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표현의자유

안티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 가는 사람들{/}부정을 통해 긍정을 만들어간다!

By 2003/12/2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사이버 테마기행

서현주

다음에서 말하는 사이트는 무엇일까요? 구글 검색창에서 3680개, 다음에는 192개의 카페가 개설돼 있고, 네이버 검색에서는 89개, 드림위즈에서는 84개, 이외에도 각종 검색사이트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이트 주소가 나온다. 자 무엇일까요?
정답부터 이야기하자면 ‘안티사이트’다. 이름에 ‘안티(anti)’나 ‘노(no)’를 달고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이다. 그 중에는 누구나 알만한 곳들도 있지만 ‘저런 것도 안티, 반대하네’ 할 만한 곳들도 있다.

내용도 모양도 제각각, 다양한 안티이슈들

www.police.ac.kr에 의하면, 최초의 안티사이트는 1998년 포항제철로 넘어간 삼미특수강 직원들이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개설한 ‘안티포스코’가 처음이라고 한다.
반대로 최고의 안티사이트를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알만한 ‘안티조선일보’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안티조선 커뮤니티 우리모두(http://www.urimodu.com), 무려 64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조선일보 반대시민연대(http://www.antichosun.or.kr)가 있다. 이외에도 물총닷컴(http://mulchong.com), 조아세(http://www.joase.org), 조선일보반대전국학생모임(http://www.chobanmo.com) 등이 안티조선이라는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곳들이다.
안티로 유명한 곳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안티미스코리아(http://www.antimisskorea.com)다. 사이버행동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더 유명한 안티미스코리아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주최로 매년 안티미스코리아대회를 열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안티사이트들이 있다. 안티급발진사이트, 일본역사왜곡안티사이트, 이모티콘소설안티사이트, 안티피라미드, 안티용산, 안티스팸, 안티불소, 안티미군까지. 다양한 이슈들이 안티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명예훼손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전통적인 의미의 안티사이트는 소비자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특정 물건이나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들이 안티사이트를 개설하고 동호회를 꾸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안티사이트는 ‘anti’나 ‘no’를 접두어로 붙인 도메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야만 한다. 삼성, LG, SK, CJ 등 국내의 재벌 계열사들이 자사와 관련된 안티도메인을 선점하거나 다른 용도로 운영함에 따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티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www.anti-samsung.co.kr’이나 ‘www.anti-lg.co.kr’을 찾으면 링크된 종합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안티사이트가 업체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 사이트를 개설하고 안티활동을 벌였던 ‘안티웅진사이트’가 회사로부터 명예훼손에 영업방해를 이유로 사이트 폐쇄 가처분 신청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10월 24일 "사이트가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운영된 것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피해를 본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사이트 폐쇄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명예훼손은 안티소비자운동만이 아니라, 연예인·정치인·개인을 상대로 한 안티사이트를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지난 7월에는 가수 문희준씨가 명예훼손으로 네티즌 75명과 자신에 대한 안티사이트 3곳을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2001년에는 정치인 이회창을 비방한 게시물을 옮겼다는 이유로 인터넷상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된 이모씨가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다.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은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355명의 네티즌이 명예훼손으로 적발됐다고 한다. 이는 2001년 83명에 비해서 4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이다.
현재 ‘사이버명예훼손죄’는 2001년 7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 개정되면서 신설돼 적용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온라인 명예훼손은 최고 징역 7년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는데, 이는 일반 형법에 따른 명예훼손보다 무거운 처벌이다.

‘안티’를 통한 긍정적 접근에, 부정적 대응 ‘폐쇄’?

안티사이트는 우리사회에 긍정적인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가 구입한 물건이나 기업의 횡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체의 불친절이나 안이한 태도, 상품에 대한 불만 등은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기 전에는 별다른 구제책이 없다. 피라미드나 다단계판매에 따른 피해사례도 법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사이트를 통한 의견표출은 안티 대상에 대한 강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인에 대한 안티사이트운영이 유권자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써 정치인들에게 강한 압박감을 줄 수 있듯이.
그러나 안티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행여 사이트 내의 내용을 누가 볼까 싶어서 폐쇄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에 호소하거나, 도메인 선점을 통해 창구 자체를 없애버리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더 바람직한 문제 해결 방법은 안티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좀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안티사이트에 올라온 내용들을 읽어보고 해결해야할 문제는 대화와 행동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다소 무리한 운영이나 내용으로 인해, 무조건적으로 비판한다며 안티운동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안티운동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사표현일 뿐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강한 긍정의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안티사이트는 잘못된 것에 대해 ‘안티’라는 부정형 언어로 접근하는 긍정적 행동인 것이다.

200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