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8/30) 헌법재판소는 철도노조 노동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 수년치가 경찰에 제공된 사건에 대하여 위헌을 결정하였다. 지난 2014년부터 이 사건에 대응해온 우리 단체들은 이번 위헌 결정을 크게 환영하며,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개인정보의 경찰제공에 대한 통제를 촉구한다.
2. 이 사건은 2013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탄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모두 무죄로 판명난 철도노조 파업을 탄압하고 위원장을 비롯한 파업참가 노동자를 추적하기 위하여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무지막지한 정보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당시 경찰은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이트 접속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는 데 이에 대해서는 헌재가 지난 6월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던 바 있다.
이어서 헌재는 경찰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철도노조 집행부의 2~3년치 건강정보를 제공받은 행위에 대해서 이번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3. 헌재는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요양급여정보가 건강상태에 대한 총체적인 정보를 구성할 수 있는 민감정보로서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고, 건강정보 제공으로 인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가 매우 중대하다고 보았다.
또 경찰이 당시 청구인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정보를 제공받은 것이 불가피하지 않았고, 2년 또는 3년 치에 해당하는 건강정보를 제공받은 것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침해한 행위로 보았다.
4. 그러나 헌재가 경찰 제공의 법적 근거인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 심판청구에 대해 각하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경찰이 정보제공을 요청했을 때 그 제공 여부가 순전히 건보공단 등 제공기관의 재량에 달린 문제라고 본 것이다. 경찰의 요청은 강제력이 없는 임의수사에 해당하므로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하였다. 그러나 경찰이 공공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행위에 강제력이 없다고 본 헌재의 판단에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보유한 막대한 정보에 대해 경찰이 제공을 요청할 때 법률적으로 아무런 요건과 절차 통제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5. 공공기관이 보유한 막대한 국민의 개인정보를 언제든지 자유롭게 제공받을 수 있다면, 경찰이 국민을 사찰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를 탄압하는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헌재는 건강정보의 민감성에 주목하였으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모든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경찰에 제공하도록 한정하는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경찰이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를 제공받을 때는 법원의 영장에 의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 갈수록 막강해지는 수사기관의 권력과 국가 감시로부터 국민의 정보인권을 지키는 길이다.
2018년 8월 31일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철도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