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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파스콸레 『블랙박스 사회』 서평{/}[함께 읽는 정보인권]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By 2019/01/15 No Comments

글쓴이│JJ도우넛



우리가 의식하지 않고 있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기록되고 있는 장치, 블랙박스.
인풋과 아웃풋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장치, 블랙박스.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는 블랙박스는 데이터 수집과 동시에 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 책은 이런 문제를 폭로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솔직히 『블랙박스 사회』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박스(비행기나 자동차가 주행하는 동안 기록되었다가 사고가 났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장치)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차량 블랙박스 사고영상 만을 모아 보여주는 (사고예방 차원에서 방송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드는 탓에 제목만 보고 끌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데이터 모니터링 시스템 기록장치’의 의미와 ‘불가사의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의 두가지 의미로 빅데이터 시대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쉽도록 비유로 사용했다.

저자는 빅데이터 시대의 문제점은 중대한 세가지로 압축했는데 평판, 검색, 금융의 블랙박스가 그것이다.

1. 평판의 블랙박스 : 데이터 폭주 시대의 디지털 평판

우리는 스마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와 관계된 모든 것은 데이터로 저장되고 그것이 곧 내가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부터 내가 관심을 가지고 검색해 본 나의 검색어들, 그리고 나의 신용평점까지 나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이 누군가에게 수집되어 마케팅 자료로 팔리거나 감시의 빌미가 된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 인용문에 잘 표현되었다.

그들은 이미 우리 모르게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을 기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디어학자 조셉 터로우의 표현대로, 우리가 ‘타깃’인지 ‘쓰레기’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에게 점수를 매겼다

『블랙박스 사회』 P.58

2. 검색의 블랙박스 : 감춰진 로직

어느날 부터인가 검색엔진에서 보여지는 광고가 전부 내가 클릭해봤던 상품들이어서 깜짝 놀란적이 있다. 그것은 편리하다기 보다는 끔찍함이 앞섰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인터넷 광고가 흥미를 끌어 클릭했던 내 행동이 분석되고, 필요에 의해서 검색했던 쇼핑몰의 상품들의 데이터들이 저장되어 나도 모르는사이 나의 ‘디지털 자아’가 되어 내눈앞에 들이대어졌으니 놀랐을 수 밖에.

이 책에서는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한 정보업체들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의 문제들을 제시한다.

당신은 구글의 고객이 아니라 ‘상품’이다.

『블랙박스 사회』 P.10

3. 금융의 블랙박스 : 황제의 새 코드

이 책을 읽고 안심한 것이 한가지 있다. 대출서류, 보험서류, 계약서류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한채 서명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데는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의 꼼수가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신용 평점 또한 우리가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블랙박스에 의해 매겨지며 그것을 기준으로 평등하지 못한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것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저자는 위에서 열거한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 또한 두 개의 챕터를 할애해 제시하고 있다.
(4장에서는 블랙박스식 기업들의 최악의 직권 남용을 저지하기 위한 몇 가지 법적 전략을 제안, 5장에서는 알기 쉬운 사회라는 이상을 기반으로 평판, 검색, 금융의 새로운 정치와 경제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시작했지만 실제로 내가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 의외로 어렵지 않게 읽혀졌다. 그저 단순히 빅데이터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나의 모든 정보가 새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만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모든 것들이 명약관화하게 밝혀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런 문제점들을 나 혼자서 해결해 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을 알고 공론화되어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면 조금더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 이 글은 JJ도우넛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 된 『블랙박스 사회』 서평 글입니다.

편집자주 : <함께 읽는 정보인권>은 정보인권 관련 외부 서평글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의 내용이 진보넷의 입장과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또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섞이며 조금씩 정보인권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