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의견서

[보도자료]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By 2008/05/20 No Comments
오병일

보/도/자/료

수신 : 귀 언론사 사회부

발신 : 전국 19개 인권사회단체

일시 : 2008년 5월 20일(화)

제목 : <보도자료>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총24쪽)

문의 :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 010-3168-1864)

1. 각 언론사 관계자들께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정부는 최근 발생한 아동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사범에 대한 위치추적제도, 아동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 도입,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5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정부 또는 의원발의로 성폭력처별특별법 개정안,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개정안, 치료감호법 개정안 등을 다룹니다.

3. 우리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아동성폭력 관련 대책이 아동성폭력범죄에 대한 올바른 진단을 거쳐 나온 합리적 대책인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법안이 표방하고 있는 강력한 국가형벌권 추구와 감시의 강화가 아동성폭력범죄의 예방에 그다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범방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4. 아동 성폭력은 다른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적 질서와 왜곡된 성문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바꾸어 내야 근절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동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과 지역사회복지의 미비가 아동이 성폭력의 주요 표적이 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5. 이에 별첨과 같이 인권사회단체들의 의견서를 발표하오니 각 언론사 관계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취재바랍니다. 본 의견서는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도 전달될 예정입니다.

※별첨 :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아동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권사회단체 의견서

2008년 5월 20일

광 주인권운동센터,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자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새사회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레즈비언상담소,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전국 19개 인권사회단체)

1. 들어가며

2. 아동성폭력 관련 법제․개정 현황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

2) 성폭력사범에 대한 위치추적제도 시행 예정

3) 아동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 도입 추진

4)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화 추진

3. 각 정책에 대한 문제점 비판

1)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에 대하여

(1) 가중처벌정책은 효과적인 범죄예방수단인가?

① 위하적 일반예방 정책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정책이다.

② 위하적 가중처벌정책은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

③ 중형주의의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④ 중형주의의 강한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2) 형가중정책보다는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3) 적정한 양형을 담보하는 양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 정신성적 장애를 지닌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 도입의 문제점

(1) 편법적으로 보호감호제를 부활하는 것을 경계한다

(2) 치료감호제 도입의 문제점

①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② 치료의 자발성의 문제

③ 정책적 방향의 혼란 문제

④ 증폭되는 낙인효과

3)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장치의 도입에 대하여

(1) 감시체제의 본격적인 가동을 우려한다

(2) 성폭력범죄자위치추적장치법의 구체적인 문제점

① 전자팔찌는 범죄자의 교정교화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감시제도일 뿐이다

② 전자팔찌가 재범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③ 이중처벌이다

④ 전자발찌의 부작용

4)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추진에 대하여

(1) 개요

(2) 유전자 DB 구축의 문제점

① 국가 감시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② 유전자 DB의 확장 가능성

③ 보관된 DNA의 남용 가능성

④ 감식 결과의 오류 가능성

4. 정부가 추진하는 형벌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

1) 진정한 피해자보호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2) 위험감시정책의 강화로 인한 문제

3) 이분법적 접근의 위험성

5. 감시기술의 도입과 프라이버시권 침해 방지를 위한 원칙

6. 아동성폭력에 관한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며

1) 성폭력의 배경

2) 아동성폭력 근절의 대안

(1)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① 수사와 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

② 공소시효의 중지․배제

(2) 아동의 대처능력을 길러야 한다.

(3) 지역사회 공동체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4) 아동의 권리가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5) 가부장적 질서와 문화를 문제삼아야 한다

1. 들어가며

아 동성폭력범죄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극도의 공포와 불안, 대인기피증 등의 후유증을 남길 뿐만 아니라 그 부모가 받는 충격과 피해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하물며 사랑하는 아이가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라면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아마도 어린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도 우리 아이에게 그와 같은 불행이 닥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결코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아 동성폭력범죄는 우리 모두에게 분노를 안겨주었지만, 우리가 아동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논의할 때에는 감정적인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아동성폭력피해자가 그 피해의 상처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활기찬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그와 같은 흉포한 범죄를 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제도와 사회적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러나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아동성폭력 대책 관련 법안이 아동성폭력범죄에 대한 올바른 진단을 거쳐 나온 합리적 대책인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 정부의 아동성폭력 발생 원인에 대한 잘못된 현실 진단이 잘못된 법 개정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동 성폭력은 다른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적 질서와 왜곡된 성문화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를 바꾸어 내야 성폭력 근절 이 될 수 있다. 또한 아동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과 지역사회복지의 미비가 아동이 성폭력의 주요 표적이 되도록 만들고 있다.

따 라서 최근 내놓은 법안이 표방하고 있는 강력한 국가형벌권 추구는 아동성폭력범죄의 예방에 그다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동성폭력범죄 사건을 빌미로 하여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감시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본 의견서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성찰해 보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2. 아동성폭력 관련 법제․개정 현황

1)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안

○ 2008년 5월 8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다.

○ 13세미만의 여자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강간)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7년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

○ 13세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으로 유사성교행위를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7년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하고, 유사성교행위에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 제외)의 일부나 도구를 삽입하는 행위’를 추가함.

○ 13세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3년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이상 3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

○ 13세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강간, 유사성교행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상해를 가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무기 또는 7년이상의 징역으로 함.

