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기성언론에 대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 언론, 전망과 과제는 무엇인가?{/}보수언론은 가라. 인터넷으로 승부하자!

By 2003/11/2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좌담

오병일

김명준(이하 사회) : 오늘 좌담은 각자 활동에서 겪는 정체성과 고민을 중심으로 얘기했으면 합니다. 먼저 인터넷 언론으로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구본권(이하 구) : 한겨레 신문사가 인터넷을 시작한지는 8년 정도 됐지만, 독자적인 인터넷한겨레로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4년째입니다. 독립법인 이전까지는 한겨레신문과 연합뉴스를 올려놓는 정도였고, 법인이 되면서 독자적인 미디어로서의 기능을 찾다보니, 모양이 조금 달라졌죠. 기성 미디어가 언론 수용자들을 무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운영해왔다면, 새롭게 열리는 미디어의 시대는 쌍방향적 공간에서,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간 좀 다른 형태의 언론의 역할을 실험하는 중입니다.

이창은 (이하 창) : 대자보는 99년 1월 23일 창간되었습니다. 거의 4년 반이 되었죠. 저희는 처음부터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한 신문의 형태를 띠어 왔습니다. 기존의 미디어 형태가 아닌, 뉴스의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고, 또한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인터넷의 특성과 조화된 새로운 모델을 찾아나가는 중입니다.

이정무 (이하 정) : 민중의 소리는 사이트를 연지는 3년 반정도 됐구요. 법인(주식회사)을 설립한지는 7개월쯤 됐습니다. 저희는 인적 구성도 그렇고,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선전선동의 관점에서 시작한 거죠. 만일 윤전기를 살 돈이 있으면 종이 신문을, 공중파를 이용할 수 있다면 공중파 방송도 할 생각이 있는데, 현재는 저희 능력으로 가능한 것이 인터넷이기 때문에 인터넷 언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민중의 소리는 기본적으로 상황을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는데, 이 사회에서 좌파적인 지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김진화(이하 김) : 다음은 야후나 네이버처럼 검색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처음부터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90년대 말부터 뉴스 서비스를 해왔습니다. 미디어 다음이라는, 신문에 근접한 형태가 된 것은 올해 3월부터죠. 다음 커뮤니케이션 아래, 미디어 본부로 있습니다. 예전에는 뉴스를 모아두는 역할이었는데, 즉 포털을 번화한 서울역 광장으로 본다면,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뉴스백화점이라 정의할 수 있겠죠. 그런데, 상황이 변해서 이용자들이 신문을 구독하는 것과 달리, 어떤 뉴스를 인용하면서 ‘미디어 다음에서 퍼왔다’라는 식으로 호명한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포털이 단지 뉴스를 모아서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뉴스의 가치를 보증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한발 더 나아가 자체적인 저널리즘의 역할까지 수행하려 하고 있고, 양자를 잘 결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사회 : 전반적인 소개는 됐지만, 여기까지는 독자들이 재밌게 볼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인터넷 언론의 특성을 쌍방향성으로 얘기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이라면 누군가 내용을 생산하고, 혹은 특정한 논조를 지향하는 측면들이 있거든요. 이런 면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을 텐데요.

창 : 그 전에 우리가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언론이 과연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조·중·동이라는 거대 신문사가 언론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는 등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는 거죠.
기존 언론의 한계, 새로운 언론에 대한 욕구 같은 것이, 가장 값싸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표출되었고, 사람들의 호응 속에서 방향성을 잡아가면서 언론으로서의 정형화된 틀을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 : 한편으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왜곡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왜곡 안된 시장이라는 것이 어디 있는지…그런 면에서 상당히 보편적인 의미를 갖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올해 이라크전 당시 있었던 광범위한 반전시위도 인터넷 언론의 성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겠죠.
인터넷 한겨레의 경우는 어떤 구조로 논조가 결정되고 선택되는지…

