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입장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은 인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By 2021/10/05 No Comments

최근, 정부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이외에는 80% 이상 백신접종을 완료했을 때 방역체계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백신접종을 통해서 치명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역체계로의 전환, 방역의 단계적 완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 성장을 위해서 위드코로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수많은 질문들이 그저 경제 문제로만 귀결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1년 반의 시간 동안 확인한 것은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염병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빈약한 공공의료 시스템, 재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해진 사회·경제적 불평등, 감염에 취약한 노동현장,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에게 부재한 사회적 안전망,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한 방역체계로 인해 타격을 받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현실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에게 더욱 집중적인 어려움을 가져왔다.

기존 방역체계의 한계를 인정하며 새로운 방역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고, 일상의 평등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주체, 시민들과의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다. 기존 방역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 코로나19를 경험한 확진환자와 격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현재를 보완하고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전환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이야기하는 위드 코로나는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조치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구체적인 회복과 전환 방향에 대한 언급은 부재한 상황이다. ‘누구와 함께,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그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전략과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일상으로의 회복’만 거듭 되풀이한다면, 또 다른 위기와 재난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감염병의 위기가 반복적으로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문제점들을 해결해나가고, 좀 더 나은 대안과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준비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모두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방향성을 놓치지 않도록,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보호(Social Protection)을 강화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동등하지만, 그에 따른 영향은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로 인해 모두에게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감염에 더욱 취약했던 시설의 장애인, 요양보호시설의 노인과 약자, 돌봄 종사자, 불안정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 집단거주 형태의 기숙사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한 이주노동자, 수용자, 빈곤 계층 등 일상에서 불평등한 위치에 놓여있던 이들은 감염병에 더욱 취약했고, 그 피해 역시도 컸다. 피해와 위기가 심각했다면, 감염이 확산되는 조건을 바꾸고, 시급한 지원정책을 시행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당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응급조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장애인,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었을 때는 코호트격리로, 노동현장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했을 때는 현장을 셧다운하는 것으로, 성소수자나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산했을 때는 정체성을 감염의 요인으로 지목하였다. 사회적 약자·소수자·취약계층이 놓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정책으로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위드코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일상의 조건을 바꾸고, 인권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에 취약한 3밀(밀집, 밀접, 밀폐)의 집단거주시설은 코로나19가 아니어도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적 돌봄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체계 등 안정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사회적 보호를 실현하기 위한 공공부조제도 및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사회적 보호의 확대, 상병 수당, 유급휴가 등 아프면 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신분과 처한 조건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일상에서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2.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유예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최악, 정점, 대유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언어들은 위기로 치달았다. 감염병의 공포와 위기는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없이 인권을 유예하거나 후퇴시키는 근거가 되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과도한 정보수집의 문제, 전자팔찌(안심 밴드)도입,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회 시위의 권리 등 기본권 침해가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이루어졌다. 사회적 합의와 논의 없는 일방적인 기본권 제한은 인권의 가치를 후퇴시켜 버렸다. 특히, 집회 시위의 자유 제한은 오히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노동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는 기재로서 작용하고 있다.
감염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낙인이 되거나, 사회적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감염병에 걸리는 것보다 동선과 개인정보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언론의 지표는 이를 뒷받침 해준다. 방역수칙 위반자를 신고하여 포상하는 제도, 구상권 청구와 고발 조치, 처벌중심으로 한 감염병 예방법 개정안 등 엄벌주의는 오히려 두려움과 차별을 확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긴급한 시기 제한된 권리는 일상이 회복되어도 원점으로 돌아오기 힘들다. 또 다른 위기가 왔을시 제한과 후퇴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국제인권기구들은 코로나19 회복과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권이 중요함을 제시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후퇴 시킨 권리들을 회복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염병 위기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문제이며,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감염병=범죄화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연대해서 넘어서야 할 문제이다. 차별과 혐오가 아닌 평등을 만들어갈 때에만 우리 모두 안전해질 수 있다.

3. 백신접종에 관한 정책이 차별과 불평등을 향해서는 안 된다.

위드코로나의 전제조건은 고령층의 경우 90% 이상, 일반 성인은 80% 이상 백신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백신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방법이 시행되지만, 쉴 수 없는 조건 놓여있거나, 생계가 위협당하는 이들, 미등록 노동자 등 신분과 제도적인 문제로 인해 백신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문제는 백신접종 뿐 아니라 일상의 건강, 안전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이 쉴 수 있고 의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처해있는 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백신접종을 이유로 한 인센티브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백신 패스’를 도입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 대해서 혜택을 주거나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백신접종을 이유로 한 일상생활의 제한과 격차는 본질적으로 차별에 해당한다. 먼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부과하는 형태의 제재적 정책은 그 자체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기에 금지되어야 한다. 가령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백신 접종여부를 근거로 한 다중이용시설 및 행사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은 인권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백신접종자에 대한 수혜적 조치로도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일상회복을 위한 공공 서비스의 제공, 참여 등이 백신접종 여부에 따라 제공된다면, 이 역시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에 해당할 것이다. 정부는 위드코로나는 모두의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하는 것이어야 하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만의 일상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할 것이다.

위드코로나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스터 샷 도입에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그 효과성이 엄밀하게 입증이 되지 않은 단계에서 국내에 부스터 샷을 추진하는 것은 국제적 백신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세계보건기구 역시 부스터 샷의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부스터 샷의 도입 이전 코로나19를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시민들의 인권을 외면한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한 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4.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위드코로나는 거리두기, 집합 인원수 완화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방역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는 개인에게 방역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드코로나를 실험, 도입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 코로나19는 지금보다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

사망자의 비율 등이 전체적으로 줄수는 있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개인의 입장에서 사망과 건강의 위험은 오롯이 자신이 감수해야한다. 따라서 사망자의 비율이 낮다는 것이 공공의료체계의 지원 범위 축소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가령 정부는 위드 코로나에서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경증환자의 건강과 생명권을 위험에 방치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적시에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보다 강화된 공공의료체계가 위드코로나 상황에서 구축될 필요가 있다. 또한, 더욱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사전에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국가가 현재 제공하는 각종 지원제도가 위드코로나를 명목으로 퇴보해서는 안 된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백신 접종과 검진 등 의료 서비스는 위드코로나로 전환한 뒤에도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자가격리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비전형 노동자 등을 위한 소득지원 프로그램 등의 지원제도 역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5.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인간 존엄을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위드코로나, 우리는 코로나19와 공존하기 위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길은 생명과 안전, 인간 존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가 겪었던 공동의 경험이자 재난이다. 하지만 엄벌주의, 차별과 혐오 문제는 재난을 특정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켜버렸다. 재난을 개인화 시킬때 재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것이다.

위드코로나로 회복되어야 하는 일상은 방역 과정에서 억울하게 인권을 침해당한 이들의 일상이기도 하다. 의료공백으로 인해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 방역조치로 인하여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 무관용 원칙 등 개인에 대한 책임전가식의 정책운용으로 억울하게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받은 사람 등 코로나19 피해자들이 가지는 상실감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 보상 정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그 과오를 인정하는 것은 코로나19 피해자들의 훼손된 존엄성 회복의 전제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드코로나가 표방하는 일상의 회복에는 인권침해를 야기한 현재의 법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평가와 개선도 필요하다. 처벌 중심의 감염병 대응 법제, 감시와 추적을 일상화 한 디지털 기술의 무분별한 도입과 남용, 차별적인 행정명령, 불충분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 있어서의 차별과 불평등의 해소 등 지적되어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