○ 13세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강간, 유사성교행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살해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명확히 함.

○ 13세미만의 아동을 상대로 강간, 유사성교행위, 강제추행 등 성폭력범죄를 범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한 법정형을 무기 또는 10년이상의 징역으로 명확히 함.

2) 성폭력사범에 대한 위치추적제도 시행 예정

○ 2007년 4월 제정된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은 2008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의 아동성폭력범죄를 게기로 하여 2008년 4월 23일 박세환의원이 발의한 동법 개정안에 의하면 시행시기를 2008년 9월 1일로 앞당기고 전자발찌의 부착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부착대상

① 성폭력범죄로 2회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아 그 형기의 합계가 3년 이상인 자가 그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5년 이내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② 성폭력범죄를 수회 범하여 상습성이 인정된 때

③ 19세 미만의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④ 성폭력범죄로 부착명령을 받은 적이 있는 자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⑤ 심신상실자로서「형법」제1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벌할 수 없는 자가 징역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범한 때

○ 미성년 범죄자는 부착대상에서 제외함.

○ 전자팔찌의 부착방식 – 형의 집행이 만료되거나 가석방된 때로부터 5년 이내의 기간으로 법원이 전자팔찌의 부착기간을 정함.

3) 아동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 도입 추진

○ 2007년 11월 26일 정부는 「치료감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으며, 최근 일련의 아동성폭력사건을 계기로 하여 정부에서는 강력하게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 주요 내용

① 소아성기호증, 성적가학증 등 성적 성벽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로서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하여 형벌과 함께 치료감호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함.

② 정신성적 장애자의 치료감호시설 수용기간의 상한을 7년으로 함.

③ 치료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 형기 종료 또는 형면제 후 치료감호를 집행함(병과주의).

4)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화 추진

○ 2006년 8월 1일 정부는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법안은 국회제출 당시 정보인권 침해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아동성폭력사건을 계기로 정부에서 강력한 제정의지를 보이고 있다.

○ 주요 내용

① 살인, 방화, 강도, 강간, 체포․감금, 약취․유인, 폭처법상의 범죄단체조직죄, 특가법상의 보복범죄, 마약범죄 등 12개 범죄유형을 대상으로 유전자정보 채취

② 유전자정보는 12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의 유전자정보, 12개 범죄에 해당하는 피의자의 유전자정보, 그리고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유전자정보로 구분함.

③ 수형자에 대한 유전자정보의 채취는 법률로 강제되는 것이며, 피의자에 대한 유전자정보의 채취는 원칙적으로 영장에 의하되, 서면동의가 있는 경우 영장없이도 채취가 가능함. 피의자에 대한 유전자정보는 피의자가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법원 등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의 판결 등을 선고받은 때에 직권 또는 본인의 신청으로 삭제하도록 함.

3. 각 정책에 대한 문제점 비판

1)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에 대하여

우 리의 형벌정책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부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의례적으로 가중처벌의 입법을 그 대응책으로 내놓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과 유사성교행위를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고,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하고 있다. 또한 13세 미만에 대한 강간등상해․치상죄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하고, 강간등살해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간등치사죄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1) 가중처벌정책은 효과적인 범죄예방수단인가?

가 중처벌정책이 범죄예방에 기여한다는 명제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는다. 가중처벌정책의 강력한 형벌의 예고와 집행을 통하여 잠재적 범죄자의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식의 고전적 일반예방사상은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정책은 범죄자로 하여금 체포 등을 회피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살해하는 등 더욱 흉포한 범죄로 나아가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① 위하적 일반예방 정책은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정책이다.

먼 저 위하적 일반예방 정책의 정당성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형법의 수많은 가중처벌 규정들은 그 정당화논거를 찾는다면 기껏해야 일벌백계식 일반예방주의에 기초한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하여 형벌을 통하여 위협적 효과를 추구한다는 점이 위하일반예방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위하일반예방이 과연 우리가 형벌정책으로 추구해야 할 정당한 목표인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근 본적으로 위하일반예방에 입각한 중형주의 형벌정책은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 동안 학계에서 누누이 지적되어 왔듯이, ‘형벌을 통한 위협주기’라는 발상은 모든 국민을 협박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책일 뿐만 아니라 범죄자를 국가의 범죄통제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② 위하적 가중처벌정책은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

가 중처벌을 통한 형벌위협정책은 실제로는 범죄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국내외 학계의 정설이다. 외국의 실증연구에 의하면 “형사처벌에 관한 인식은 정상적인 시민의 태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어떠한 행위가 금지된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이미 행위동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형법규범의 도덕적 구속력”이 범죄예방에 있어서 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관습적으로 전수된 형법적 가치체계를 도덕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완화된 제재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결코 범죄행위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형벌위협정책은 규범에 대한 도덕적 구속력이 약한 일부 시민들에게서만 작용할 수 있을 뿐인데, 그나마도 형벌의 종류나 강도는 행위동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고 그보다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외국의 많은 조사결과에서 입증되고 있다.

