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이번 해외정보인권은 2025년 7월, 유럽의 시민사회 단체, 학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공개 서한으로,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디지털 규제 체계 단순화 종합입법안(Digital Simplification Package)’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패키지가 인공지능법(AI Act)의 시행을 지연하거나 내용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경각심을 갖고 기본권 보호와 규제의 후퇴를 막아야 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서한은 인공지능법의 시행을 둘러싼 산업계의 로비와 표준화 지연, AI 사무국의 시민사회 배제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며, EU가 그간 쌓아온 권리 중심 기술 거버넌스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합니다. 특히 자문포럼(Advisory Forum) 구성의 미비와 AI 책임법안 철회 등의 사례를 들어 최근의 규제 후퇴 움직임에 대한 시민사회의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 규제의 단순화라는 이름으로 핵심 보호 장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유럽 시민사회의 집단적 대응이자 기본권과 공공 이익을 중심으로 한 기술 정책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목소리입니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도 인공지능기본법의 시행을 앞두고 과태료 조항 유예를 시사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처럼 인공지능 규제를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이 서한의 경고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규제의 실효성도 매우 미약한 기본법조차 산업계 요구에 따라 무력화되려는 현 상황은 기술 진흥과 인권 사이의 균형 있는 접근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줍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인공지능 정책 전반에 있어 기업 중심이 아닌 권리 중심의 체계와 독립적 감시 구조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번역오류는 jinbo.policy 골뱅이 gmail.com 으로 알려주세요.
제목 : AI법안의 지연 및 재개정에 반대하는 공개 공동서한
원문제목 : European Commission must champion the AI Act amidst simplification pressure
원문링크 : https://edri.org/our-work/open-letter-european-commission-must-champion-the-ai-act-amidst-simplification-pressure/
일시 : 2025년 7월 9일
작성 : EDRi
AI법안의 지연 및 재개정에 반대하는 공개 공동서한
우리는 기본권 보호, 소비자 권익 증진, 책임 있는 혁신 촉진에 헌신하는 전문가, 학자, 시민사회단체로서, 향후 제안될 디지털 규제 체계 단순화 종합입법안(디지털 단순화 패키지)의 마련 과정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패키지에는 인공지능법(AI법)에 대한 재검토가 포함될 수 있다고 합니다.
2025년 6월 6일과 24일에 개최된 EU 이사회 차원의 회의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공개 발언 이후, 우리는 인공지능법(AI법)의 시행과 집행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일종의 “시계 멈추기(stop the clock)” 메커니즘을 도입하려는 압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 특히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우리는 특히 최근 확산되고 있는 규제 완화 추세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법(AI법)의 시행을 지연시키거나 법안을 재개정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사람, 지구, 정의, 민주주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EU 법에 명시된 핵심적인 책임 메커니즘과 오랜 투쟁 끝에 획득한 권리들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EU의 ‘단순화’ 정책은 규제 완화(deregulation)를 추진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그 필요성이나 효과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EU의 규제 체계는 인간의 존엄, 자유, 평등, 차별 금지라는 가치와 원칙 위에 세워져 있으며, 기본권과 소비자 보호를 바탕으로 한 개방적 디지털 환경을 지향합니다. 따라서 단순화 작업은 어렵게 쟁취한 법적 보호 장치를 기반으로 해야지, 이를 해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첫 번째 포괄입법안(omnibus proposal)이 환경 보호 장치를 겨냥했다는 이유로 광범위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는 점을 상기합니다. 이에 우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EU 디지털 규제체계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지 말고, 강력한 권리 보호, 더 나은 입법, 법적 확실성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이행과 집행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디지털 단순화 패키지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알려진 법들은 EU의 기술 및 혁신 접근 방식이 기본권, 소비자 보호, 안전, 신뢰에 기반하도록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인공지능법(AI법)은 이러한 EU의 비전을 구체화한 중요한 법안으로, 식별된 위험에 따라 일부 유형의 인공지능을 금지하고 다양한 안전장치를 도입함으로써 기본권과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EU 디지털 규제체계 전반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경험은, 제안된 개정의 범위가 초기 목표를 훨씬 넘어서 공익을 훼손하고 기본권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첫 번째 포괄입법안(omnibus package)은 EU 기업 지속가능성 법의 적용 범위와 효과를 크게 약화시켜 그 핵심 취지를 훼손했으며, 이로 인해 절차적 문제에 대한 유럽 옴부즈맨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GDPR(일반개인정보보호법)의 재개정 제안 역시 기본권을 위협하고 핵심적인 책임 메커니즘을 후퇴시킨다는 이유로 강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표적을 좁힌 일부 개정”이라 하더라도 디지털 규제체계에 대한 개입은 입법의 정신에 반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기본권을 후퇴시키고 권리를 존중하는 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유럽의 의지를 의심하게 만들며, 법적 확실성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공지능법(AI법)의 재개정이나 시행 지연보다는, 법의 전면적인 이행과 적절한 집행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촉구합니다. 