구 : 저희의 지향점이 한겨레와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종이 신문은 그 안의 구성원들에 의해 결정된다면, 인터넷 한겨레의 경우는 그것만으로 여론이 만들어지거나 뉴스 벨류(Value)를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기사에 붙은 이용자의 피드백을 같이 노출시키거든요. 그럼, 어떤 사안에 대해 잘했다 잘못했다는 식으로 그 안에서 치고 박고 첨예한 논쟁이 있단 말이죠. 그런 것들이 우리가 뉴스 밸류를 판정하고 편집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즉 내부 구성원뿐만이 아니라 독자들이 참여하는, 독자에게 외면받지 않는 편집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예를 들자면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소송 발언에 대해 신문에서는 ‘잘못한 일이다’라고 사설을 썼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의견들은 ‘그게 아니다, 잘했다, 정면 승부를 해라’하는 식으로 나오거든요. 여론조사도 그렇게 나왔구요. 그래서, 그렇게 반영을 했죠. 이렇게 종이 신문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 : 오마이뉴스로 대표되는 인터넷 언론이 처음에는 뭉뚱그려져 왔다고 봅니다. 지난 대선을 치루면서 기존 언론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고, 또 갈수록 분절화 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인터넷 한겨레에 가는 논객들은 조선닷컴에 가는 논객들과 틀리다는 거죠. 서프라이즈로 대표되는 정치컬럼 사이트도 동프라이즈나 진보누리, 이런 식으로 자꾸 분절화 되고 있죠.
‘다음’같은 경우는 인터넷 시대의 매스미디어로서 다양한 것들을 총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꾸 분절되면 서로 소통하거나 충돌하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의견들로 만족하는 경향도 있을 수 있는데, ‘다음’은 한겨레 기사도 받고, 민중의 소리 기사도 받고, 거기서 촉발되는 여러 가지 논쟁들에 대해 네티즌들에게 질문도 던지고… 이런 과정 속에서 가장 광범위한 여론을 모으고 분절화되는 경향을 극복하는 것이 하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창 : 저는 ‘분절’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분화’라고 봅니다. 2002년 대선 이후로 사이트가 세분화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사이트의 정체성이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죠. 문어발도 아니고, 능력도 안되고, 이것저것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취재인력도 많지 않기 때문에, 대자보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인터넷만 대상으로 정치와 언론에 대한 이슈파이팅을 하겠다’. 이젠 사이트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걸 바탕으로 기술적인 편집이나 운영문제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김 : 우리나라 인터넷 언론은 굉장히 정치 과잉인데,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현실정치겠죠, 그런 굴레에서 오마이뉴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거든요. 그런데 ‘다음’은 오히려 그러한 굴레에서 자유로우니까, 정치보다는 일상의 문제들을 이슈로 제기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이공계 문제나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것들이 다음 카페 등이 생기면서, 다른 언론은 국회에 상정되서야 국민연금에 대해 떠드는 반면, 미리부터 그런 문제들을 이슈로 제기할 수 있다는 거죠.
또 세계적인 경향입니다만, 갈수록 저널리즘이 퇴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신문 보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신문을 심각하게 읽는 분들의 지평은 갈수록 좁아진단 말이죠. 그런데, 다음은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90% 이상이 가는 사이트니까,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함으로써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역할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사회 : 어떻게 먹고사느냐라는 문제가 있지 않겠습니까? 현재 상황이나 전반적인 구상에 대해 얘기해보죠. 민중의 소리는 어떻게 먹고살고 있나요?

정 : 저희는 안먹고 사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요.(웃음) 컨텐츠 판매가 주 사업으로 먹고사는 건 가능한 정도인데, 그러면 추가투자가 전혀 발생하지 못하죠. 테이프랑… ‘다음’같은 포털에 컨텐츠를 팔고 있는데…’다음’이 좀 비싸게 사줘야하는데 말이죠.(웃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여론 시장에서 생존을 보장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어야 한다는 거죠. 한국에서 좌파적 지향을 가진 미디어가 먹고 살 환경은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먹고 살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그래서, 이런 매체 혹은 이런 지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폭넓게 단결시키는 문제에 관심이 갑니다.

