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

과기정통부 발표 2017년 하반기 통신수사 현황 논평{/}무분별한 통신수사 여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By 2018/05/21 No Comments

정부가 앞장서 제도·인식 개선에 힘써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17년 하반기 통신자료 및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등 현황’을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여 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통계라 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발표에서 2017년 하반기 통신 수사 건수가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으나, 정보·수사 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수사 남용이 여전하며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통신자료 수집 제도의 경우 법원의 허가 조치나 통제 조치 없이 수사 기관이 통신사업자에게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요청 할 수 있는 제도로써 그 동안 정보·수사 기관의 오남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있어왔다. 이번 발표에서도 밝히고 있듯, 2016년도 한 해 전에 비해 제공건수 자체는 줄어들었다(문서기준 2016전체 1,109,614건 → 2017년 전체 986,751건으로 10.8% 감소). 특히 아이디/전화번호 기준 2017년 전체 6,304,985건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 전체 12,967,456건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지만, 이는 그 당시 비상식적으로 제도를 남용한 탓일 뿐 여전히 국민 8명 중 1명 꼴로 통신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통신수사에 관해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통신자료 무단제공 사건에 대한 민사 소송 및 정보공개소송이 현재 진행중이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제기한 헌법소원 역시 진행 중이다. 게다가 현재 무영장으로 이루어지는 통신자료 제공을 법원 허가를 받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인권위(2014)와 유엔 자유권위원회(2015)등의 인권기구에서 지속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과 통신제한조치(감청) 역시 여전히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문서 건수 기준 소폭 하락했으나(2016년 전체 303,321건 → 2017년 전체 301,257건으로 0.7% 하락) 전화번호/아이디 기준으로는 인권단체의 기지국수사 헌법소원(2012년) 이후 경찰에 대한 대량 제공 건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추세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허가를 통한 수사라곤 하나 수사기관이 손쉽게 실시하는 기지국 수사, 실시간 위치 추적 등 제도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한 해 동안만 경찰은 39,229,941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 받았으며, 이 중 대다수가 기지국 수사 였다. 수사기관이 기지국수사로 집회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수사 관행은 국가인권위(2014), 유엔 자유권위원회(2015) 등 인권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건수 연도별 추이(정부 발표 자료, 2010-2017)

 

감청(통신제한조치)의 경우 문서건수는 전년도의 70.4% 수준이지만(2016년 전체 311건 → 2017년 219건) 전화번호/아이디건수 기준으로는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2016년 전체 6,683건 → 2017년 전체 6,775건). 뿐만 아니라, 일반범죄수사와 관련이 없는 국정원의 감청 요청 비율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국정원은 전체 감청 비율 중 지난 2016년 99.2%를, 2017년 98.7%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발표 자료에는 국정원의 직접적인 감청 및 해킹 건수를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실질적인 국정원의 감청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국정원의 패킷감청에 관해 헌법소원을 통해 지난 해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을 가진 바 있다(2016헌마263, 2017.12.15.변론). 이처럼 회선 전체를 감청하는 국정원의 패킷감청은 민주적으로 통제 되지 않고, 권력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심각하므로 이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이번 정부의 발표대로 통신수사가 전반적으로 다소 줄어든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정보·수사기관들이 여전히 통신수사를 남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정보·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수사에 대해 여러 인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권고하고 있음에도 개선이 전혀 이뤄지고 않고 있다. 특히나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의 문제로 지난 해 국정원 개혁 특별 위원회의 활동이 진행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정원의 패킷감청 등의 무분별한 통신수사와 그에 따른 국민의 사생활 침해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 역시 시급한 문제라 볼 수 있다. 통신수사 전반에 걸친 국회 및 법원의 감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정보인권을 보장 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이것이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개인정보 수집 및 보호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시대에 국민의 정보인권을 보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2018년 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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