현재 이미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과제들만으로도 AI법의 본래 취지를 약화시킬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표준화 절차(Standardisation process)와 범용 AI 실천규범(GPAI Code of Practice)과 같은 핵심 이행 절차는 오랫동안 산업계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산업계 일각이 표준이 제때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AI법 시행을 “멈추자(stop the clock)”고 주장하는 것은 특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정작 이러한 지연의 주된 책임이 산업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GPAI 실천규범(GPAI Code of Practice)은 인공지능법(AI법)의 이행 및 집행을 담당하는 공동작업반(Joint Working Group)으로부터도 강한 비판을 받아왔으며, Corporate Europe Observatory는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해 AI 사무국(AI Office)을 유럽 옴부즈맨에 제소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인공지능법 제67조에 따라 시민사회의 공식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설립되어야 할 자문포럼(Advisory Forum)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2024년 7월, 30개 이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자문포럼의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권고안을 제출했으나, AI 사무국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스러운 흐름은 최근 철회된 ‘AI 책임법안(AI Liability Directive)’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해당 법안은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책임 규정을 조화롭게 정비하려는 목적을 지닌 제안이었습니다.
유럽의 시민들은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EU는 기본권, 규제의 명확성, 소비자 신뢰를 중심에 두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년에 걸친 EU 내 기관 간의 포괄적 협의 끝에 법제화된 핵심적인 보호 장치들을 디지털 단순화 패키지를 통해 재검토하려는 시도는, 이러한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유럽이 가진 진정한 경쟁력—즉 모든 입법의 중심에 소비자 권리와 기본권을 두는 것—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규제 완화(deregulation) 의제를 추진하지 말고, 인공지능법(AI법) 및 더 넓은 범위의 EU 디지털 규제체계의 적절한 집행과 이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더 나은 규제 원칙(Better Regulation Principles)’에 따라, 모든 입법 제안은 투명하고 포괄적인 절차를 따라야 하며, 제안되는 모든 조치는 명확한 근거와 필요성에 기반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포괄적인 영향 평가와 다층적 공공참여 절차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울러 AI 사무국이 인공지능법에 따른 핵심 거버넌스 기구들의 설립과 강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합니다. 특히,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중 이해관계자의 실질적인 참여와 협의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서 자문포럼(Advisory Forum)의 조속한 출범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위 사안과 관련하여 면담을 요청드릴 준비가 되어 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공지능법(AI법)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명 단체 :
1. AccessNow
2. AI Accountability Lab
3. AI Forensic
4. Algorights
5. AlgorithmWatch
6. Alternatif Bilisim
7. Amnesty International
8. ANEC – The European consumer voice on
standardisation
9. ARTICLE 19
10. Aspiration
11. BEUC – The European Consumer Organisation
(BEUC)
12. Bits of Freedom
13. Centre for Democracy and Technology Europe
(CDT Europe)
14. Citizens Network Watchdog Poland
15. Civil Liberties Union for Europe (Liberties)
16. COMMUNIA
17. Corporate Europe Observatory
18. Danes je nov dan
19. Digitalcourage
20. Digitale Gesellschaft (Germany)
21. Digital Society (Switzerland)
22. Epicenter.works
23. European Centre for Not-for-Profit Law (ECNL)
24. European Civic Forum (ECF)
25. European Disability Forum (EDF)
26. European Digital Rights (EDRi)
27. European Public Service Union (EPSU)
28. Federación de Consumidores y Usuarios (CECU)
29. Fundación Ciudadana Civio
30. Health Action International
31. Hermes Center
32. IA Ciudadana Coalition
33. Intérêt à agir
34. IT-Pol Denmark
35. Lafede – justícia global
36. Open Future
37. Panoptykon Foundation
38. Political Watch
39. Politiscope
40. Statewatch
41. The Future Society
42. Witness
43. 5Rights Foundation
Individual signatories
1. Marco Almada (University of Luxembourg)
2. David Evan Harris, Chancellor’s Public Scholar
(UC Berkeley)
3. Mireille Hildebrandt (Vrije Universiteit Brussel)
4. Anastasia Karagianni (Vrije Universiteit Brussel)
5. Maria Magierska (Maastricht University)
6. Gianclaudio Malgieri (Leiden University)
7. Aída Ponce del Castillo
8. Simone van der Hof (Leiden University)
9. Karen Yeung (University of Birmingh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