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진보네트워크센터 설립 5주년…기술에서 정책까지, 앞으로 정보통신운동의 방향은{/}지나온 5년, 앞으로의 5년을 생각한다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좌담

서현주

오병일(이하 사회): 진보네트워크센터(이하 진보넷)를 설립한 취지는 사회운동의 독립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사회운동단체가 독자적인 서버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사회운동의 네트워크가 분산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보는가.

운동을 지원하는 독립네트워크에서 정보통신운동단체로

박준우(이하 박): 사실 자체서버를 가지고 있는 단체들은 운영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안정적이지 못하다.
자기 단체의 서버만 운영하는데도 힘이 든다. 기술진을 따로 둘 수 없어서 시민행동의 경우, 자원활동가들이 서버 운영을 비롯한 기술적 업무들을 지원한다. 웹마스터가 한 명 있지만 자기 운동의 전망을 기술 부문에서 찾지 못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용근(이하 이): 개별 단체들이 서버를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낭비일 수 있다. 서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호스팅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 전문가도 있어야 하고. 그런 점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단체들끼리 공동으로 서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진보넷이 정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물론 진보넷 하나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단체가 여러 개 늘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이하 노동넷)도 동영상 스트리밍을 중심으로 서버를 구축하고 호스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요즘 들어 자체 서버를 구축하려는 단체들에게 함께 공동 서버를 구축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하게 서버를 구축하고 사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구축하는 것까지 추진되면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다.

박 : 최근 사회단체 홈페이지들을 보면, 동영상 서비스 등의 미디어화 경향이 강화되거나 블로그나 커뮤니티 서비스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높은 사양의 인프라와 기술적 측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 부분들도 개별 단체의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김지희(이하 김): 보안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경찰 등에서 이용자들의 정보를 요구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진보넷이 물리적으로 독립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한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이 : 노동운동은 정부와의 싸움이 치열할 때가 많다. 자본과의 싸움도 일상적으로 벌어지는데 독립된 인프라가 없다는 건 각종 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걸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넷을 통해 독립된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전노조 싸움이다. 그리고, 예전에 사이버 시위 중에 정보통신부 서버가 다운된 것 때문에 사이버 수사대가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독립된 인프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사회: 사회운동 네트워크라고 했을 때, 단지 물리적인 의미만이 아니라 사회운동 내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연대하는 것을 모색했다. 이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 노동넷과 여성마당을 조직하신 분들이 참여하셨는데, 성과와 실패는 무엇이고, 또 변화하고 있는 인터넷 지형 속에서 지금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듣고 싶다.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 보는 정보통신운동 필요해

시타(이하 시): 저는 98년에 참세상 이용을 시작했는데, 여성들에게 특화된 플라자인 ‘여자 만세!’ 게시판에서 여성 이용자들과 만나게 되고 열성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여성자료실 구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여성네트워크라 할만한 ‘여성 마당’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은 진보넷에 대해 해답을 찾지 못하겠다. 이름이 ‘진보네트워크센터’인데, ‘진보’가 뭐고, 누구를 ‘네트워크’하며, ‘센터’를 자처하는 역할과 효과는 무엇인가. 세 가지 다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문제화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 여성마당이 만들어지고 한 동안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진보넷’ 안에서 ‘여성’ 정체성을 갖고 만나 거주하는, 소규모이긴 해도 커뮤니티 같은 기분으로 번개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이용자들이 집단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진보넷’이 실제로 보여주는 ‘진보’의 틀 바깥에 있는 여성(운동가)들이 온라인에서 다른 방식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고, 나 역시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 가령 여성주의 시각을 기본으로 하는 ‘언니네’에서 기술지원을 하는데, 왜 진보넷에서 방송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가 라는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건 ‘누구와 만나려고 하는가’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웹 호스팅이나 BBS 등 서비스 차원에서 뿐 아니라 정보통신운동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젠더 관점에서 시각이 재구성될 경우 정보통신운동의 이슈 역시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여성주의 시각에서 정보통신, 정보인권을 보면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라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 : 노동넷은 현실 노동운동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하는 실용적인 활동에 치중해 왔다. 요즘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운동성을 살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생각한다. 우선 노동 정보를 공동으로 집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의 운영과, 체계적인 미디어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센터, 가령 노동자의 독립적 언론 역할을 강화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노동넷도 정보통신 이슈들에 함께 결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사회 : 시타씨 얘기와 관련해서 두 가지 점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진보넷이 모든 운동을 포괄해야 하는가. 예컨대, 언니네가 잘 되면 좋은 것이지, 꼭 모든 운동영역이 진보넷 안에서 소통해야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둘째는 진보넷이 과연 올바른 관점을 가지고 정보통신운동을 수행하고 있는가. 우선 첫 번째 문제부터 얘기해보자.

