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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카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진되는 ‘전자건강카드’

By 2003/12/19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서현주

지난 95년 정부에 의해 추진됐던 전자주민카드가 전자건강카드로 모습을 바꾼 채 논의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논의의 시작은 지난 6월 30일 ‘한국과학기술원(이하 KAIST) 지식기반 전자정부연구센터’가 주최한 ‘Smart Card 컨소시엄 발대식’행사로부터 비롯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마트카드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전자주민카드실패에 따른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이 논의됐고, 전자정부와 전자주민카드, 의료보험카드, 금융카드와의 접목 등이 제시됐다. 더불어 스마트카드 사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컨소시엄의 발대식도 있었다.

전자정부와 스카트카드의 관계는?
여기에 이어 지난 9월 16일, 역시 KAIST 주최의 ‘전자정부포럼’에서도 전자건강카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날 행사 프로그램으로 지난 6월에 결성된 ‘KAIST 스마트카드 컨소시엄’의 1차 회의도 함께 열렸다.
이와 같은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자주민카드가 부활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스마트카드는 전자정부의 11대 사업 가운데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카드와 전자정부를 연결시키려는 연구발표들이 줄줄이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는 말 그대로 국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의 집적 그 자체를 의미한다. 여기에 ‘큰 기억 용량과 고도의 기능’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스마트카드가 연결될 경우, 마치 자석이 철을 끌어당기듯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끌어 담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중 스마트카드의 활용방안으로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전자건강카드’에 대한 우려가 가장 구체적이다.
현재 전자건강카드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상이 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년 금융감독원이 내년부터 발행되는 신용카드와 현금카드는 의무적으로 스마트카드로 발급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함에 따라 그 논의가 급류를 타고 있을 뿐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긴장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2002년, 전자정부특별위원회가 분류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등급에 따르면 개인의 의료정보와 혈핵형, DNA 등은 각각 1등급과 2등급으로 분류될 만큼 높은 차원의 보안을 요구하는 정보들이다. 따라서 전자건강카드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어떤 정보가 어떤 매체와 연동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전자건강카드, 어떤 정보가 어디까지 실릴까
지난 9월 16일 전자정부포럼을 통해 발표된 전자건강카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어떤 개인정보들이 실릴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KAIST 역시 이 부분을 조심하는 눈치다. 과거 전자주민카드가 벽에 부딪혀 실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개인정보의 수록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KAIST 스마트카드컨소시엄 의료분과의 황욱배 사장은 개인정보 수록여부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인증서 정도를 고려해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마트 카드의 특성상 처음보다는 이후 어떤 정보들이 실릴 수 있느냐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전자건강카드에 자격확인을 위한 기능만을 싣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도 병원에서 주민등록번호만으로도 개인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개인확인만을 위한 전자보험카드는 의미가 없고 ‘다른 무엇인가’가 실릴 때에만 재고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불어 내년에 발급예정인 신용카드(스마트카드)에 전자건강카드의 기능을 싣겠다는 방안에 대해, 신용카드회사가 전자건강카드에 실릴 개인정보에 어느정도 관여하느냐도 관심사다. 신용카드에 세를 들어 있는 전자건강카드가 과연 집주인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집주인은 좀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자 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기본기능으로 시작해 다기능카드로 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볼 때, 전자건강카드를 비롯한 스마트카드의 초기내용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한번 시작하면 이후 더 많은 내용이 덧붙여질 것이기 때문에 그 종착점이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본심은 스마트카드 활성화에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전자건강카드가 건강보험의 재정투명성 확보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건강보험재정의 부실화 요인으로 의료기관의 허위, 부당청구를 꼽는데, 전자건강카드에 인증프로그램을 넣어 환자가 반드시 병원에 있어야만 승인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유령환자에 대한 청구는 어느 정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황욱배 사장은 스마트카드를 이용해 과다청구는 없앨 수 없지만, 최소한 허위로 환자를 만들어 청구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허위청구와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나 조사가 없는 상황에서 막연한 가능성만으로 전자건강카드를 만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인인증프로그램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이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국가가 발행하는 단일한 인증프로그램이라면, 이를 이용해 개인식별용 키로 사용될 위험이 남아있는 것이다. 인증과 개인 금융정보와 연계된다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건강카드를 추진하고 있는 측은 그 명분을 ‘건강보험의 재정투명성 확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이나 연구내용을 토대로 생각해 볼 때, 위와 같은 명분보다는 스마트카드의 산업적 육성에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실제로 전자건강카드의 연구 역시 KIAST의 스마트카드 활성화방안의 하나로써 고려되고 있고, 이런 논의에 기업이 발대식을 갖고 참여하며 내용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목적자체가 국민건강이나 재정안정보다는 산업적 육성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2004년부터 전자주민카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를 비롯한 스마트카드업자들은 세계시장을 향해 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스마트카드를 수출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스마트카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자건강카드를 비롯한 스마트카드의 사용과 내용은 시작에서 부터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이다.

200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