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인터넷거버넌스

한국인터넷정보센터, 한글.kr 서비스 시작{/}한글인터넷주소 뜰까?

By 2003/11/12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고영근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대통령 후보는 대선 인터넷전략의 하나로 ‘노무현’이라는 한글이름을 브라우저 주소창에 치면 자신의 사이트에 연결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당선이 된 이후로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유행어인 ‘맞습니다 맞고요’를 주소창에 입력하면 청와대사이트로 연결되게 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넷피아가 제공하는 이러한 한글키워드서비스에 이어 지난 8월 19일부터 한글인터넷정보센터(이하 KRNIC)가 ‘한글.kr’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국내 한글인터넷주소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분석해 보았다.

한글도메인과 키워드서비스

한글도메인 서비스는, 예를 들어 청와대를 방문하려면 기존에는 ‘www.cwd.go.kr’을 입력했던 대신 ‘청와대.kr’만 입력하면 연결되는 방식이다. 한글도메인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도메인업체인 베리사인은 이미 지난 2000년 11월에 ‘한글.com (및 한글.net)’ 도메인 등록을 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상적으로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할 수가 없었는데, 이는 다국어도메인에 대한 국제표준이 정해지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 20만개 이상의 도메인이 등록되었지만, 국제표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의 도메인 선점 욕구를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10월 국제인터넷표준기구인 IETF에서 다국어도메인 국제표준을 정함으로써, 한글.com 서비스도 정상화될 전망이다.
한글.com이 민간기업인 베리사인에 의해 서비스되는 반면, 한글.kr은 우리나라 국가도메인인 .kr을 관리하고 있는 비영리재단법인인 KRNIC에 의해 서비스된다. 다만, 도메인 등록은 가비아, 닷네임코리아, 아사달, 아이네임즈, 한강시스템, 한글도메인센터, 후이즈 등 7개의 등록대행기관을 통해 받고 있다.
민간업체인 넷피아가 제공하는 한글키워드서비스는 예를 들어 청와대에 방문하려면 영어로 ‘www.cwd.go.kr’을 입력하는 대신 한글로 ‘청와대’나 ‘맞습니다 맞고요’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연결이 되는 방식이다. 한글키워드 서비스는 엄밀히 말하자면, 한글도메인과 다르다. 한글.com이나 한글.kr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접근할 수 있지만, 한글키워드서비스는 업체가 배포하는 플러그인을 설치하거나, 혹은 키워드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회선을 사용해야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도메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지만, 키워드서비스는 제공업체마다 같은 키워드를 가질 수 있다. 만일 ‘네트워커’라는 키워드가 A라는 업체와 B라는 업체에서 다른 곳으로 연결된다면,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글.kr 어떻게 시행되나?

한글.kr의 한글주소는 최소2자 이상 17자 이하의 한글, 영문, 숫자, 하이픈([-])으로 구성된다. 한글.kr은 등록기간을 몇 단계로 나누어 받을 예정이다. 우선 1단계로 8월 19일부터 9월 29일 6주 동안 공공기관과 상표, 상호의 이름을 등록하고 난 후, 2단계로는 10월 7일부터 10월 20일까지 2주 동안 주민등록증 또는 사업자등록증 한 개당 원하는 한글.kr 도메인 한 개를 등록 받는다. 이 기간 동안 신청된 도메인 중 중복되는 것이 있다면 추첨을 통해 결정하게 된다. 11월 4일부터는 먼저 접수받는 것을 먼저 처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등록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하는 이유는 도메인 시행 초기의 혼란을 방지하고, 돈을 목적으로 도메인을 선점하는 ‘사이버 스쿼팅(cyber squatting)’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한글.kr이 얼마나 원활하게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글.kr 도메인이 이용될 수 있기 위해서는 웹브라우져, 파일전송(FTP) 프로그램, 전자우편 프로그램 등 응용프로그램에서 다국어도메인 국제표준을 지원해야하지만, 현재 사용중인 대부분의 응용 프로그램이 아직 이를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글.kr 서비스는 국제표준을 따르고 있어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임시 방편으로 KRNIC은 한글 도메인 사용을 위한 플러그인을 배포하고 있는데, 윈도 IE 5.x 이상 환경에서는 이 플러그인을 설치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도메인관리기구(NIC)는 익스플로러에서 자국인터넷도메인주소를 지원할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에 요청한 상태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2005년에나 다국어 도메인 표준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져 한글 도메인이 원활하게 이용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7.1과 모질라 1.4에서는 별도의 플러그인이 없이도 한글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다.

‘한글.kr’ 성공여부에 관심 집중

7개 등록대행업체와 KRNIC는 올해 말까지 적어도 10만개 정도의 한글.kr 도메인이 등록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회사명이나 사이트의 주제를 영문으로 표기하기 어려웠던 경우, 그리고 노인이나 어린이와 같이 영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글 도메인의 시행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도메인 선점경쟁을 부추겨 돈만을 노리는 장사 속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미 기존에 영문 도메인을 문제없이 쓰고 있었던 경우, 날로 증가하는 새로운 도메인의 증가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글을 쓰고 점을 찍고 다시 영문모드로 바꿔 kr을 쓰는 것이 속도를 중요시하는 네티즌들에게 과연 효용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글.kr서비스는 오는 11월이면 대강 등록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네티즌들이 한글.kr을 얼마만큼 선택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