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청소년 언론을 만들어 가는 사이버공동체{/}웹은 우리들의 발언대

By 2003/11/12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사이버 테마기행

서현주

학교에서 속 터지는 일을 당하면 어떻게 풀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친구 붙잡고 수다떨끼다. "이거봐! 나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정문에서 머리를 자르냐. 가위가 귓전을 스칠 때…으~윽, 정말 소름끼쳐 죽는 줄 알았어". 그 다음은? 80년대 학생이라면 떡볶기 집으로 달려가 실컷 먹고 잠자고 잊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 학생이라면…아마도 컴퓨터 앞으로 달려갈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누군가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성토대회를 열기 위해,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채팅으로 만난 친구와 분개하고, 자신만의 글로 자신만의 주장을 펼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사이버공동체를 꿈꾼다!

전통적인 의미의 공동체는 지역적·문화적·사상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공간적 개념으로써 특정 장소에 모여 사는 사람들이, 문화적으로는 같은 행동과 같은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상적으로 같은 주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단위가 바로 공동체이다. 그렇다면 사이버 공동체는 어떻게 정의 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의 공동체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특정지역이 아니라, 특정한 사이트나 이슈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일뿐.
오히려 오프라인의 공동체가 ‘특정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반대로 온라인 공동체는 지역을 벗어나, 한곳에 접속하고 함께 행동함으로써, 그 의미를 확대시켰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웹사이트라는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게시판 글쓰기라는 생활양식으로, 자신들의 관심사를 나누고 있다면, 그들이 바로 사이버공동체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사이버공동체(이하 청소년공동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온라인에 모여서 오프라인까지 쫙~…

우선 청소년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장소를 살펴보자. 10대들의 커뮤니티 포털사이트를 지향하고 만들어진 아이두넷(http://www.idoo.net)이 있다. 여긴 완전히 10대가 다 만든다. 홈페이지에 버젓이 ‘아이두넷를 처음 만들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프로그래밍, 시스템 관리, 사이트 기획, 기사 작성, 관리 모두 10대들이 직접 맡고 있다’고 자랑이다. 또 다른 곳은 우리스쿨(http://www.urischool.org)이라는 곳으로 ‘청소년권익보호를 위한 인터넷커뮤니티’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단지 청소년들을 위해서 난상토론방/Cafe 등의 ‘해방공간’을 제공하는 것 말고는 우리스쿨이 하는 일은 없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희망(www.heemang21.net), 바이러스(www.1318virus.net)을 통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문화적인 공동체라는 점이다. 여기에 접속하는 청소년들은 모두 글쓰기를 하고 게시판에 올린다는 같은 행동을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하는 행동은 같다. 글을 쓰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메뉴도 다양하다. 카페, 난상토론방, 대화방, 수다클럽, 시선난장, 작가클럽, 길거리 질문, 설문조사까지. 이제 그들의 무기는 쓰기를 통해서, 혹은 읽기를 통해서, ‘표현하기’가 된 셈이다. 표현하는 청소년이 없으면 그 사이트는 죽어버리고, 반대로 표현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면 사이버공동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지 온라인 글쓰기에 머무는 것만은 아니다. 청소년공동체가 사회를 바꾸려는 힘으로 발휘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선 ‘두발규제’를 살펴보자. 두발규제에 관한 이야기는 웹에서 학생들을 묶어내는 가장 강력한 주제였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는 청소년 웹 연대 With(CyberYouth + Ch.10 + Idoo)가 꾸려져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http://www.mywith.net)페이지를 만들고 서명을 받기도 했다. 그 성과로 10만명에 가까운 사이트 접속자들로부터 서명을 받아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 여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에 접속해서 게시판 검색에서 ‘두발’이라는 단오를 쓰면, 몇 십 개의 게시물이 쫙! 나열된다. 모두 학교에서의 두발규제가 청소년인권을 침해하는 구속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의 주제는 뭐니뭐니 해도 NEIS일 것이다. 청소년사이트들이 NEIS반대를 위한 페이지를 만들어 서명을 받고, 청소년들의 논리와 이유로 NEIS를 반대하기도 했다. 지난 8월 2일에는 ‘내 정보 사수 궐기대회’청소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를 하고 명동에 모여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공동체는 학교와 탈학교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다. 체벌, 급식, 두발규제, 교칙, 왕따, 성적, 컴퓨터, 이성친구, NEIS, 탈학교, 자퇴, 대안학교, 실업고 & 특수목적고, 미디어까지… 이런 다양한 주제들이 떡볶기 집에서 수다떨기에서 벗어나, 이제 청소년 사이버공동체를 만드는 주요한 테마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의 구색맞추기 보다는 자신만의 목소리로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3주체’라는 말을 쓴다. 학부모, 교사, 학생이 그 3주체로서 교육의 주체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이를 통해 교육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현장에서 학생의 위치는 말뿐인 ‘3주체’일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은 ‘초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혹 토론회나 이슈사안에 따라 연대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구색맞추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적어도 오프라인에서는 그렇다.
반면 사이버공동체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자신들의 생각과 글, 공간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청소년이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가 친구와 수다떨기 수준이었다면, 온라인에서는 적어도 논쟁이 된다. 청소년들끼리, 교사와 함께, 부모와 함께, 때로는 사회의 유명인사들도 참여한다-‘펌’이라는 문화를 통해서.

청소년사이버공동체는 아직은 실험단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을 상대로, http://www~로 시작하는 청소년사이버공동체가 과연 어떤 모습을 만들어 낼지 기대해 봄직하다.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