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신용정보법 개정안’ 의원입법안 발의, 공청회 등 사전절차 회피
재벌 통신사의 신용정보산업 진출 허용 등 개인정보 오남용 부추길 위험성 내포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와 ‘신용정보산업 선진화’를 명분으로 하는 현재의 신용정보법 개정 추진 과정이 매우 졸속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여당에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
현재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법안의 길이만도 237페이지에 달하며 58개조 중 11개를 제외한 47개 조문이 개정되고 신설된 조항만 150여개, 삭제된 조항 또한 50여개에 달합니다. 의안의 방대함만이 아니라, 마이데이터 산업의 신설, 재벌 통신사의 신용정보산업 진출 허용, SNS 등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정보업의 허용 등 현재의 신용정보산업 생태계 자체를 완전히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면서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의 사전 절차를 회피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일방적인 정책 홍보 외에 법조문에 대한 구체적 해설서조차 발간한 적이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개인신용정보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어 소비자 단체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지난 해 12월 12일에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으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법제간의 중복과 혼란, 익명 조치의 무책임성, 공개된 개인정보의 남용과 표현의 자유 침해, 프로파일링에 따른 정보주체의 권리 침해, 데이터브로커를 통한 개인정보 상품화 등 11개 이슈에 걸쳐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붙임문서 참조)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답변도 내놓지 않은 채, 장미빛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에 열린 공청회는 이번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적 절차였으나, 실제로는 법안에 대한 일방적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습니다. 법안에 대해 문제제기해왔던 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이 배제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산업계 인사들만 토론자로 초청되어 법안에 찬성하는 토론들만 이어졌습니다.
우리 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무엇 때문에 신용정보법 개정을 이처럼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으며, 이로 인한 소비자 권리의 침해를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우리 6개 소비자,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안에 대한 우리들의 우려와 비민주적, 폐쇄적인 법안 개정 추진 과정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금융위원장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합니다.
2019년 2월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서울YMCA,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함께하는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