창 : 광고의 압력을 받지 않고 자본에서 독립하겠다는 게 사실 잘 안되요. 지난 6월에 투자자를 찾아서 법인을 만들었고, 지금 저까지 유급직원은 다섯명인데, 그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아마추어적인 방식으로 인터넷 매체가 운영되는 것은 안됩니다. 어떤 사이트가 유지되려면 컨텐츠의 신뢰성과 내용이 담보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생산 방식이 아니라 수익 방식, 즉 어떻게 영업을 해서 유지할 것인가 인데, 물론, 내용이나 논조가 영향을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겠죠. 여기서 수익을 낸다는 것은 돈벌이가 아니라, 그에 맞는 생산 구조가 무엇이고, 고객층은 누구인가, 이에 맞는 논조는 무엇인가, 역산이 될 수 있지 않느냐라는 거고. 저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인원과 규모로 봤을 때, 인터넷 자체만 잘 커버를 해도 되지 않을까, ‘대자보는 인터넷에서 제일 빠른 인터넷 연합뉴스가 되자’ 이런 전략과 컨셉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습니다.

구 : 저희는 처음에는 더부살이로 시작했지만, 독립법인이 되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영업을 뛰어야합니다. 아직 한국에서 인터넷 언론으로서 독자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작은 규모로는 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불가능합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배너 광고나 유료화 이런 것들인데, 다 얼마 안됩니다. 유료화는 시도하기도 불가능하고. 결국은 미디어 사업을 하기 위해 다른 부대 사업부문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행사업, 유기농 매장사업 같은거죠. 장기적으로도 만만치 않다고 봅니다. 잘나가는 데가 오마이뉴스 정도인데, 대선 이후 정치 과잉의 상당한 특수를 누리고 있는 상태지, 계속해서 이러한 특수가 이어질 것이냐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자발적인 후원같은 것은 비정상적인 행태거든요.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게 되죠.
우리나라에서 양적, 질적으로 인터넷 언론이 성장했지만,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지속적인 물적 토대가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김 : 저희는 이런 걸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예컨데, 저희가 지평을 확대해서 독자적인 규모로 광고를 못하는 컨텐츠 생산자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여태까지는 포털이 CP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측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능력만 있다면 기본적인 수익이 가능하도록 저희 같은 포털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관적인데, 인터넷도 그렇고 언론도 그렇고, 다 수익하고는 거리가 먼 것들이죠.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유료화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정까지 포함해서, 이 영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준희(이하 준) : 제가 좀 늦었죠. ‘선거법 개정과 인터넷 언론 토론회’에 참석하느라고 늦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인터넷 언론에 대한 개념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정량적 개념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구요? 예컨데, 방문자 수, 상근 기자의 규모, 자체 컨텐츠 생산 능력을 갖고 있나 등으로 규정하고, 선거시기에 선관위에 등록해서 선거보도나 토론회를 하고, 후보자들의 광고까지 받는 방식이죠. 참여정부 들어서서 선관위도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개정안을 낸 것 같아요.
사실 결론은 없었어요. 토론 사이트나 최근 생겨난 시대소리나 서프라이즈 등은 주장, 컬럼 등 어떤 의미에서 당파적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인터넷 매체로 규정할 수 있는가하는 쟁점도 있었구요.
포털 사이트 얘기도 나왔는데, 기존 언론에서 뉴스를 받는 ‘다음’같은 포털사이트를 인터넷 언론으로 볼 수 있느냐, 안된다라는 주장을 모 인터넷 신문 대표께서 하셨는데 (웃음) 그것도 고민거리인 것 같아요. 포털시장이 크기 때문에 만일 선거법상 언론으로 보장받게 되면 광고나 후보자가 거기에 집중되면서 여타 규모가 작은 매체들은 광고시장이나 후보자 토론에서 배제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아요.

