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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마이어 쇤버거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서평{/}[함께 읽는 정보인권] 빅데이터, 혁명의 시작인가 혼란의 불씨인가?

By 2018/09/19 No Comments

글쓴이│키치님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핫(hot)’한 이슈를 고르라면 단연 ‘빅 데이터(big data)’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고속 처리하여 즉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신기술을 이르는 빅 데이터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차세대 빅 트렌드로서 주목받고 있다. 최신 기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나조차도 최근 몇 개월 동안 자의반 타의반(?)으로 빅 데이터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번에 또 한 권의 빅 데이터 전문서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이 출간되었다.

저자 빅토르 마이어 쇤버거는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에 재직 중인 빅 데이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며, 공저자 케네스 쿠키어는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편집자를 역임하고 있는 비즈니스,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두 사람이 쓴 책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은 빅 데이터의 의미와 중요성, 현황과 미래, 문제점 등 빅 데이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헤친 본격 ‘빅 데이터’ 전문서다.

세계가 빅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용성이다. 빅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질병이 왜 발생했는지 이유를 따지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질병이 발생했다는 자료가 수집되는 즉시 치료법을 개발하고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 있다. 즉, 이론이나 학문적 설명 등 복잡한 인과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결과에 집중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트렌드를 포착하고 그 이유를 분석한 후에 제품 개발, 마케팅 등의 단계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가 형성되는 즉시 바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매출을 높일 수 있다.

문제점도 있다. 첫째는 빅 데이터가 경제학, 정치학 등 여러 학문에서 개발한 이론을 부정함으로써 ‘이론의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옹호론자들은 빅 데이터가 이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그 지위를 역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빅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는 툴은 여전히 학문적 바탕에 기반하고 있으며, 빅 데이터가 다루는 정보 역시 이제까지 세상에 없었던 정보가 아니라 기존의 정보가 재생산된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빅 데이터가 기존의 이론이라든가 분석, 예측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가장 큰 문제점은 빅 데이터가 특정 집단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실시한 인구조사, 17세기 영국의 토지대장 사업, 신라시대의 민정문서 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정보는 지배층이 피지배층을 관리,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형성, 수집되었다. 빅 데이터 기술이 발달할 경우, 국민들의 삶이 발전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나 정보기관에 의해 국민들을 감시하고 처벌하는 용도로 악용될 여지 또한 존재한다.

옹호론자들의 말만 들으면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빅 데이터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강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최신 기술로 추앙받고 있는 스마트폰은 책, 신문, 라디오, TV, 인터넷 등 기존의 미디어를 하나의 미디어에 담은 플랫폼에 불과하다. 빅 데이터도 그 발상과 기술 자체는 훌륭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악영향만 낳고 사라질지도 모른다. 빅 데이터가 과연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위대한 발명이 될지, 아니면 ‘빅 브라더’로 악용될지 여부에 관해서는 인간의 지혜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빅 데이터 때문에 우리 생활은 더 많은 감시가 가능해진다. 또 사생활을 보호하는 일부 법적 수단들은 무용지물이 되며, 익명성을 보존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술적 방법들도 효과를 잃는다. 똑같이 불안한 것은 개인에 대한 빅 데이터 예측이 행동이 아닌 성향에 기초해서 사람들을 처벌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일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약화시킨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pp. 308~309

 

※ 이 글은 키치님의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 된 ‘<빅 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혁명의 시작인가 혼란의 불씨인가’ 서평글입니다.

편집자주 : <함께 읽는 정보인권>은 정보인권 관련 외부 서평글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글의 내용이 진보넷의 입장과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또 다양한 입장과 견해가 섞이며 조금씩 정보인권의 외연이 넓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