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네트워커

고마운 선풍기

By 2003/11/12 10월 29th, 2016 No Comments

박석준의 컴퓨터 앞의 건강

박석준

기사식당은 꼭 운전기사가 아니라도 즐겨 찾는 사람이 많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음식이 맛있고 양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시가 많이 서있는 기사식당을 찾으면 크게 실패하는 일이 적다. 나도 특별히 아는 곳이 아니면 기사식당을 즐겨 찾는 사람 중의 한 명인데, 화장실에 선풍기를 설치해놓은 기사식당을 본 적이 있다. 선풍기를 본 순간 ‘아, 이 식당 주인은 참 여러 가지를 배려하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운전기사들은 늘 앉아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소화가 잘 안되고, 자세를 바르게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나 어깨, 목 등이 아프다. 그리고 또 문제가 되는 것은 땀이다. 특히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어놓는다고 해도 사타구니의 땀은 어쩔 수가 없다.
지속적인 컴퓨터 작업은 앉아 있다는 점에서는 운전기사와 별 다를 것 없는 작업 조건이다. 오래 앉아있으면 움직임이 적어서 당연히 비위(脾胃)와 장의 운동이 둔해진다. 또 단순 작업인 경우도 있지만, 프로그램을 만든다든지 해서 신경을 써야 할 경우가 많다. 골똘하게 생각을 오래 하면 비위의 기가 막힌다. 그러면 소화도 잘 되지 않지만 나중에는 식욕도 잃는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런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어떤 선비가 책 보기를 좋아하여 먹는 것을 잊었는데, 하루는 자주색 옷을 입은 사람이 앞에 나타나, "너무 골똘히 생각하지 말라. 생각만 계속하면 내가 죽는다”고 하였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나는 음식의 신(神)이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멈추자, 음식을 예전처럼 먹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오래 앉아 있으면 자세가 흐트러져 허리나 어깨가 아프기 쉽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발을 11자로 발끝이 정면을 향하도록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이 펴진다. 이는 운전을 할 때도 필요한 자세이며 또 걸을 때도 필요한 자세다. 걸을 때 발끝이 정면을 향하도록 버릇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걸음걸이도 바르게 된다. 발을 꼬고 앉는 자세는 가장 나쁘다. 마지막으로, 일정한 시간마다 땀을 말리는 것이 좋다. 아직 대부분의 화장실에는 선풍기가 없지만, 화장실의 선풍기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아이를 기를 때 여자는 하의를 입히고 남자는 아랫도리를 벗겨 키웠다. 이는 여자는 아래가 따뜻해야 하고 남자는 차야 하기 때문이다. 열성 질환을 앓았거나 정류고환처럼 고환이 몸 안에 머물러 있었거나, 아랫도리를 오랫동안 덥게 하면 불임이 되기 쉽다. 불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습진이 걸리기 쉽다.
그러나 사타구니에 땀이 많다고 파우더를 바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시적으로는 뽀송뽀송하게 느껴지지만 파우더와 땀, 각종 노폐물이 뒤섞여 오히려 피부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기분 전환도 할 겸 땀을 말리자. 앉아 있을 때는 발을 11자로 하고 때맞춰 땀을 말리자. 나는 지금 선풍기 쐬러 화장실 간다.

200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