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태국이 아니라 애보트이다
-애보트는 더 이상 환자의 생명을 흥정하기위한 거짓말을 하지 말라
태국정부는 올해 1월 에이즈 치료제 에파비렌즈(머크), 칼레트라(애보트), 혈전 치료제 플라빅스(사노피-아벤티스)에 대해 강제실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태국 국민의 1.5%, 즉 100명중 1.5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태국 정부는 2004년부터 ‘포괄적 에이즈 치료 접근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17만명 중 약 8만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환자들은 점점 1차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1차 치료제보다 14배나 비싼 2차 치료제를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강제실시는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태국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강제실시 발표에 애보트사는 태국에서 시장철수를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시장철수를 하겠다고 밝힌 품목에는 열에 안전한 칼레트라, 즉 냉장보관이 필요 없는 새로운 버전의 칼레트라가 포함되어 있다. 태국과 같은 아열대 기후에서 살고 있는 환자들,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냉장고는 사치품일 뿐이다. 따라서 상온보관용 칼레트라는 에이즈 환자들의 생명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시장철수 협박이 먹혀들어가지 않고, 인도제약사 시플라(Cipla)에서 상온보관용 칼레트라의 복제약을 연간 1560달러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애보트사는 칼레트라의 가격을 현재 연간 2,200달러에서 1,000달러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애보트사 스스로 그동안 개발도상국에서 환자 1인당 1,200달러의 폭리를 취해왔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2,200달러를 감당하지 못해 죽어가야 했던 에이즈 환자들의 생명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강제실시를 막기 위해 추악한 속내를 거리낌없이 내보이는 애보트의 결정에 더한 분노를 느낄 뿐이다.
애보트사의 결정에 분노한 전 세계 환자들과 활동가들은 지난 4월 26일을 국제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각국 애보트사 앞,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전개하였다. 한국에서도 애보트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주태한국 대사에게 태국의 강제실시를 지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한국 애보트사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활동가들을 못들어가게 하기위해 사설경호원을 동원하여 출입문을 모두 막는것도 모자라 각 언론 기자들에게 거짓말투성이의 해명 자료를 제출했다. 애보트사는 이 해명 자료에서 자사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몇 가지 이유를 언급했는데 이 논리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에 대해 낱낱이 밝히고자 한다.
첫째, 애보트 사는 신약 개발을 위한 R&D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특허가 존중되어야 하고, 따라서 환자들은 비싼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 산업의 총 매출액중 오직 11%만이 R&D에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환자로부터 취하는 폭리는 대부분 광고, 마케팅, 로비에 쓰여 지고 있다. 또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야기하는 ‘신약’은 어떤가. 지난 2002년 FDA로부터 승인 받은 87개 의약품 중에서 단지 7개만이 이전약보다 효과가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하는 약물에는 말라리아, 탄저병, 결핵등과 같이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발생하는 돈 안 되는 질병 치료제는 거의 없다. 다국적 제약사의 이런 개발 논리에 매일 27,000명이 이런 질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다국적 ! 제약회사들은 ‘새롭고! 효과 있고 필요한’ 약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있던 블록버스터 약물들을 약간 변경시켜 독점을 연장하는 데에만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애보트사는 이번 태국의 강제실시는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립스협정은 강제실시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2001년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을 통해 각 정부에게 강제실시를 발동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음이 재확인되었다. 태국법상, 그리고 트립스협정상 이번 태국의 강제실시는 완전하게 합법적인 것이다. 일부는 강제실시권 발동은 오로지 ‘응급’ 상화에서만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환자들이 죽어가야 이를 ‘응급’ 상황이라고 부를 것인가. 100명당 1.5명이 감염된 현 상황보다 더 처참하고 더 급박한 상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가.
셋째, 애보트사는 제네릭의약품과 달리 칼레트라는 세계보건기구인 WHO의 사전 인증을 통해 품질이 인증된 유일한 제형이라고 주장한다. 애보트사가 제네릭의약품의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제네릭의약품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약과 똑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판정을 받은 것이다. 모든 의약품이 WHO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인가. 애보트는 미FDA나 한국식약청에서 허가를 받지 않는가? 각 국의 의약품허가제도마저 부정하는 애보트사의 이런 무지하고 억지스러운 주장에 대해 다시 한번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애보트사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최빈국에 연간 500달러로 칼레트라를 공급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도덕적인 기업이라 주장하고 있다. 아프리카등의 최빈국에 연간 500달러에 공급하고 40여개국에 약값을 인하해도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연간 7740달러에 공급하고 있지않은가? 애보트사는 선심을 쓰는 것처럼 가격을 내린다고 했지만, 실은 이윤을 조금 줄이는 것뿐이고, 실제 최빈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 칼레트라를 공급하고 있지도 않다. 애보트는 시혜를 베푼 기업이 아니라 태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그동안 환자1명당 연간 1,200달러의 폭리를 취해 왔음을 스스로 인정했을 뿐이다.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2,200달러는 꿈같은 액수이며, 자신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수치일 뿐이다. 누구에게 500달러로 공급하고, 누구에게 2,200달러로 공급할지 시카고 본사에 앉아 계산기 ?! 琯躍?는 사이에 무고한 환자들은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
이처럼 거짓말로 범벅이 된 누더기 해명자료를 들이미는 애보트사에게 우리들은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다. 태국의 강제실시 결정이 왜 트립스 협정에 부합하며, 애보트사의 시장철수 결정이 왜 도하 선언과 태국법에 위반인지를 낱낱이 밝히기 위함이다.
환자들의 생명을 500달러, 1,000달러, 2,200달러라는 수치로 흥정하고 있는 애보트사의 행동에 전 세계 민중들은 더 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애보트사는 당장 태국의 강제실시를 인정하여 시장철수 계획을 철회하고 전 세계 에이즈 환자들에게 인하된 가격으로 칼레트라를 공급할 것을 요구한다.
태국 민중, 전 세계 민중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 행위를 당장 그만두지 않는다면 애보트사는 커다란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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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