사 정이 이러하다면 “엄중한” 형벌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생각은 근거가 전혀 없으며 다분히 과장된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추론이 가능하다. 즉 형벌의 일반예방 효과를 의도하는 한 보다 경한 제재수단을 채택하더라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민들의 준법행위를 유도하는데 중요한 것은 예고된 형벌의 “강도”가 아니라 특정한 규범이 형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벌의 일반예방적 기능에 있어서는 위협적 영향력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 형법규범이 가지고 있는 규범으로서의 구속력을 유지․강화한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형벌정책의 중점이 되어야 한다. 형량이 더 가혹하다고 하여 시민들이 해당 규범의 정당성을 더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주 지하다시피, 범죄예방은 가혹한 형벌로 단기간 내에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범죄예방은 근본적으로는 형벌권을 행사하는 국가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시민들 사이에서 공동체규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회적 메카니즘(교육, 복지제도 등)이 형벌제도와 함께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독재정권 하에서 가혹한 형가중의 형사특별법이 다수 제정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민주주의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 국가권력일수록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형벌과 같은 폭력적인 국가권력에 의존하는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과감하게 이러한 구태를 벗어버릴 시점이다.

③ 중형주의의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중 형주의에 입각하여 엄격하고 장기간의 징역형을 부과함으로써 범죄자를 장기간 사회적으로 격리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 대한 범죄예방효과는 거의 지니지 못하는 대신에 해당 범죄자의 재범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수형자 943명을 대상으로 하여 처벌의 범죄억제효과를 분석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범죄자라는 낙인효과를 크게 느낄수록, 그리고 교도소수감으로 인하여 사회적 긴장과 박탈감을 크게 느낄수록 향후 범죄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혹한 징역형에 의하여 장기간 수형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사람들은 장기격리의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는데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것이 재범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들어서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④ 중형주의의 강한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

사 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이 앞장서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여론에 부응한다는 명목으로 정치권은 쉽게 중형주의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중형주의 정책의 심각한 문제점 중의 하나는 범죄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순간마다 점점 더 엄중한 가중처벌정책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점이다.

그 러나 일반 시민들이 무조건적으로 엄중한 가중처벌을 요구한다는 생각은 허구적 이데올로기이다. 일부 언론의 부추김을 제외하고 과연 일반 시민들이 그렇게 가혹한 형벌정책을 일반적으로 지지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성폭력 근절이지만 일부 정치세력과 일부 언론은 범죄사건에 대해 근본적 대책을 내기보다 손쉬운 가혹한 형벌만이 유일한 답인양 정치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다.

(2) 형가중정책보다는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실제 “가혹한 형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이 아동성폭력범죄의 예방에 훨씬 더 기여할 수 있다. 아동성폭력을 비롯하여 성폭력범죄는 많은 경우에 아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피해자가 수치심 때문에 범죄사실을 외부에 드러내거나 신고 내지 고소를 하기를 주저할 것이라는 예상과 그에 대한 가해자의 경험이 범죄를 용이하게 하고 반복적인 범행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성폭력범죄의 예방에 있어서 친고죄의 폐지 및 피해자보호정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성폭력범죄를 보다 적극적으로 용기있게 신고․고소하도록 유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가 수사절차와 재판절차에서 소위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3) 적정한 양형을 담보하는 양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 부는 가중처벌 규정을 신설하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강간죄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제1심법원의 선고형량 통계를 보면, 고소취소 등을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된 경우를 제외하고 유죄판결이 선고된 사건 중 집행유예가 약 30% 정도이고 법정형인 ‘3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된 사건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그리고 성폭법 제8조의2(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강제추행죄)로 유죄판결된 사건 중 50% 정도는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이처럼 법정형에 비하여 실제 선고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 비단 성폭력범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 앞으로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어야 하며, 적정하고 엄중한 형량의 선고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그 러나 가중처벌규정의 도입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다. 적정한 형량을 확보하는 문제는 앞으로 양형기준제의 도입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작정 가중처벌규정을 도입한다면 법원으로서는 기존의 처벌례와의 형평을 맞추기 위하여 여러 가지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감경의 혜택을 주려고 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전체적으로 형벌규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그러면 또 이에 대해 가중처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오 히려 무분별한 형가중은 양형에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수 없도록 만드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의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간죄의 “7년 이상의 징역”은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의 선고가 불가능하게 되는데, 살인죄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의 선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양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정신성적 장애를 지닌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 도입의 문제점

(1) 편법적으로 보호감호제를 부활하는 것을 경계한다

소 위 ‘정신성적 장애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도는 현행 치료감호법 상 “심신장애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지만 ‘성적 성벽’으로 인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고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형벌과 함께 치료감호를 병과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치료감호제도는 심신장애나 약물중독이 재범위험성으로 연결되는 경우에 형벌보다 치료를 우선하도록 하는 시스템(대체주의)인데, 정신성적 장애자에 대해서 병과주의(형벌선집행)를 채택한 것은 치료감호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이미 폐지된 보호감호제도를 편법적으로 부활시키는 제도로서 그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는 치료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위험한 성폭력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하고자 하는 목적이 숨어 있는 제도로 보인다. 따라서 이 제도의 본질은 우리가 이중처벌이라는 반성에 입각하여 폐지하였던 보호감호제를 부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치료감호제 도입의 문제점

