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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코레아 (Carlos Correa) /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과학기술학과 교수{/}공중 건강의 보호를 위해 정부는 강제실시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By 2003/12/1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오병일

네트워커 : TRIPs 협정이 만들어질 때 당시의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을 해달라.
코레아 : UR 출범 후 거의 3년 동안 개도국은 포괄적인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한 어떠한 위임(mandate)도 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승인된 지적재산권 의제는 매우 애매했고, 개도국은 단지 위조 상품에 대한 규제 문제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지적재산권 협정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TRIPS의 초안은 미국, 유럽, 일본의 비즈니스 협회에 의해 작성되었고, 정부는 이를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로 가져왔다. 결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11개 개도국들도 논의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TRIPS를 지지했지만, 지적재산권의 남용을 우려했고,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초안의 수정을 원했다. 다른 개도국들은 결과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결국 선진국에서 한 제안이었고, 초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네트워커 : 도하 선언은 TRIPs 협정에서 공공 보건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보는데…
코레아 : 내 입장은 언제나 각 국이 강제실시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도록 TRIPS가 허용해야한다는 것이다. 도하 선언문은 TRIPS 협정을 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국의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유연성을 승인하고 있다. 이는 개도국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도하 선언문 4항은 ‘TRIPS 협정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고,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각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해석되고, 구현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트워커 : 제약 기업들은 의약품에 대한 국가별 차등 가격(Differential Pricing) 제도가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가격이 싼 곳에서 비싼 곳으로의 역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아 : 각 국가의 소득 수준이나 시장의 크기에 따른 의약품 차등 가격 정책은 이미 어느 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가격은 의약품 생산의 한계 비용(marginal cost)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데, 이 가격은 많은 사람들이 부담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것이다. 차등 가격 정책은 어떤 가격을 적용할지 회사들의 결정에 맡겨 놓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정책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보다는 강제실시가 회사들이 책임성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좋은 방법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강제실시가 많이 허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회사가 특허를 남용하지 않도록 경고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브라질의 예를 보면, 브라질 정부는 강제실시를 실제로 발동하지는 않았지만, 강제실시를 허용하겠다고 위협함으로써 의약품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어떤 경우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의 무역 보복을 우려하여 강제실시를 시행하는데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도하 선언은 무역보복을 당하지 않고 각 정부가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강제실시는 적법한 것이며, 특허 제도를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체가 특허 제도의 일부분이다. 역사적으로 오랜 동안 선진국은 강제 실시를 이용해 왔다. 정부는 공공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실시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를 지지하고 있다.

네트워커 : 현재 TRIPS 이사회에서 논쟁 중인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레아 : 작년 12월 16일 TRIPS 이사회 의장의 제안서(소위 모타 텍스트, Motta Text)가 나왔고, 미국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동의했다. 이는 의약품 생산 능력이 없는 국가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미국이 문제삼은 것은 질병의 범위에 대한 것인데, 그들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등 일부 질병으로 제한하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는 개도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내 생각에 모타 텍스트는 지나치게 많은 성가신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강제실시를 위해서는 수출·수입국가 모두에서 강제실시가 부여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특정한 국가에 한정해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의약품을 공급하려면 약을 개발하고, 정부에 승인받고, 또 생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도의 경제적 규모를 갖고는 약을 공급하려는 회사들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이것은 실제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외교적인 술수일 뿐이다.

네트워커 : 한국에서는 한반도 강제실시권이 시행된 적이 없다. 지난 해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청구했으나, 이 역시 거절당했다. 그 이유는 공익적인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환자들이 500여명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코레아 : 그럼, 강제실시를 하려면 환자가 백만명은 되어야 하나?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고. (웃음)

네트워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코레아 : 특허에서 강제실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특허청이 신규성과 진보성을 판단하는데 매우 낮은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아주 사소한 개발에도 특허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는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특허를 받으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나는 특허청이 보다 공공성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특허청의 고객(client)은 특허 신청자가 아니라 사회이다. 특허청은 공공·공유 정보(public Domain)를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다.

인터뷰 : 정혜주 / 민중의료연합 회원 :: peasnhr@hotmail.com
김인수 / 정보공유연대 IPLeft 회원 :: insoo@hyn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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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코레아(Carlos Correa)
: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 과학기술학과 교수

– 1984-89년 아르헨티나 정부의 정보개발부 차관을 역임
– 1988-91년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협상에 아르헨티나 정부 대표 역임
– 2001년에 설립된 영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제 위원회
‘(The Commission on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회원

200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