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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상영: 수렁에 빠진 탕아, 카피랩터의 품에 안기다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이광석 칼럼

이광석

저작권에 죽고 사는 카피랩터들의 잔혹무대 1, 2탄이 부족해, 동시 상영까지 덤으로 가세한다. 일대일 엠피3 파일교환의 이단아, 냅스터가 동시상영 무대의 주인공이다. 갔다고 생각했던 풍운아가 살아 돌아왔다고 야단이다. 예수의 재림 마냥 10월 29일 냅스터는 부활했다. 부활을 알리는 각종 메시지는 냅스터의 전성기를 연상케 한다. 29일 ‘와이어드’(wired.com) 뉴스 서비스에 접속하자마자 냅스터의 마스코트가 브레이크댄스를 추며 사람들의 시선을 이끈다. 같은 날 방송에서도 머리 큰 냅스터가 음악에 맞춰 바람을 잡으며 새로운 온라인 파격 서비스를 받아보라고 부추긴다. 개장에 맞춰 부활 기념 특별 음악 공연도 준비했단다.
또 한번 냅스터의 새 시대인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왕년의 인기는 추억일 뿐, 오늘엔 부질없다. 냅스터가 ‘냅스터 2.0’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과거의 냅스터는 흔적이 없다. 이미 2001년 7월 법원의 판결로 문을 닫았을 때, 그리고 지난 해 9월 파산 신청을 했을 때 완전히 냅스터는 사라졌다. 지금의 냅스터 2.0은 이름만 빌린 빈 껍질이다.
지난 해 11월 ‘6백만불의 사나이’만큼의 돈을 들여 소프트웨어 제작사 록시오가 냅스터를 살려냈다. 과거의 자유로운 파일교환의 정서와 혼은 개봉 후 제거됐다. 살려낸 냅스터는 그저 얼마 전 시작한 애플의 아이튠스(iTunes)를 흉내내 한 곡당 1,100원 정도에 다운받고, 1만여원에 회원서비스를 받는 이른바 온라인 유료 음악 서비스 그대로다. 냅스터 2.0만의 새로움이란 아이튠스보다 1만 곡 정도 더 많은 음악 목록을 지닌다는 판촉뿐이다.
여기에 더욱 꼴사납게, 최근 <오마이뉴스>와 시민단체 웹사이트들의 사내 접속을 차단해 온 삼성전자가 냅스터 명의를 빌려 엠피3 재생기를 만든다고 기웃거린다. 음반업자들의 저작권 공세 속에 무너져 내린 냅스터가 6백만불에 개조되고 삼성전자의 우스꽝스런 판촉 메달까지 단다. 그냥 그저 보냈더라면 인터넷의 자유 정신으로나마 기억될 냅스터가 본전도 못찾고 추한 꼴로 연명한다. 카피랩터들이 냅스터를 고사시키려 할 때 당시 6천만명의 이용자들이 드나들었다 한다. 그후 이용자들은 그누텔라, 모르페우스, 그록스터 등의 파일 교환 장소들로 이합집산 했다. 그리고보면 진정 냅스터 2.0이라 불릴 것들은 당시 피난처지, 지금의 정신나간 홑껍데기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이제 어쨌거나 원하던대로 카피랩터들은 눈에 가시였던 냅스터를 잡아 그 혼을 빼 재기불능의 온순한 양으로 만들었다. 남은 것은 제 이, 제 삼의 신종 냅스터들을 길들이는 방법이다. 강수를 내밀며, 9월에 261명, 이번 냅스터 2.0 개장 다음날 80명을 더 저작권 위반혐의로 기소했다니 당분간 카피랩터들의 유혈 세상이다.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