성 폭력범죄자, 특히 아동성폭력범죄자 중에는 소아성기호증 등 위험한 성향을 지닌 범죄자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위험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 가능하다면 치료적 처우방법을 동원함으로써 위험성을 제거 내지 감소시켜야 한다는 점에는 우리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문제는 국가 형벌권의 법치주의적 한계를 준수하면서 그 틀 안에서 위험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치료와 처우를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실질적으로 보호감호제의 부활이라는 성격을 지닌 성폭력범죄자 치료감호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①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정 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치료감호제는 형벌과 치료감호처분을 병과하고 대체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이중처벌의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가 형벌에 병과되는 보안처분에 대하여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미국의 연방대법원도 같은 논리로 합헌판결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수용치료처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 리가 과거 보호감호를 폐지한 것도 사실상의 이중처벌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하였지만,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과 보호감호의 이중평가의 문제, 그리고 실제 보호감호소의 집행현실이 교도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수용환경이 더 열악하여 사실상 보호감호가 징벌적 추가징역형으로 기능한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치 료감호소는 기본적으로 구금시설이며 거기에서 제공하는 치료프로그램은 교도소에서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수준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형벌과 함께 병과되는 치료감호처분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요건인 재범의 위험성이 한편으로는 양형 및 형종의 선택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치료감호처분의 결정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중평가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치료감호제는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더 구나 정신성적 장애자에 대한 치료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운영하기 위한 인력 및 사회적 인프라, 재정적 지원 등의 문제가 매우 열악한 수준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감호제도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제대로 된 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하기는 커녕 치료감호제도가 사실상의 구금연장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매우 농후하다.

② 치료의 자발성의 문제

치 료수용모델은 강제적 수용과 치료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수용자가 치료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는 한 실질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고 마지못해 – 일찍 출소하고자 – 응하는 치료가 성공을 거두기도 어렵다.

법 무부에서는 탄력적인 가종료․종료제도를 활용하여 대상자의 자발적 치료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그와 같은 논거라면 교도소의 행형과정에서 치료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이를 가석방 등의 혜택과 연계시키는 방안으로도 충분히 그 치료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징역형을 다 살고나서 치료감호소로 이동하여 또다시 구금생활을 하면서 그대서야 치료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의문이다.

③ 정책적 방향의 혼란 문제

정 부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성폭력범죄자 치료감호제는 동일한 범죄자에 대하여 형선고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처럼 취급하고 치료감호 선고에서는 무엇인가 인격적 혹은 행위통제능력의 결함이 있는 것처럼 취급하는 시스템인 바, 이는 형벌정책에 있어서 정책적 일관성을 갖지 못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④ 증폭되는 낙인효과

위 험한 성폭력범죄자를 대상으로 치료감호 전용시설을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장기적인 구상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치료감호처분을 부과하는 것 자체로 심각한 낙인효과를 동반하게 되어 성폭력범죄자의 출소 후 사회복귀 및 정상적인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낙인효과를 증폭시켜 범죄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저해하는 형벌정책은 형벌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정책으로 동의할 수 없다.

3)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장치의 도입에 대하여

(1) 감시체제의 본격적인 가동을 우려한다

“성 폭력범죄자위치추적장치법”에 의하면 2008년 10월부터 위치추적장치부착제도가 시행된다. 박세환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의하면 2008년 9월 1일부터 시행하자고 한다. 소위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성폭력범죄자에게 석방 후에 5년의 기간(박세환의원 개정안에 의하면 10년) 내에서 전자발찌를 채우고 위치추적으로 감시하는 것인 바, 실시간감시와 동시에 감시자료를 감시기간 내내 보관하여 해당 기간 동안 재범의 수사와 재판자료로 활용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우 선 우리보다 먼저 전자발찌를 사용하기 시작한 미국과 영국에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제도가 과연 재범방지에 효과적인가는 아직 제대로 검증된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전자발찌제도를 도입한 것은 정부가 성폭력범죄의 증가를 이유로 위험한 범죄자에 대한 감시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신호탄으로 보아야 한다. “위험성을 근거로 한 감시권력의 구축”, 이것이 전자발찌제도의 핵심이라고 우리는 인식한다. 세상에 위험한 범죄자가 어디 성폭력에만 있겠는가? 이러한 전자발찌제도는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성폭력범죄자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자에 대해서도 확대적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2) 성폭력범죄자위치추적장치법의 구체적인 문제점

① 전자팔찌는 범죄자의 교정교화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감시제도일 뿐이다

전 자발찌제도는 범죄자의 위치를 감시하는 제도로 그 자체로 범죄자의 교정효과가 있는 제도가 아니다.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면 그 동안에는 감시받는 점 때문에 심리적으로 재범을 자제하게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범죄자의 위험성이 교정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발찌를 찬다고 범죄자의 위험성이 교정되는 것이 아닌데, 5년 동안 전자팔찌를 채운다고 가정하면, 그 기간 동안은 범죄자에게 심리적 위하감을 줌으로써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면 이는 효과적인 범죄예방대책이라고 결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정치적인 상징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보인다.

