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전시회 '유쾌한 工作所' 관람기{/}반인반신의 그들 강림하시다

By 2003/12/19 10월 29th, 2016 One Comment

문화

김지희

살다보면 신의 땅 하늘과 사람의 땅 대지 사이에서, 대지에 발을 딛고 하늘의 뜻을 읽어내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천재’, ‘무당’, ‘영매사’, ‘미친놈’ 등으로 부르곤 한다. 때로 그들은 ‘예술가’라 불릴 때도 있다. 그들 중 특히 젊은 녀석들은 치기 어린 마음에 지상에 강림하여 무릇 현세의 인간과 다름없이 지내던 옛 시절을 회상하면서, 몇 가지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유쾌한 工作所 (Pleasure Factory)’는 60, 70년생 예술가들이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존재감을 떨궈내고 비밀스럽게 간직해온 어린 시절을 재현한 전시다. 그들이 열어놓은 빗장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옛 시절로 잠시 마실을 떠나가 봤다.

관람의 시작 – 회색토끼 한 마리
전시관 건물 테라스에 타이즈 바지만 입은 야리꾸리한 회색 토끼 한 마리가 걸터앉아 망치로 난간을 치고 있다. 가분수에 배불뚝이 토끼, 그러나 실제 사람 얼굴을 석고형으로 떠서 만든 얼굴은 어울리지 않게 심각해 보였다. 음침한 토끼를 뒤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뿌리깊게 인식된 장소의 기억
거대한 면솜으로 재현된 옛날 시골 국민학교 교실. 희한하게도 책상과 의자, 교탁과 풍금은 모두 천장에, 추억의 연통 난로는 바닥에 붙어있었다. 이렇게 아련한 기분인걸 보면 내가 갖게된 기억의 길이도 제법 되나보다.

Altering facial features with Device-H5
마치 에스키모의 집 모양으로 생긴 투명연구실 ‘HK LAB-SZ401’. 이곳에선 인체변형실험이 한창이다. 의사와 주사는 딱 질색이라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이런 걸 꿈꾸던 사람이 있으니까 공포영화도 생긴 거겠지?

반딧불이
좁고 길고 어두운 통로에 수많은 반딧불들이 빛나고 있다. 무척 아름답고 따뜻했지만 동시에 외롭고 서러웠다. 왠지 과거를 넘어서 언젠가 다가올 미래로 가버린 것 같다. 아주아주 오랜 죽음의 휴식을 꿈꾸는…

業(업)
방이 4개나 있는 철조망 집이 있다. 첫번째 방은 거대한 천이 방바닥을 뒤덮고 있고, 두번째 방엔 캐릭터그림과 인형이 가득하다. 세번째 방에선 ‘졸라맨’을 닮은 주인공이 구름 속을 나는 영화가 상영중이고, 네번째 방은 작업실이다. 만화와 인형, 영화와 TV는 모두 세상을 꿈꾸던 그 시절의 동무들이다. 나의 현재는 동무들과 함께 열심히 작업해서 채워놓은 결과물인 셈이다.

Seeing is believing, Believing is seeing
내 키보다도 작은 문안으로 들어가자 너무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걸음 내딛기가 불안해지고, 바닥은 점점 올라가고, 천장은 내머리와 부딪힐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앞에선 이상한 그림자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몇 초가 지나서야 내가 본 이상한 그림자가 맞은편 벽 거울에 반사된 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그 모습은 마치 달 착륙에 성공한 우주인이 달표면을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동시에 그런 나 자신의 모습을 TV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관람의 마지막 – 토끼를 꿈꾸다
건물 안에 있던 나는 무심히 창문을 바라보다가 엄청 무섭게 생긴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제발 인형을 만들 때는 진짜 사람처럼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_-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소녀를 바라봤다가 또 한번 숨이 멎고 말았다. 소녀의 등뒤로 건물 밖에서 본 회색 토끼가 있는 게 아닌가? 이 엄청 무섭게 생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본래 동화와는 상관없이 상당히 우울한 그 회색 토끼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귀에 속삭여주고 싶다. ‘네가 꿈꾸는 토끼는 지구 한바퀴만큼 먼 거리에 있어’.

이런 전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타인의 머리 속을 열람하는 듯한 기쁨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엿보기 증후군은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과거에는 나의 놀이터가 있고 장난감이 있다. 그리고 향수와 함께 소환된 나의 과거에는 현재와 미래를 꿈꾸던 내가 있다. 과로사와 피터팬 증후군이 공존하는 이상한 신자유주의 나라 ‘현대’에 살다보면 절대 쓸모 없어 보이나 나름대로 유용한 존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 생각의 흐름이 생기고, 그 흐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다분히 시간 소모로 보여도 반드시 시대에 역행하지는 않는다. 이미 그 흐름에 몸을 실었고, 그에 따라 흘러 다니고 있다. 1초전, 1년전, 10년 전의 그 자리로는 다시 돌아갈 수도, 못 돌아갈 수도 있다. 인생엔 정말 답이 없다.

2003-10-05

Join the discussion One Comment

  • 최승묵 댓글:

    거인같다 올래 뽕~ㅎㅇㅋㅎ ㅎㄴ오쳐너우ㅑㄴ어나ㅓ나ㅓ나ㅓ나ㅓㅏㅓㅏㅓㅏㅓㅏㅓㅏㅓㅏㅓ나나나ㅏ나나난나나ㅏ나나나나나나ㅏ나나나나나나ㅏ나나나나나나나나ㅏ나나나나난나ㅏ나나나ㅏㄴ나나ㅏㅏㅏㅏㅏㅏ난나나나나ㅏ나나너ㅏ너아너 ㅏ어 나아ㅏ너ㅏ나나ㅏ나나너너너너너너ㅓ너ㅓ너너ㅓ너ㅓ너ㅓ너ㅓ너너너ㅓ너너너너ㅓ너너너너ㅓㅕㅓ너너너너너너ㅓ너너너ㅓ너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