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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도메인 시행에 따르는 세가지 쟁점을 살펴보자{/}한글.kr 정책, 뜨거운 논란

By 2003/11/12 10월 29th, 2016 One Comment

집중분석

오병일

이번에 시행되는 한글.kr은 몇 가지 점에서 기존과 다른 정책을 가지고 있다. 국내 인터넷주소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KRNIC 주소위원회는 지난 몇 년동안 한글도메인 정책을 논의해왔다. 인터넷 주소정책은 한번 결정되면 돌이키기 힘들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토론이 요구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몇 가지 정책에 대해 쟁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도메인 체계

한글.kr 도메인 정책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2단계’ 체계라는 것이다. 즉, 영문 도메인의 경우, ‘nic.or.kr’과 같이 3단계로 되어있고 3단계에서 등록을 받는데 반해, 한글.kr의 경우는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과 같이 2단계에서 등록을 받는다. Com 도메인이 2단계 체계인 것을 고려하면 .kr 도메인이 3단계 체계인 것은 이용자들을 유인하는데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이용자들도 3단계보다 단순한 2단계 체계를 선호한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민간업체에 의해 관리되는 com 도메인의 경우 ‘최대의 이윤 창출’이라는 목적 하에 운영되는 반면, KRNIC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에 의해 관리되는 국가도메인 .kr은 ‘국내 인터넷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공공성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터넷 공동체는 ‘현재의 이용자’ 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이용자’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kr 도메인 공간이 ‘고갈’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com이나 co.kr 도메인이 지난 몇 년 사이에 포화상태(즉, 어느 정도 의미있는 이름은 이미 등록이 된 상태임)에 이르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글.kr의 경우도 이러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때 3단계로 할 경우는 co, or, pe 와 같이 2단계 공공도메인을 새롭게 생성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지만, 2단계는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영문.kr의 경우 여전히 3단계 체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방송.kr은 등록이 되어도, KBS.kr은 등록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영문명을 주로 쓰는 MBC, KBS 등의 방송사나 KT, LG 등의 기업이나 단체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KRNIC은 2단계 체계로 시행하되 향후에 2단계 공공도메인 후보로 은행, 음악, 축구 등 일반 명사나 업종명 등 769개 단어를 ‘유보어’로 설정하여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있다.

상표·상호 우선 등록

지금까지 통상의 도메인 등록 방식은 ‘선접수·선등록’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글.kr의 경우, 상표·상호 소유자들에게 관련 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는 우선권(이를 선라이즈-Sunrise-라고 한다.)을 주고 있다. 이는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도메인 분쟁을 막고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kr’을 삼성그룹이 아닌 다른 사람이 등록하였을 때, 도메인 소유자와 상표권자인 삼성그룹과의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업의 도메인을 선점하여 고가에 판매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도메인 분쟁해결기구나 법원 등을 통해 상표권자가 도메인을 되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상표권자에게 관련 도메인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정책은 지나치게 기업 편향적인 정책이라고 비판받아왔다. 인터넷을 통한 기업활동이 보편화되면서, 도메인이 상표와 비슷하게 인식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도메인과 상표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상표는 각 국가 특허청에 등록하지만, 도메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또한, 도메인은 상업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kr’은 인터넷 서점 ‘아마존’ 뿐만이 아니라, 아마존 환경보호단체 혹은 아마존에 관심있는 개인 등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상표권과 도메인을 둘러싼 논쟁은 비단 국내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국제적 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인 ICANN에서도 .biz, .info 등 새로운 최상위도메인을 신설할 때도 선라이즈 정책이 논쟁이 되었는데, 결국 선라이즈를 채택하지 않았다.

비속어 규제 문제

인터넷 상의 음란물을 둘러싼 가치관의 충돌은 ‘도메인’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KRNIC은 한글.kr 등록과 관련하여 769개의 2단계 공공도메인 후보 단어뿐만 아니라, 60개의 ‘비속어’ 단어도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비속한 어휘를 포함한 도메인이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도메인은 홈페이지 내용 자체의 규제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몇 개 단어로 이루어진 도메인을 ‘미풍양속’의 명목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언어의 조합이 가능하다고 했을 때, 이러한 규제가 과연 ‘미풍양속을 보호’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기존 영문.kr의 경우에도 비속어 어휘를 제한하는 정책이 있었으나, 위와 같은 문제제기에 의해 폐기된 적이 있다. 그런데, 한글 도메인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쉽게 인지’되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폐기된 정책이 다시 부활한 것이다. 결국 60개의 단어만을 제한하는 것으로 타협안이 만들어졌다.

200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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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복 댓글:

    .info 는 지재권 등록을 먼저 받아
    추첨을 통해 분배했습니다. 지재권자
    간의 추첨과정이 있어서, 선라이즈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선라이즈 제도의
    변형이라 해야할 것입니다.

    .biz 는 선라이즈 대신 STOP 라는
    과정을 통해, 도메인이 사용되기전에
    미리 신청받은 지재권자 이의제기
    과정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이번 한글.kr 은 .info 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오래간만에 여기와보니
    부정확한 내용이 있어 여기에
    올려봅니다.

    네임컴 이수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