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입장

홈플러스 사건 대법원 선고에 대한 공동논평{/}[공동논평] 고객 모르게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홈플러스의 손해배상책임 확인

By 2024/05/19 5월 31st, 2024 No Comments

고객 모르게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판매한 홈플러스의 손해배상책임 확인

– 늦장선고에 많은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한 점 아쉬워

지난 5월 17일 대법원은 홈플러스 고객정보의 보험사 제공 사건에 대하여 홈플러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홈플러스의 불법행위를 근 10년 만에 확인한 선고였다. 대법원 선고를 오랜시간 기다려왔던 우리 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는 한편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운 점 또한 짚는다.

우리 단체들은 2015년 6월 30일 대형마트 홈플러스와 보험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당시 홈플러스가 온라인 회원가입과 오프라인 경품행사로 수집한 고객 정보 2천4백여만 건을 보험사 10여곳에 판매하고 232억 원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물론 여러 건의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었다. 상품과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고객이 믿고 맡긴 개인정보를 돈벌이로만 생각하여 부당한 이득을 올린 기업의 행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고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우리 사건 1심 재판부는 경품행사에 참가한 원고들에게 각 20만원, 보험사 2곳에 개인정보가 제공된 원고들에게 보험회사별로 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홈플러스와 보험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는 끝내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이번에 대법원이 홈플러스 상고를 기각하는 선고를 내린 것이다. 이로써 비로소 경품 응모로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제공된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우리 원고들이 배상을 받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리 단체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 전 먼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정보집단 분쟁조정을 신청하였다.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소송보다 분쟁조정을 통하여 신속한 피해자 구제에 이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분쟁조정에 응하지 않자 분쟁조정 절차는 개시조차 할 수 없었다. 이후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어 기업 측이 분쟁조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향후 분쟁조정이 개시될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우리 단체들이 함께 요구하였던 유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제도화되기도 하였다.

재판 과정은 계속 순탄치 않았다. 홈플러스는 보험사에 제공된 고객명단을 재빠르게 파기하였고 피해자들의 열람요청에 응하거나 보험사 유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따라서 원고들의 개인정보 제공 사실은 수사기관이 홈플러스에서 압수하여 형사재판 증거자료가 된 고객명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홈플러스가 피해자들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통지하지 않아 보험사 제공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고 따라서 일부 원고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한편 홈플러스와 보험사는 형사재판에서 보험사가 관계없는 제3자가 아니라 홈플러스를 대신하여 자동차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 ‘필터링(선별)’을 위탁한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하였다. 역설적이지만 덕분에 2017년 홈플러스 형사재판 대법원 판결은 개인정보 위탁과 제3자 제공 간의 관계에 대하여 기준을 정립하고 유죄를 인정하였다.

마지막으로 피고 기업들의 여러가지 시간끌기와 늦장 판결이 겹쳐져 나머지 피해자들의 피해구제가 사실상 요원해졌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지적하고자 한다. 민법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위법하게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유출한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위법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 및 배상받을 권리가 더이상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집단소송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의 중요성이 떠오르는 시대이다. 문제는 그 데이터에 소중한 개인정보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와 정보주체도 인공지능의 편익을 모두가 행복하게 누리는 사회 발전을 바라마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가 부당하게 처리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고객들이 믿고 맡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하거나 부당하게 판매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것이 신뢰에 기반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의 기본 가치가 되어야 함을 우리는 주장한다.

 

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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