김: 지금 진보넷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에 방점을 찍어야할지 자기 위상을 잘 못잡고 있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진보넷은 확실히 사회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단체로 성립됐다. 그런데, 정보통신운동으로 확산되면서 양쪽 부분이 혼동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현재 참세상 방송국까지 포함해서 각각이 독자적인 단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포괄하고 있는데, 뭔가 다양한 것이 중첩되어 있고 이것을 통합할 수 있는 어떠한 위상을 가질 것인지 아니면 어느 정도 조직이 분산화되는 것을 선택할 것인지 기로에 있는 것 같다.

박: 분산화되고 영역이 나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곳을 봐도 최근 경향은 거대한 운동이 잘 안되고, 규모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미디어들은 결국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고 사람들도 자기 목적에 따라 그렇게 모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진보넷의 타겟 대중은 누굴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 현장운동이 따로 있고 그것을 도와주는 운동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호스팅이라는 것도 누구에게 어떠한 것을 호스팅 하는가 자체가 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다만, 내가 아까 제기한 것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했을 때에도 어떤 특정한 세계관을 전제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진보넷은 정보통신부나 경찰의 수색으로부터 이용자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검열 이외에는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여성들은 경찰이라도 가해자를 잡아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굉장히 다른 계급이나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자본과 국가와 맺는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관점만으로 바라본다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자의 첫 번째 질문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그런 질문 자체가 제기되지 않는데, 이는 노동운동을 한국 사회운동들의 ‘중심’으로 간주하는 입장을 진보넷이 암묵적으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정보통신운동이라고 불리는 많은 이슈들이 있지만, 그 이슈가 누구의 시각에서 선택되고 해석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이: 진보넷의 기술적 지원 역할과 정보통신 정책 활동이 기능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극단적으로 서버의 운영과 정책 부분이 별개의 단체로 분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술도 정치성이 없는 기술이 없듯이 두 가지를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하는 것을 사회운동 단체가 주장은 할 수 있지만, 정작 스스로 사이트를 운영하면서는 간과하기가 쉬운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게시판 원칙같은 모델들을 만들어내고, 원칙을 환기하고, 그것을 위한 기술도 제공하는 역할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 아까 정보인권에 젠더적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고 했는데, 본인은 정보인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시: 큰 질문이지만 단순히 얘기하자면 이런 것이다. <네트워커> 안에도 ‘인터넷의 세상에서 당신은 자유로워야 한다’라는 슬로건이나 정보인권의 이슈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걸 볼 때마다 ‘무슨 뜻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항상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한사람의 이용자로서 이 말이 나한테는 너무나 먼 얘기다. 그 슬로건에 등장하는 ‘당신’이라는 호명은 성별, 성(性)정체성, 인종, 계급, 장애, 국적 등에 따라 네티즌으로서의 현실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인권이라고 했을 때,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이슈화하느냐에 있어서 이미 젠더 시각이 결여된 판단들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경영정보시스템을 다룰 때, 우리가 경영자 입장에서 쓰진 않는다. 노동자 입장에서 쓴다. 어떠한 콘텐츠를 다루어야 하겠다고 뽑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진보넷의 성향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관점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고, 또 고정된 것이 아니다. 진보넷이 정보통신 이슈를 지적재산권, 프라이버시 등 몇 개의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역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사회: 정보운동의 담론이나 주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젠더적 시각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과 함께, 또 하나는 꼭 젠더적 시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보통신운동의 이슈들이 실제 대중들이 느끼는 감성이나 문제의식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으로 보인다.

대중의 감수성에 맞는 이슈 개발과 운동방법 찾아야

시: 그 ‘대중들’도 동질적 집단이 아니다. 굉장히 다른 사람도 있다. 그런 대중의 다름을 어느 정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반영하고 있느냐를 말하는 것이다.

박: 사실 정보사회를 바라보는 진보넷의 관점을 잘 모르겠다. 진보넷 활동가들이 쓰는 말 중에서 진보넷답게 느껴지는 말은 ‘망의 공공성’이었다. 하지만, 이슈에 대한 활동을 보면 혼동이 올 때가 많은데, 진보넷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 자신이 분명해져야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김: 지적재산권 문제나 개인정보 문제 같은 여러 이슈들 사이에서 충돌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진보넷이 어디에서도 충돌이 나지 않게 딱딱 구비되어져서 완성품으로 있느냐, 사실 아니다. 예컨대, 기술 쪽에서는 관심이 있는 기술정책이 있는데, 여기에 힘쓸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슈에 힘을 쓸 것인가 하는 자원분배에 있어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최근 1~ 2년 동안 활발하게 이슈를 제기하고 활동하는 걸 보면서, 제한된 역량으로 그렇게 많은 영역의 목소리를 낼까 하는 경이로움이 있지만, 한 편에는 불안감도 있다.
워낙 정보 사회가 급격하게 진행돼 왔는데, 진보넷과 소수의 활동가들에게 그 짐이 맡겨져 왔고,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심정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내부역량도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정말 중요한 맥이 무엇인지 한번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비슷한 세가지 이슈가 있을 때, 그 중 한가지가 진행되면 나머지 두 가지는 따라오는 경우가 있다. 3년 전에 정보통신검열반대운동이라는 축에 집중하면서, 관련된 것들에 영향을 미치고 확대돼 나갔듯이, 지금 정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것을 잡아내는 것은 현실 운동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활동가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래서 현실운동에서 반발 정도 빠져있는 그룹을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일종의 연구소 같은 것 말이다.

