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빠진 인권위 독립보고서 채택 규탄한다!
– 기존 인권위 권고와 유엔인권기구의 권고를 무시한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출 보고서가 웬말인가!
어제(3.25)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5월에 있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UN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에 제출하는 인권위 독립보고서 내용을 심의하였다. 그러나 어제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CEDAW에 제출할 인권위 보고서에 인권위가 스스로 여러 차례 권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하는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기존 인권위 권고와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에 반하는 내용이며,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는 주요 법안 중 하나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임을 가벼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의 염원과 한국 인권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지난 20년 간 여러 유엔 인권기구에서 한국 정부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에 반하는 인권위원들의 주장대로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가 빠진 것은 분노할 일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권고한 유엔 인권기구가 얼마나 많은가! 2011년과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2015년과 2023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2009년과 2017년 유엔 사회권위원회, 2003년, 2007년, 2011년, 2019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2012년과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가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유엔인권이사회의 국가별 정기검토(UPR)에서는 매 심의 때마다 성적 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포함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충상, 김용원, 한석훈 위원은 국회에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하지 못했다면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인권법안 제/개정을 국회에 권고하며 이끌어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국회에서도 심의 못할 정도니 빼야 한다는 전도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충상 위원이 심도 있는 토론보다는 표결 처리를 재촉하며 표결에 이르렀고, 단 4명(남규선, 김수정, 원민경, 송두환)의 인권위원만이 찬성하여 삭제하는 참담한 결론에 이르렀다.
이충상 위원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 합의가 안 이루어졌다”며 “기존에 인권위가 권고했더라도 인권위 구성이 달라졌으니 바뀔 수 있다”고 했고, 김용원 위원은 “유엔이 발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위반을 위한 실무지침서에는 전통적으로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언어적 소수자의 권리를 말할 뿐”이라며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이 들어간 것은 최근의 일이며 인권위가 인권단체인 것처럼 할 것이 아니라 국회에 맡겨야 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엉터리 주장을 했다. 한석훈 위원은 “인권위법상 성적 지향이 이미 차별금지 사유로 들어있고, 우리 사회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차별금지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한 것을 고려하면 권고안에 포함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했다.
나머지 위원들인 이한별, 김용직, 강정혜 위원들은 대통령과 여당이 임명한 위원들을 눈치 보듯 의견조차 제대로 표명하지 않은 채 기권표를 던졌다. 결국 인권위원들의 낮은 인권의식, 성인지감수성의 결여로 엉터리 독립보고서가 나온 현실은 참으로 참담한 일이다.
누더기가 된 쟁점 사안들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제외한 나머지 쟁점들도 제대로 수정되어 인권위 보고서에 담긴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11일에 개최된 전원위에서도 극심한 반대가 있었던 사안이 ‘일본군 성노예제’ 관련 권고였다. 이번에도 김용원, 이충상, 한석훈의 국제정세 운운하며 반대했으나 6명(남규선, 김수정, 원민경, 송두환, 강정혜, 김용직) 위원의 찬성으로 포함되었다. 그런데 김용원 위원과 이충상 위원은 반대 의견이 있었음을 유엔에 제출할 인권위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하였다. 인권위 독립보고서에 몇 명의 위원이 반대했다는 내용을 넣는 것은 보고서 형식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인권위가 무자격 인권위원들로 구성됐음을 실토하는 격인데, 부끄러운 일임을 모르는 듯 당당하게 주장하여 그런 내용을 담기로 하였다.
또한 다른 쟁점이었던 “여가부 폐지 등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성차별이 탈각되고 있다는 표현”은 한석훈 위원의 반대와 송두환 위원장의 동의로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로 수정되었으며, “이주가사노동자에게도 동일한 노동조건과 임금을 보장하라”는 권고는 “보장하도록 노력하라”는 권고로 낮추는 등 쟁점 권고가 누더기가 된 채 의결되었다.
특히 쟁점 권고 중 하나였던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비동의 강간죄로의 형법 297조 개정 권고’가 빠진 것이다. 인권위 보고서 원안에는 “형법 297조의 강간 정의를 개정하라”는 권고였는데, 형법 개정 권고는 빠진 채 수정 의결되었다. 비동의강간죄로의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었으나 윤석열 정부가 작년 양성평등정책 세부 과제에서 삭제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미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동의 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라”고 형법 개정을 구체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한석훈 위원처럼 비동의강간죄의 취지도 모르고 성인지 감수성도 없는 인권위원의 반대로 기존 국회 논의와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보다 낮은 내용이 권고에 들어가게 된 것은 규탄받아 마땅하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도 한국 인권위의 후퇴 상황 인식할 것!
김용원, 이충상, 한석훈 같은 성인지 감수성 없는 반인권적인 위원들의 반대로 인권위 독립보고서가 제대로 내용을 담지 못한 채 채택되었지만, 기존에 숱한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가 있던 만큼 CEDAW의 권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유엔인권기구는 한국의 국가인권기구가 얼마큼 후퇴했는지, 반인권위원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권위가 성평등과 차별금지를 지향하지 않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CEDAW도 인권위가 인권기준이 아니라 정권의 영향 아래 있는 독립적이지 않고 혐오와 차별 발언을 일삼는 인권위원들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에서 자격 없는 인권위원 인선에 대해 우려할 것이다.
우리 경로이탈 국가인권귀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반인권 인물로 가득 찬 인권위원 인선을 막아내기 위한 실천을 지속할 것이며, 국제사회에도 반인권 인권위원들이 인권위의 제대로 된 역할을 막고 있는 걸림돌임을 알려내는 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2024.3.26.
경로이탈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구속노동자후원회, 국제민주연대, 군인권센터, 녹색당, 다산인권센터,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전충남인권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레드리본인권연대, 무지개인권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생명안전시민넷,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양심과인권-나무,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실천시민행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연구 왓, 진보네트워크센터,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 총 34개 인권시민사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