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나는 대화, 소통, 이해에 장애를 겪고 있다. 말하기란 무엇이며 듣기란 무엇인가.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이해받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게다가 서로 통한다는 것은 뭐란 말이냐. 이렇듯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할 때 종종 녀름의 블로그를 찾는다. 일년 내내 여름인 그 블로그에 가고 싶어진다. 거기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생각의 점핑과 점핑, 그 사이엔 내가 모르는 세계
링 링 링 링 링 링 링 링
어떤 연결의 고리가 있을까?
또 왜 연결해야하지? 이런 딴지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연결되어있냐?”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공동체에서 먼가 심적 지원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여기까지 엄청 혼자만 알아들을 수도 있는 자의적인 포스팅)
– 링, 2007년 7월 11일
– 백만 근, 2007년 10월 4일
녀름이 스스로 정의하고 있듯이 혼자’만’ 알아들을 수’도’ 있는 엄청 자의적인 포스팅이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식의 흐름 기법 정도가 아니다. 생각이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그 생각의 사이사이를 연결할 고리를 찾지 못해 독자로서 나는 한참을 방황한다. 왜 여기서 이 얘기가 나오는 거지? 아까 그 얘기와 이 얘기의 다리는 뭐지? 퍼즐의 빈자리를 혼자서 심각하게 궁금해하다 보면 맞추는 부분도 생기고 알아먹는 부분도 생긴다. 이럴 때 퀴즈를 하나 풀어낸 것처럼 승리의 콧노래를 흥흥거린다. 그러나 대부분 포스팅은 결국 끊어진 다리를 잇지 못한 채 내가 이해하기도 전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이렇게 반복되는 읽기는 내게 교훈을 남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어. 모르는 부분은 모르는 대로 남겨두는 거야.” 이렇게 나는 일년 내내 여름 안에서 퍼즐도 맞추고 도도 닦는다.
마력의 주문, 함께 해요
그렇다고 해서 이 블로그에 혼자 노는 즐거움만 있겠거니 하신다면 그건 또 아니지요. 녀름은 이미 블로그를 통해 여러 사람에게 “함께 해요”의 러브콜을 보내왔다. 다음의 포스팅들이 그 생생한 증거자료이다.
– 만 나 고 싶 어 요, 2007년 6월 16
– 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기대중***, 2007년 6월 19일
– 지리산 식단, 2007년 8월 10일
증거자료와 같이 녀름은 다양한 아이디어와 멋진 액팅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며 그래도 안 먹힐 때는 무조건 마법의 주문을 외친다. “함께 해요!” 실제로 지리산에 갈까 말까 고민하던 리우스는 녀름의 함께 해요 주문에 빠져 돼지고기를 삶진 않았지만 결국 지리산에 함께 갔다. 그 메뉴가 먹고 싶으니 함께 가자는 말에 리우스가 응답할까 나는 심히 미심쩍었는데(솔직히 처음 저 문구를 읽고는 모니터에 커피를 뿜을 뻔했다, 너무 뻔뻔하게 들려서) 결국 그들은 통하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구나, 얼쑤! 우야든동 사람들이 함께 오가며 소통하는 기회를 소중히 하고 그런 액션의 한가운데서 짜릿함과 신남을 만끽하는 녀름이 다음에는 또 무엇을 들고 나와 “함께 해요!”라고 외칠지 나는 기대기대기대 중이다.
유쾌한 줄임말 제조기
– 자잡, 2007년 7월 28일
– 여지블모 지리산 가요!! 댓글 중에서, 2007년 7월 28일
블로그에 회자된 ‘여지블모(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도 그러고 보면 녀름이 줄였다. 여지블모란 말의 어디가 들판의 잡초를 헤치는 아낙 같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녀름님은 그렇다고 하신다. 자전거 잡상을 줄인 ‘자잡’도 있다. 그 덕분에 나는 자전거를 탈 때마다 ‘자잡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자전거 운전에 미숙해서 자잡을 할 여유가 안 생기지만 그래도 탈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 모두 자전거를 탈 때는 자잡을! 앞으로도 번뜩이는 재치와 유머로 줄임말과 유행어를 양산하리라 나는 또 기대기대기대 중이다.
그냥 놀러와
이렇게 오늘도 여름 안에서 놀았다. 시간이 휙휙 잘도 간다. 나는 소통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고민도 이제 고만 잊고 만나서 무얼 하면 즐거울까, 함께 하는 기쁨이 무엇인지를 되새긴다.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틈새를 꾸역꾸역 채우는 것보다는 길에서 잠깐 만나서 스치듯 통하는 것이 반짝거린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니, 아직도 자꾸자꾸 까먹지만 그럴 때는 녀름의 블로그에 놀러간다. 거기서 놀다 보면 다시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도 생기고 신기한 것도 생기고 함께 하고 싶은 것도 생긴다. 당신도 그냥 놀러오세요, 그 친구네 집에-
옹, 놀러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