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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구글에 대한 개인정보 열람권 소송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By 2023/04/13 7월 4th, 2023 No Comments
다국적기업에대한 개인정보열람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환영합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개인정보 열람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환영한다!

인터넷 기업을 통한 정보기관의 무분별한 사찰로부터 이용자 권리 보호해야

오늘(2023년 4월 13일) 대법원은 한국의 인권 활동가들이 구글을 상대로 개인정보 및 서비스 이용내역의 제3자 제공현황을 제공할 것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의 열람권을 보장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7다219232 판결) 우리는 다국적 기업인 구글에 대한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권을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은 1, 2심에서 ‘미국 법령에서 비공개의무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한 것을 뒤집어, 외국 법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해야할 정당한 사유가 없거나 비공개 사유가 종료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열람, 제공해야 한다고 보았다. 구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 인권활동가들의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미국의 정보수사기관에 제공한 바가 있는지 여부 및 그 내역을 제공해야 한다.

이번 소송은 2013년 6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라 구글이 미 국가안전보장국(NSA)의 프리즘(PRISM) 시스템을 통해 해외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미 당국에 제공했고, 이를 통해 NSA가 선량한 시민들의 개인정보까지 대량으로 수집, 분석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소속 인권활동가 6명은 구글에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NSA 등 제3자에게 제공한 내역을 열람,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구글은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의는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으로 하여금 이용자/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점이다. 전 세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기업이 약관에서 본사 소재지(외국)로 전속적 재판관할합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경우에도 국내에 있는 이용자가, 소비자로서 권리침해가 문제될 경우, 국내 법원에 해당 해외사업자를 상대로 소제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준거법합의에도 불구하고 강행규정인 우리나라의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0조 제2항, 4항에 따라, 정보주체의 열람권 등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각 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제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정보 권리를 보호해야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적인 규범이 되고 있다.

국내법인인 구글코리아 역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열람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해외사업자가 국내 지사/사무소와 내부적으로 어떤 관계 설정을 했더라도, 외형상 실질적으로 국내지사/사무소가 해외사업자의 서비스제공에 관여하고 있다면 국내지사/사무소에 대한 직접적인 권리행사도 가능함을 천명한 것이다. 이 역시 국내 이용자들의 권리 보호 및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미 국내 개인정보보호법 및 정보통신망법 등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사업자에 대해서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1, 2심과 달리 외국의 법령에서 개인정보 제공 내역에 대한 비공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한국법상 의무 이행을 거절하는 무조건적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외국의 법령이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지,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에 비해 해당 외국 법령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이 현저히 우월한지, 해당 외국 법령에 따른 실질적으로 비공개의무를 부담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해외 사업자가 외국의 법령에 따라 한국법상 보호조치나 한국법에 따른 이용자의 권리행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 외국의 법령이 한국의 법보다 우위에 두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며, 한국 법원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실질적으로 외국 법령에 따른 의무를 심사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나아가 외국 법령에 따른 비공개 의무가 인정된다고 해도,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내역 공개요청에 대해 그 항목으로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제한 혹은 거절 사유를 통지해야 하고, 비공개사유가 종료된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내역 공개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점까지 분명히 밝힌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해외사업자가 외국 법령의 존재를 이유로 포괄적으로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 관련 열람, 제공 요청을 거절했던 것이 허용될 수 없고, 한국 법원이 이를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용자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국내 이용자의 권리행사에 대해 해외 사업자가 외국 법령을 근거로 불응하는 경우 해당 외국 법령의 위헌, 위법, 적정성 여부, 국내 이용자의 권리보호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권리구제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사업자의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및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권리보장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미국 기밀 문서의 유출 및 한국에 대한 도청 논란을 보면, 이 소송의 계기가 되었던 미국 정보수사기관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감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소송은 무분별한 인터넷 감시에 대응하는 이용자의 저항으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향후에도 세계 인권단체와 함께 연대해서 대응해나갈 것이다.

 

2023년 4월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