성 폭력범죄자의 재범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성폭력범죄자의 위험성을 치료하고 교정할 수 있는 심리치료나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시행하는 일이다. 성폭력범죄자가 치료를 받아야 할 위험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면 국가는 그 위험성을 교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우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징역형 복역기간 동안에 이루어져야 하며,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하여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 보호관찰의 일환으로 실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쨋거나 현행 형사사법의 틀 내에서 위험성이 있는 범죄자에 대하여 적극적인 교정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훨씬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② 전자팔찌가 재범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 자발찌의 착용이 재범방지효과가 있다는 어떠한 이론적 근거도 없고, 외국에서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단순한 위치추적만으로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지를 알 수 없으며,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도 그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그가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어떤 장소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피해자가 신고나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실제 범죄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전 자발찌의 착용이 재범방지효과가 거의 없음에 비하여, 그것은 착용자에 대하여 심각한 인권침해를 동반하게 된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되면, 그 사람의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사생활의 전면적인 노출이 불가피하다. 언제 할지 모르는 재범 때문에, 또 할 지 안 할지도 모르는 재범의 위험성 때문에 그의 모든 사생활이 낱낱이 감시된다면 이것은 엄청난 인권침해의 결과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③ 이중처벌이다

전자발찌를 통한 감시는 그 자체로 형사제재의 일종이다. 징역형을 마친 범죄자에게 추가로 일정 기간 동안 전자발찌를 채우는 방식은 명백한 이중처벌이라고 보아야 한다.

④ 전자발찌의 부작용

전자발찌를 통한 24시간 전방위감시체계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노이로제, 신경쇠약 등 정신질환을 유발시킬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4)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추진에 대하여

(1) 개요

법 무부는 ‘아동 성폭력사범 엄단 및 재범방지 대책’ 중 하나로 ‘성폭력범죄자의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는,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을 명분으로 검찰의 숙원이었던 사업을 이루려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 법안인 ‘유전자감식정보의수집및관리에관한법률(안)’은 이미 지난 2006년 8월에 발의되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황인데(법사위 심사소위에서는 인권 침해를 우려하며 공청회를 실시하기로 하였으나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동 성폭력범죄 뿐만 아니라 방화, 살인 등 그 대상범죄의 범위가 훨씬 넓다.

유 전정보는 개인의 민감한 신체정보이고, 체액이나 머리카락 등 신체의 극히 일부분을 통해서도 개인을 식별・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 DB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입력당한 개인은 평생 국가 감시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며, 국가 감시 체제를 강화하는 도구이다. 또한, 이는 특정 범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유전자 DB의 구축은 처음에는 강력범을 대상으로 구축되지만, 향후 그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법안은 국민의 인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동 성폭력범죄에 대한 대책 수준에서 논의되어서는 안되며, 유전자 DB 구축의 필요성과 그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2) 유전자 DB 구축의 문제점

유 전자정보법은 개인의 유전자정보를 채취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면 효율적인 범죄수사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우리는 수사 과정에서 유전자 정보를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별적 상황에서 활용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경우 아래와 같은 문제점들이 예상된다.

① 국가 감시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유 전자 데이터베이스 찬성론자들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신원 정보를 분리 운영하고, 보안을 철저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유출의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설사 유전자 정보가 유출되어도 개인에게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별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라면, 왜 전 국민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제안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유 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위험한 진정한 이유는 유전자 정보의 유출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개인에 대한 국가 감시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유전자 정보가 개인에 대한 식별자 역할을 함으로써 사후에 그 개인을 식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자신의 유전정보를 국가에 압수당한 정보주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신의 행적을 언제든지 정부에 의해 추적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일평생 국가의 감시를 의식하면서 살 수밖에 없으며, 이는 그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빼앗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유하자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CCTV에 의해 녹화된다면, 설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에만 그 자료를 열람한다고 전제하더라도, 인간의 자율적인 삶이 가능하겠는가? 수사의 편의를 위해 한 사람의 사회적 생명을 빼앗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DB 를 구축해 운용하는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률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유전자 DB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은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해 논란이 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도 판사마다 입장 차이가 커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또 한, 유전자의 강제적 채취는 범죄의 재발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는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재범률이 높다는 것(물론 이 통계조차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이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유전자 정보는 사람마다 고유하고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유전적 상태까지 포함하고 있어 가족 모두의 프라이버시권이 침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② 유전자 DB의 확장 가능성

유 전자 DB는 일단 구축되고 나면 입력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 DB의 속성상 입력 대상의 확대와 효율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DB의 규모가 클수록, 검색 시 신원확인의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외 국의 범죄자 유전자은행의 설립 과정을 보더라도 처음에는 ‘사회적 정당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살인, 아동 성범죄 같은 흉악범에서 나중엔 사소한 절도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이 경우 경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이후 강력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높다는 논리가 동원된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 주의 경우, 시작단계에서는 입력 대상 범죄가 21개였지만 1999년에는 비폭력 범죄를 포함해 107개로 대폭 확대되었다. 일부 주에서는 미성년자, 교통법규 위반자들에 대한 유전자 채취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범죄자 유전자정보은행을 구축했던 영국 경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정보은행 구축을 제안하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04년 4월 통과된 법률에 따르면 모든 체포된 용의자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DNA를 채취할 수 있고,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유전정보와 잔여 DNA를 식별 가능하도록 영구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 DB와의 연동 가능성도 높다. 범죄자 유전자은행의 개인 식별정보가 신상 정보나 다른 신원확인용 유전자은행들과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가 소유한 다양한 개인 정보들을 연동, 통합하는 것을 법률로써 장려하고 있다. 미아찾기, 이산가족 찾기, 군대 등의 신원확인용 유전자정보은행이 서로 연동되고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이미 구축한 신상정보-주민등록이나 지문데이터베이스-와도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현재의 법률(안)이 스스로 확인해주고 있는데, DB 관할 문제로 서로 다툼을 벌이던 경찰과 검찰이 각각의 DB를 구축해 상호 연동하는 방식으로 합의한 것이나, 유전자 DB를 범죄자 확인 뿐만 아니라 변사자 확인 등 기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 구축하고 있는 ‘미아 유전자DB’의 경우에도, 미아에 머무르지 않고 정신지체장애인, 치매노인, 변사자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한번 구축된 DB는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애초의 구축 목적을 넘어,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③ 보관된 DNA의 남용 가능성

