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표현의 자유 제한은 사법부의 결정으로 내려져야
-한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심의 위헌성 재조명
- 지난 10월 6일 스페인 대법원은 스페인의 의약품 및 건강 제품 당국이 법원의 사전명령 없이 일방적으로 여성들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위민온웹을 차단하라고 한 명령을 해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오픈넷,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이번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에 환영을 표하는 바이다.
-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은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포함하는 인터넷상의 정보에 대한 권리와 권리 확보를 위한 정치적 활동 모두를 표현의 자유로 간주하는 중요한 사법적 판례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다. 또 웹사이트를 비롯한 인터넷상 정보에 대한 삭제, 차단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표현 내용의 불법성 여부의 판단 및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행정기관의 단독 결정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사법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골자이다. 이에 따라 스페인 대법원은 위민온웹에서 유통되는 특정 의약품 구매 제안은 물론, 대중들에게 여성의 성 건강 및 재생산 권리에 대한 정보, 의약품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의 특성을 알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정보 및 표현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위민온웹이 원격의료에 대해 대가(기부금)를 받겠다고 알리는 공지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정보나 표현이 아니며 그러므로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으나, 불법적인 정보나 표현 역시 정보나 표현이므로 웹사이트의 중단은 사법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웹사이트는 헌법 20.5조로 보호되는 정보 수단으로서, 그 차단 결정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행정부의 단독 결정으로 내려져서는 안 되며, 반드시 사법기관에 의해 그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하였다. 나아가 소위 성과 재생산 권리를 장려하는 위민온웹과 같은 조직은 그 평가가 어떠하든 현대 사회에서 정치적 차원의 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이므로 정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웹사이트 중단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덧붙이며 행정 절차에서 채택된 조치는 무효화되어야 함을 명령하였다.
- 스페인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 제도에 따라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상의 불법정보 및 유해정보에 대해 삭제, 차단의 시정요구를 내리고 있다. 이와 같은 제도적 환경으로 인하여 한국에서도 위민온웹의 접속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약사법에 위반하는 약물을 배포해 웹사이트를 차단해야 한다는 이유로 식약처가 2019년 3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에 차단을 요청했고, 방통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여 사이트 전체 접속을 차단했다. 위민온웹이 URL을 변경해 다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시도하였으나 방통심의위는 2021년 12월 13일 동일한 이유를 근거로 또다시 전체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간 방통심의위의 인터넷상 정보 검열은 행정기관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져왔었다.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에 비추어 본다면 해당 제도 역시 헌법 위반의 소지가 높다.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러나 임신중단 관련 법과 제도 마련은 제자리걸음이다. 최소한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었던 사이트는 행정기관의 결정으로 차단되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우리는 스페인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한국이 처한 답답한 상황의 조속한 해결에 일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22년 10월 20일
사단법인 오픈넷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진보네트워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