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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정보통신망법 본인확인제에 대한 의견

By 2010/01/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장여경

국 가 인 권 위 원 회
상 임 위 원 회
결 정

제 목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제115조(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제1항 제2호에 대한 의견

주 문

국회의장에게, 정부가 2008. 11. 28. 국회에 제출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 제115조(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제1항 제2호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한다.

이 유

Ⅰ. 의견표명 배경

정부는 2008. 11. 28.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라고 한다)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 중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제도와 관련된 조항을 살펴보면,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5 제1항 제2호(이하 ‘현행조항’이라 한다)는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부과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범위를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로 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위 사항을 개정안 제115조 제1항 제2호(이하 ‘개정조항’이라 한다)에 규정하면서 그 내용을 “정보통신서비스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변경하여 현행조항에 규정되어 있는 “유형별” 및 “10만 명 이상이면서” 부분을 삭제하였다.

위와 같은 개정조항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과 밀접하게 관련되기에 우리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에 따라 위 개정조항을 검토하였고 주문과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하였다.

Ⅱ. 판단기준 및 참고기준

「헌법」 제15조, 제21조, 제37조 제2항, 제75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를 기준으로 판단하였고,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 일반논평 10 등을 참고하였다.

Ⅲ. 판 단

정부가 2008. 11. 28. 개정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밝힌 제안이유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해킹, 개인정보 유출 및 불법 유해정보 확산과 같은 인터넷 역기능 문제를 예방하고 사후구제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현행조항은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부과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범위를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조항은 현행조항에서 “유형별” 및 “10만 명 이상이면서” 부분을 삭제하였다. 이에 따르면 일일 평균 이용자 수 산정 시 인터넷언론서비스, 포털서비스, UCC서비스 등의 유형별로 한정되지 않으며, 법률로 규정되어 있었던 일일 평균 이용자 수에 대한 하한선이 없어져 본인확인제도의 적용대상 범위를 정할 권한이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되는 것이다.

우리「헌법」은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함에 있어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가16)라고 판시하였고,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헌법재판소 1991. 9. 16. 89헌마165), “언론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민주주의는 시행될 수 없으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는 나라는 엄격한 의미에서 민주국가라 하기 어렵다.”(헌법재판소 1992. 11. 12. 89헌마88)고 판시하고 있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시민적․정치적 권리 위원회는 일반논평 10의 제2호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는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 전달의 자유뿐만 아니라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등 스스로 선택한 방법을 통하여 이를 추구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유도 모두 포함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개정조항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이는「헌법」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도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와 관련되어 있기에 우선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통적으로 기본권으로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1960년에 연방대법원은 Talley v. California 사건에서 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권리(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결정하였다. 1995년의 McIntyre v. Ohio Elections Commission 사건에서는 선거유인물을 발행하는 사람이나 선거본부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지 않은 경우에 그 유인물의 배포를 금지시킨 Ohio주 법률을 위헌 선언하였다. 한편, 미국과학발전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는 1997. 11. 인터넷에 대한 규제시스템이나 규제정책들을 설계함에 있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의 각료위원회(Committee of Minister)는 2003. 5. 28.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자유에 관한 선언’을 통해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자유를 위해 회원국들이 준수해야 할 7개 원칙 중 하나로 익명성을 포함시키고 있다. 즉 온라인 감시로부터의 보호 및 정보․사상의 자유로운 표현을 신장시키기 위하여 회원국들은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인터넷 이용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도 포함하고 있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아직 없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유지․발전에 필수불가결적인 기본권이기에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태도와, 「헌법」제18조가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익명표현의 자유는 보장된다 할 것이다.

본인확인제도를 통해 악성댓글이 확실히 감소하였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주요 포털 사이트의 뉴스 게시판, 방송사와 언론사의 게시판 등은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서 등록된 고유한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여야만 댓글을 달 수 있다. 그럼에도 악성댓글로 인해 사회문제가 된 사건들은 대부분 이들 공간에서 벌어졌다. 이 때문에 악성댓글은 익명성의 직접적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사이버경찰청의 사이버범죄 통계를 보면 본인확인제도를 강화해 온 이후에도 사이버 폭력의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인확인제도 확대 시행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본인확인제도 시행 이후 3개월 동안 악성댓글의 비중이 1.9% 감소하였다는 2007년의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결과를 들고 있지만 이 정도의 악성댓글 감소 비율로는 제도 시행에 따른 실질적 효과로 보기에 미흡하다는 반대주장 또한 존재한다.

인터넷 게시판이 익명으로 운영됨으로써 나타나는 사생활 침해나 개인의 인격권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및 기술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재도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본인확인제가 아니더라도 현재의 컴퓨터 기술로 IP추적, 로그인 접속 기록 확인 등을 통해서 불법 행위자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다. 회원정보나 인터넷 이용사실에 관한 인터넷 로그기록자료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해당하고 일정한 요건 및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이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또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 제44조의3(임의의 임시조치)을 통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을 당한 피해자는 정보의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 등을 요청할 수 있으며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 임의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한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각자 운영하는 게시판을 본인확인이 필요한 게시판으로 운영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헌법 제15조가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정조항은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와도 관련된다.

「헌법」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할 때에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하여야하며 범위를 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개정조항은 현행조항에 있는 일일 평균 이용자수에 대한 하한선마저 삭제하여 어떤 경우에 본인확인제도가 적용될 것인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게 될 범위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개정조항은 기본권의 제한 및 행사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규정되어야 한다는 법률유보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Ⅳ. 결론

위와 같은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9조 제1호에 따라 주문과 같은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한다.

2009. 11. 19.

위 원 장 현 병 철
위 원 최 경 숙
위 원 유 남 영 <불참>
위 원 문 경 란

200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