유 전자 은행을 찬성하는 일부 인사들은 유전자 감식에 사용하는 DNA부위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유전정보와 상관이 없고, 저장된 정보는 식별을 위한 정보이기에 다른 정보를 얻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신원확인에 사용되는 DNA 부위와 다른 정보의 분석에 이용되는 DNA부위가 서로 분리 돼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분석위치가 다를 뿐이다. 즉 마음만 먹으면 수거된 DNA에서 다양한 정보들을 추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 감식 기술에 사용되는 표식자(marker)는 원래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적 목적에서 개발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간게놈프로젝트 완성 후 개인의 염기다형성(SNP)에 대한 새로운 기능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료적, 상업적 가치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의료상의 정보를 나타낸다고 생각되지 않았던 특정 표식자들이 나중엔 의료정보를 제공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주의 법의학 연구소들은 건강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표식자를 구입하고 있다고 한다.

유 전자 정보은행이 구축되고 범죄자로부터 혈액 또는 타액샘플을 채취하게 된다면 다량의 DNA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남겨진 DNA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유전정보를 추출할 수 있고 이런 정보들은 신원확인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법률안에서는 감식 후 시료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용 위험성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폐기 여부에 대한 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④ 감식 결과의 오류 가능성

유 전자 감식 결과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감식 결과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분석에 사용한 방법, 실험 과정 및 해석, 검체의 특성 등에 의해서 차이가 날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여러 가지의 표식자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다양한 방법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동일인일 확률이 매우 높지만 어떤 경우에는 확률이 아주 낮거나 분석이 불가능 할 때도 있다. 게다가 개인마다 밝혀지지 않은 유전적 특이성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현장에서 수거한 샘플의 상태가 안 좋거나 양이 적어 분석이 제대로 이루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O. J 심슨 사건에서도 이런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미국 검찰은 유전자 감식 결과를 유력한 증거로 내세웠고 변호인단은 이것의 오류 가능성을 문제삼아 결국 무제 평결을 받은바 있다. 국내에서도 한 벤처기업이 실시한 유전자 감식의 오류로 인한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된 적이 있다. 또한 감식 결과를 판독하는데 있어 해석상의 편향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법의학자들은 의뢰인(수사기관)의 목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직업적인 유인을 가지며 이런 유인들은 그들의 과학적 공공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 미국의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는 범죄실험실에서 근무하는 법의학 기술자가 수년간 DNA기록들을 변조한 사건이 있었다. 주 대법원은 이 기술자가 증언한 130건의 사례들을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 9명이 무죄로 석방되었다. 기술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용의자가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 져야한다.

4. 정부가 추진하는 형벌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

1) 진정한 피해자보호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정 부는 아동성폭력에 관한 엄중한 형벌대책을 내놓으면서 한결같이 “피해자보호”를 위하여 강력한 응징적 형벌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댓가로 적정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범죄자에게 인권이 무슨 소용이 있어’라는 식의 마구잡이식 여론몰이와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자는 식의 감정적 대처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범죄인 아동성폭력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파 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절하게 응징함으로써,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일부 사람들은 일말의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것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길인가? 범죄자에게 가혹한 형벌의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진정 피해자보호의 방책인가에 대하여 우리는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자세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피 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가해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발상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발상이다.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잠재적인 피해자(잠재적 피해자란 결국 모든 시민을 말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가해자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아도 된다는 생각은 지극히 우려스러운 파시즘적 발상이다. 가해자의 인권과 피해자의 인권은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 다른 하나를 보호하는 관계로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졸 지에 범죄피해를 당한 시민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우리 사회는 피해자들이 겪는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함께 보듬어 안으며 그들을 위로해주고 더 나아가서 그들이 범죄피해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정상적인 시민으로서 활기찬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복지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이 피해자보호정책의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2) 위험감시정책의 강화로 인한 문제

최 근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보면 단순한 처벌강화를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감시권력을 강화한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위험한 범죄자”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하에 국가의 감시권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자발찌제도가 그러하고 유전자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정책이 또한 그러하다.

일 단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재범을 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하여 형벌 외의 추가적인 감시체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감시시스템은 범죄자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국가가 축적함으로써 전방위의 감시사회가 다가옴을 예고하고 있다.

사 람들은 사화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눈초리를 응시하면서 살아가지만, 국가의 감시체계는 감시기구를 통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집적하고 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시권력의 인권침해적 속성을 명확히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 가의 감시는 시민에 대한 복종과 강제의 전술이다. 감시받는다는 느낌만으로도 보통의 사람들은 행동거지를 조심하게 마련이지만, 감시는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감시를 통하여 축적된 정보는 누군가에 의하여 분석되고 분류․체계화될 것이다.

