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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환자 생명 보다 특허권 보호가 우선? 의료 특허 독점 논란

By 2019/02/15 2월 19th, 2019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4-2. 소프트웨어 특허

전 세계적으로 특허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경향인데, 과거에는 특허 대상이 아니었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나 사업 모델(비즈니스 모델, BM)도 특허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0년을 전후하여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BM 특허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나 사업 모델에 특허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일정한 독점권을 부여하는대신 기술을 공개하고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미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은 특허 없이도 빠른 혁신을 이루어왔으며, 오히려 특허로 독점을 부여했을 경우 혁신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또한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했을 때, 20년의 특허 보호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해당 기술의 효용성은 거의 없을 수밖에 없어 공공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특히 소프트웨어 특허는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같이 개발자의 참여와 공유에 기반한 소프트웨어일지라도 자칫 특허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것을 모방하지 않더라도 특허 침해가 될 수 있는데, 알고리즘의 특성 상 동일한 기능 구현을 위해 다른 방식을 모색하기 힘들고, 또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기존의 소프트웨어 특허를 사전에 검색하여 대응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0년 3월 4일,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정보공유연대가 BM 특허의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인터넷상에서의 원격교육방법 및 장치’ 특허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02년 12월 18일, 특허법원은 삼성전자 BM 특허에 대해 무효를 선고하였다. 이 소송은 BM 특허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이슈화 하기는 했으나, 소프트웨어 특허나 BM 특허 자체를 무력화 시키지는 못했다.

4-3. 의약품 특허

의약품은 원료가 되는 물질이 오롯이 의약품 그 자체가 되어 특허를 부여 받는다. 하나의 특허가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의약품에 부여된 특허는 말 그대로 ‘완벽한 독점’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전자·기계 분야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개의 특허가 존재하여 어느 한 기업이 하나의 제품에 대해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어렵고, 때문에 특허 분쟁이 일어나도 종국에는 분쟁 당사자 간에 승패를 가르기 보다 상대방의 발명을 이용할 수 있게끔 계약을 맺는다. 그러나 제약 분야에서는 독점이 주는 이익이 큰 반면, 그 독점이 깨질 때 입는 피해가 기업의 존폐 여부까지 결정하기에 제약 산업에서는 다른 산업분야보다 특허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제네릭 의약품은 특허로 보호 받는 의약품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으로 보이는 의약품을 통상적으로 일컫는 말로, 흔히 복제약 또는 카피(copy)약이라 불린다. 의약품에 대한 특허가 없거나, 특허 보호 기간이 만료되었을 때 특허를 가진 제약 회사 외의 다른 제약 회사는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은 같은 효능을 지닌 특허 의약품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일례로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가 전 세계적으로 독점 생산하고 있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은 2003년 국내 가격이 한 알에 23,035원이었다. 그러나 2003년 1월 인도의 제약 회사 ‘나코’가 생산하는 글리벡의 제네릭 의약품인 ‘비낫’은 한 알에 2달러, 약 2천원 정도였다. 당시 글리벡의 생산 원가는 845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허로 인한 독점, 이에 따른 높은 가격으로 인해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특허 부여의 필요성이 주장 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상당히 거품이 많은데, 실제로 제약 회사의 재정 구조를 보면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보다 마케팅 비용이 두 배에 이른다.

의약품에 대한 제약회사의 가격 폭리 정책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첨예한 갈등을 낳고 있다. 남반구에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의 사회적 기반을 흔들고 있는 에이즈는 이 갈등의 정점에 있는 질병이다. 1987년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 개발 이후 수십 종의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되어 대다수 선진국에서 에이즈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여전히 에이즈로 인해 매년 2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그들의 대다수가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에이즈 치료제 가격은 그들의 1년 소득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이에 2001년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 회의에서는 142개 WTO 회원국의 절반이 넘는 80여 개 국가들이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비롯한 공공의 건강 보호가 제약 회사의 특허권 보호보다 중요하다”는 도하 선언문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도하 선언문은 지적재산권에 관한 트립스 협정이 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음을 주된 내용으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 강제실시를 적시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 인권인 생명권과 건강권에 특허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의약품 특허에 대한 엄격한 심사, 강제 실시, 그리고 공적인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와 같은 다양한 공공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