사회: 진보넷에 대한 평가와 정보통신운동 전반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다. 진보넷만이 모든 정보통신 이슈를 다뤄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노동감시문제 같은 경우, 노동조합에서 더 관심을 갖고 대응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젠더 문제는 여성단체에서 할 수 있고, 교육과 관련된 것은 교육단체에서 할 수 있다. 이렇게 지평이 점점 더 넓어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큰 틀에서 정보통신 운동이 나가야할 방향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된다.
지금은 각자 서있는 위치에서 정보화로 인한 여러 문제에 대해 자기활동을 스스로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진보넷도 우리의 대중은 무엇이냐, 정보통신 노동자가 우리 대중이냐,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김: 정보통신운동이라면 <네트워커>가 대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대중이 되는 거다. 정보통신기술이 다양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상황과 관계가 있고, 그에 따라 이런 저런 입장과 활동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네티즌이라는 표현이 있다. 네티즌이라는 것이 인터넷이나 넷을 이용하는 사람을 칭하는데, 우리가 네티즌을 보통 의미 있게 말할 때는 인터넷 안에서 적극적인 표현행위를 하는 사람으로 본다. 이런 그룹들을 우리가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보면 어떨까 싶다. 진보넷도 인터넷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을 사이버 활동들을 벌일 수 있는 층으로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박: 어떤 운동의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대중이 되고, 주체가 되는 거라고 본다. 예를 들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싫다고 하면 이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르게 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정보통신운동이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감수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이: 폐인이라는 말을 하는데, 왜 진보넷 폐인은 없는지… 폐인과 같이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진보적인 활동 그룹을 만드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거다.
과거에는 인터넷 내에 일반적인 매니아 층과 진보적인 층이 있었고, 그 기축에는 진보적인 동호회가 큰 역할을 했다. 네트워크 안에서 여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작년에 그 역할을 하긴 했지만 조직화되진 않았다.
현실운동보다 인터넷이 더 보수적이 안 된다는 보장이란 없는 거고, 그런 점에서 정보화사회에 대한 이슈화와 함께, 여론의 향방을 어떻게 진보적으로 형성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운동방식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박: 아까 연구소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거꾸로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해결해 주는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 게 오히려 사람들의 감수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에 대한 답변을 주로 했었는데, 어느 땐가 갑자기 스팸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는 것을 보면서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람들의 감수성을 확인하게 됐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문제를 인식한다. 이 차이를 확인하면, 그에 걸맞는 운동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사회: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지막 진보넷에 바라는 점을 듣고 싶다.

이런 진보넷을 바란다

이: 정보통신운동 1세대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주력이 돼서 진보넷을 만들고, 지난 5년 동안 생각 이상으로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해왔다고 본다. 하지만 좀 더 옆으로 넓게 퍼지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옆에서 어깨 걸고 함께 할 수 있는 단체나 활동가들의 폭을 어떻게 넓힐까 하는 것이, 앞으로 5년 동안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10주년 기념 좌담회 할 때는 여기에 오는 사람들도 많이 바뀌고 풍부해지길 기대한다. 열심히 활동하기 바란다.

김: 단체나 사람이나 나이가 들면 뭔가 다른 다양한 것에 귀를 열어놓는 것이 힘들다. 또 ‘이 단체가 무엇을 위해 활동한다는 쟁점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희박해졌구나’ 하고 느낀다.
변명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어찌됐든 그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진보넷 스스로도 그렇고,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도 굉장히 안타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한 면에서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박: 시민행동도 그렇지만 다들 변화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때인 것 같다. 그런데 논의를 살펴보면, 너무 다르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은 옆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출발하게 된다. 그 사람들하고 함께 얘기하고 그 사람들에게 맞게 하는 방식이 제일 중요했고.

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자기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연대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를 얘기할 수 있다. 그런 논의가 내부에서 정리되면 좋겠다. ‘우리는 센터다’라고 하는 것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어떠한 시각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정보통신운동을 정의해 왔는지에 대해서 내부에서 정리가 되어야 한다. 그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진보넷에서 그런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좋겠다.

사회: 오늘 좋은 이야기 고맙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이용근: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활동가
시타: 참세상 여성마당 전운영자, 참세상 방송국 ‘나름대로어떤음악’ 진행
김지희: 진보네트워크 기술국 활동가
박준우: 함께하는시민행동 활동가

정리: 김창균 / 네트워커::kk0913@jinbo.net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