그 렇게 축적된 정보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소위 ‘인물’의 유형이 만들어지고 그 인물의 선호도와 위험도가 측정되며, 위험한 인물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감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현금자동인출기 앞에서는 모자를 푹 눌러쓰거나 짙은 선글라스를 끼지 마라’, ‘남의 아파트단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성거리지 마라’ 등의 말이 우리 사회의 도덕규범이 되어가는 시대이다. 그런 행동을 보이면 위험한 인물로 찍혀 순식간에 감시의 눈초리가 강화될 것이고 어느덧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감시권력의 속성이다.

이 렇게 볼 때, 국가가 개인의 유전자정보를 축적한다는 것은 어떤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이 포악한 성격을 지녔다거나, 강력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유전자형은 무엇이라는 식의 논의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감시권력의 속성은 분류를 통한 통제에 있다. 분류는 예측과 재단을 통하여 시민들에 대한 차별적 통제를 정당화하게 마련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붕괴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3) 이분법적 접근의 위험성

아 동성폭력에 관한 정부의 정책은 이를 성폭력의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아동”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날 낯선 성인이 나타나 스스로를 방어할 만한 능력이 없는 아동을 상대로 하여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과연 그러한가?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아동성폭력사건의 약 70% 이상이 아는 사람에 의하여 저질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성폭력은 우리 주변 사람의 문제이지 낯선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 실 성폭력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성에 관한 이중적 윤리가 만연한 결과 성폭력에 관한 관대한 문화, 성폭력의 기본범죄인 강간죄가 친고죄로 되어 있어 성폭력을 저질렀더라도 나중에 적당히 피해자와 합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피해자의 행실을 문제 삼는 사회적 시선과 판례 등의 사회적․문화적 여건 속에서 조장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 아동성폭력범죄도 비록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성폭력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비로소 올바른 아동성폭력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이처럼 성폭력을 조장하는 사회적 문화적 구조와 인식의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정 부의 아동성폭력대책은 오히려 일부 극단적인 아동성폭력범죄 사건을 이용하여 이분법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약한 아동”과 “파렴치한 성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동성폭력범죄자를 소아성기호증 등 정신적 이상을 지닌 “정신질환자”로 취급함으로써 “정상인”과 “위험한 정신장애자”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러나 이것은 아동성폭력에 관하여 시민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다수의 아동성폭력범죄가 아는 사람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고 청소년 또래에 의한 아동성폭력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성폭력범죄자는 마치 “특별한 정신이상을 가진 낯선 성인”이라는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근거로 하여 그처럼 위험한 정신적 장애가 있고 파렴치한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시키는 강성 형벌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 이는 성폭력에 관한 잘못된 사회적 이미지와 담론을 형성하게 되며, 지극히 위험한 일부 몇몇 성폭력범죄자만 제거하면 우리 아이들이 성폭력에서 안전한 세상에 살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이 러한 정책이 성폭력에 관한 올바른 인식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지적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분법적 도식이 소위 “위험한 범죄자”상을 사회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범죄자에 대하여 온각 수단을 동원하여 사회로부터 격리 내지 배제하는 강성정책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5. 감시기술의 도입과 프라이버시권 침해 방지를 위한 원칙

아 동 성폭력 범죄 등 강력 범죄를 예방하거나 신속한 수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전자발찌,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CCTV 등 첨단 기술의 도입이 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활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개인에 대한 식별이나 추적 등 감시를 용이하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감시 기술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감시 받는 대상에 대한 인권(프라이버시권) 침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CCTV의 경우 무차별적 대중을 대상으로 감시를 하고 있으며,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경우에도 단지 재범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범죄의 용의자나 수형자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 근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개인정보 침해 혹은 프라이버시권 침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서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이해는 높지 않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같이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내게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실제로 야기할 때에야 비로소 인권침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프라이버시권 침해는 내 개인정보가 내 의사와 무관하게 수집되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비록 유출되지 않더라도 한번 수집된 정보는 관리, 운영자에 의해 남용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CTV를 모니터링하는 경찰관이 개인적 호기심으로 CCTV를 이용한다든지, 기업에서 수집된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목적으로 타 업체에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보 주체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집된 개인정보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오용되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살 수밖에 없다. 이는 감시를 내면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삶 자체를 제약하기 때문에, 비록 직접적인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물 론 프라이버시권 역시 다른 공공적 목적을 위해 일정하게 (물론 법률에 근거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감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범죄 예방이나 수사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시민의 안전이라는 또 다른 공익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시 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 몇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있다.

첫 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법들이 우선적으로 강구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감시 기술들은 ‘최후적으로, 그리고 최소한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공공기관의 CCTV 등 무인단속장비의 설치․운영 관련 정책 권고’에서 “범죄예방과 범죄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원칙적이고 일반적인 조처들이 검토되고 강구된 후, 그러한 조처들로도 범죄예방과 수사라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동원되는 보충적 수단이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동 성폭력 예방이나 수사를 위한 감시 기술의 도입 이전에, 예를 들어 성폭력 사건 전담 수사관 제도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가해자의 처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상의 개선 방안은 있는지, 가해자에 대한 재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와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권 침해를 야기하지 않고도 성폭력 예방이나 가해자 처벌을 위한 다른 방안이 있고, 아직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인권 침해를 야기할 감시 기술의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다.

