보통신현황, 어디까지 왔나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오병일

북한도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지, 북한에서는 어떠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는지 등, 북한의 구체적인 정보통신 활용 현황에 대해서는 국내 일반인들에게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올해 12월에 개최될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나 국제주소자원관리기구인 ICANN과 같은 정보통신 관련 국제 무대에 북한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서로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원활한 교류가 가능하다고 했을 때, 이날 토론회에서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이 ‘북한의 정보기술 현황’에 대해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있다. 박총장은 정보통신관련 남북 학술 교류 등에 참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정보통신 현황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 해킹기술은 미국 중앙정보국 수준

박찬모 총장에 의하면, 북한 역시 1988년부터 정보 과학 및 정보 산업 분야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사정과 공산권 국가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등으로 첨단 컴퓨터 장비를 들여오는 데 곤란을 겪었으며, 이에 따라 하드웨어 개발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수준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콤퓨터기술대학 등의 대학과 조선과학원, 평양정보쎈터(PIC), 조선콤퓨터쎈터(KCC), 은별콤퓨터기술연구소(지금은 KCC에 통합) 등의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들에서는 보안, 의료, 사무, 콘텐츠, 오락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매년 ‘전국프로그람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독자적인 워드프로세서를 갖고 있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평양정보쎈터’가 개발한 ‘창덕’ 워드프로세서이다. 이외에도 북한의 보안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여서,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해킹기술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보안과 통제 문제로 국제 인터넷망에 연결 안돼

하지만, 북한의 통신기술 분야의 발전은 낙후되어 있으며, ‘공식적으로는’ 국제인터넷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은 인트라넷 형태로 내부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kp 도메인을 사용하여 웹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전자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com 이나 ..jp 도메인을 사용하여 북한 정보를 제공하는 몇 개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인터넷망에 연결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때문이 아니다. 북한이 이미 수년 전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인터넷 연결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국가적으로 인터넷 활용을 막고 있는 것은, 정치적인 요인이 크다. 즉, 외부의 해킹 위협으로부터 보안을 보장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보안’의 문제와 ‘인터넷 콘텐츠의 통제’ 문제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인트라넷과 방화벽 연구가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조만간 국제인터넷망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 교류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

정보통신 영역에서 남북한 민간 교류는 그동안 나름대로 진척을 보여왔다. 1994년부터 몇 차례 ‘Korean 컴퓨터 처리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으며, 1996년에는 남북 및 중국 대표단 간에 정보처리 용어 통일안, 자판 배치 공동안, 우리글자 배열순서 공동안 및 부호계 공동안에 합의를 보기도 했다.
다른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민간 차원의 교류와 같이 정보통신 영역에서의 남북한 민간 교류 역시 문화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간 교류의 폭이 정치적 분위기에 의해 상당 부분 제한이 되는 만큼, 정치적 차원에서 남북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민간 차원의 교류도 제자리를 맴돌 우려가 있다. 또한, 그럴듯한 명분과 달리 북한을 하나의 새로운 시장으로만 바라보는 관점 역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반도 인터넷 교류를 지속하기 위해 ‘한반도 인터넷 교류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