구 : 인터넷 언론을 돕는 방안으로 공적지원들이 얘기되는데, 그것이 참 아쉽긴 하지만 어려운 겁니다. 그건 돈을 주는 자에게 목을 맡기는 꼴이거든요. 그건 방안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마치 라디오나 TV 에서는 광고 공사에서 가격이나 배분을 안배해서 마이너도 전파를 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인터넷 언론도 시장의 환경 자체를 인터넷 기자협회 등을 통해 최소한의 생존 기반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모색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준 : 인터넷 언론이 겪는 법적인 지위 확보에 앞서, 과연 사회적 지위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참여정부 들어서 청와대나 부처는 브리핑룸으로 전환하고 인터넷 매체들에게도 개방을 했거든요. 그 측면에서는 정간법이 개정이 안되었지만, 정치적 결단에 의해 문제가 풀리면서 사회적·정치적 지위는 일정정도 확보가 됐거든요. 하지만, 지자체나 경찰청, 검찰 등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서는 여전히 제도권 언론의 기득권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예를 들어, 815 대회 때 평양에 취재진이 20명 정도 갔는데, 북측 단장하고 남측 기자단의 면담 자리에서 통일부 기자단에게만 얘기해서 인터넷 기자협회 방북 기자단을 배제했거든요. 통일부 기자들끼리 대표 5명을 선정해서 행사장을 취재하는 일이 벌어졌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때문에, 대안 언론들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구 : 결국 개인적 주체까지 포함해서 전반적인 우리사회의 정보공개와 정보접근권에 관한 문제로 싸움이 커져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선에 있는 언론인은 투쟁의 전선에 있는 거죠.

사회 : 마지막 지금까지 얘기하지 않은 주제나, 혹은 미디어 지형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준 : 인터넷 대안언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대와 확산이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이라는 지평 속에서 언론의 역할이 분명했고, 상당히 선진적이고 선구자적 언론인에 의해 언론도 발전했지만, 사회가 변화된 측면도 많잖아요. 인터넷 언론은 좀 더 다양하고, 사회 개혁의 이슈에 대한 부분에 주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번 한총련 대학생 미군 진입 사건 때, 나중에 취재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민중의 소리 기자 등 세 명이 잡혀가서 한 명이 구속된 일이 벌어졌는데, 그때 협회랑 많은 언론인들이 빠르게 움직여줘서 사진 기자가 구속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죠. 그런 연대 정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 : 우리가 제도권 정치를 보고 이념형으로 재편하라는 충고를 하지 않습니까? 저는 언론부터 재편해라, 이런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면 보수적 논조를 가진 편집국에 진보적 기자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결과적으로 보수적 언론에 읽을 맛을 더해주는 양념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반대로 진보적 언론에도 개별 기자에는 보수적 시각이 많이 있고, 그래서 기사들이 튀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저는 언론인들이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구 : 인터넷 언론의 전망은 밝으면서도 어둡습니다. 수익모델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공짜로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 미디어 활동을 해야하는 생산자들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얼마만큼 독자들에게 차별성 있는, 만족도 높은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그 사람들의 대가를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지속적인 발전이 될 것입니다.

김 : 이제 싸움은 기존의 보수언론과 인터넷 대안언론의 싸움은 아닌 것 같아요. 대선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균형도 이뤄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기존 보수언론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장이 없어지고 사막화되는 현상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거죠. 거기서는 정치인으로 수렴되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거꾸로 삶의 문제를 정치화하는 문제에 인터넷 언론이 신경써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 : 제가 총론적으로 제일 고민하는 문제는… 예전에 돈 없을 때에는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는데, 지금은 80% 정도를 고정멤버가 써요. 그래서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살릴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또 인터넷 언론이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와 결부된다고 했을 때, 통신 강국에 맞는 사회적 제도나 마인드와 함께 만들어 가야합니다.

사회 : 인터넷 언론이 대항언론으로 출발했지만, 기존 언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 인터넷 언론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를 인터넷 언론이 거꾸로 추동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소장,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
이창은: 대자보 편집국장
구본권: 인터넷한겨레 뉴스부장
김진화: 미디어 다음 기자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사무국장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