둘 째,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의 권력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적 감시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비록 법에 규정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CCTV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등 감시 기술들을 남용하지 않도록 어떻게 통제할 수 있나? 최근 거대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남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단지 관련된 법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관련 법이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보유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법적 기준에 합당하게 수집, 보존,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감시, 감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정보주체 개인이 감시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민간과 공공영역에서 개인정보 운용을 감시, 감독할 사회적 감시체제, 즉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나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셋 째, 설사 감시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에 근거해야 하며,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법에서는 국제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을 준수하는 내용-예를 들어 목적 외 사용의 엄격한 금지, 최소한의 정보 수집, 보존된 정보의 엄격한 관리 등-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6. 아동성폭력에 관한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며

아 동성폭력 대책에 대한 논의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첫째는 성폭력이나 아동성폭력에 대하여 언론에 보도된 일부 극단적인 사건을 통하여 “편중된 이미지”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성폭력범죄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범죄의 동기나 원인도 다양하고 연령층, 재범위험성, 교화가능성 등도 매우 다양하다. 성폭력에 대한 대책논의에서는 이러한 넓은 스펙트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엄한 처벌의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 중형주의 정책이 타당했다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범죄의 지속적인 증가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셋째, 피해자의 보호와 범죄자의 인권을 대립시키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 양자는 서로를 잠식하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하여 아동성폭력에 대한 정책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속도는 더디더라도 근본적인 정책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1) 성폭력의 배경

성 폭력 근절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에 대한 강간 정도로 협소하게 이해되는 성폭력의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 현행 법제도가 근절하려는 성폭력은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적인(sexual) 폭력’으로 국한되며 개인의 성적 욕망과 성적 자율성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침해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때 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성적인 것에 가해진 폭력에 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인정될 때만 정당화된다. 성폭력을 가해자-피해자 개개인의 권리충돌의 문제로 왜소화시켜 그 책임을 범죄 성향을 가진 가해자에게 둘 뿐이다. 하지만 이런 협소한 이해는 성폭력의 구조적 차원을 시야에서 소실시켜 버림으로써 우리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성 별간 권력이 불평등한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언제나 타인의 몸을 향유할 수 있거나 향유해야 하는 주체로서 길러지며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한 채 폭력을 습득하게 된다. 가부장적 사회구조,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을 비롯한 약자의 몸은 대상화되어 언제든 여성의 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로 권력적인 지위를 가진 남성․성인에 의해 탈취될 수 있는 것으로 대상화되어 있기에 성폭력은 항상적이고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 실제 성폭력은 사회질서에서 권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집단에 속한 남성, 성인에 의해 그 집단에 속하지 않은 집단인 여성, 아동 등에게 신체적, 심리적, 문화적인 폭력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는 성폭력 사건이 비정상적인 낯선 사람이 아닌 주변의 아는 사람에 의해 자행되는 사건이 80%라는 현실에서도 증명된다.

성 폭력은 강간뿐 아니라 성별간 권력의 차이에 기반을 둔 (여)성에 대한 폭력 전체로 확장해서 이해해야 한다. 1993년 유엔에서 채택한 여성폭력철폐선언 1조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 성적 심리적 해악과 여성에게 고통을 주거나 위협하는 강제와 자유의 일방적 박탈 등 성별제도에 기초한 모든 폭력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성 폭력에 대한 인식의 확장은 성폭력에 관대한 경찰 수사와 검찰의 기소, 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형량을 따지는 접근방식은 유죄로 인정된 소수 사건의 경우일 뿐이다. 아예 수사단계에서부터 인정되지 않는 수많은 성폭력 피해는 형량의 문제와는 별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들이 아예 성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폭력 관련 범죄의 형량을 높이는 정책으로는 성폭력이 근절될 수 없다.

2) 아동성폭력 근절의 대안

(1) “처벌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① 수사와 재판과정에서의 2차 피해 방지

성 폭력 피해가 아예 신고조차 되지 않는 배경에는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과 함께 성폭력피해자에게 사회적으로 강제되는 수치심이 있다.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피해자들은 “신고해야 달라질 것이 없다”, “경찰, 검찰, 판사가 나를 믿어줄 것 같지 않다”, “수사․재판절차가 괴롭다”고 토로한다. 이런 판단의 바탕에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되는 2차 피해가 있다.

성 폭력 피해 아동의 경우도 진술 능력이 인정되지 않고, 반복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진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위해 아동의 진술 녹화제가 의무화 되어 있지만 경찰 수사 이후 법원에서 다시 진술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또한 아동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성인에게 들이대는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여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② 공소시효의 중지․배제

성 폭력에 대한 공소시효는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 5년, 강간 및 강제 추행죄는 7년,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ㆍ추행 7년, 강간 등에 의한 상해 치사상죄 10년 등 5-10년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아동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어린 나이에 성폭력에 노출돼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늦고, 자책감 등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공소시효 내 가해자에 대한 처벌 절차에 착수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아동성폭력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의 중지․배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아동의 대처능력을 길러야 한다.

안 전의 마지막 힘은 아동에게서 나온다. 아동의 안전을 위해 아동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통보받는 시스템 등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범죄를 예방하거나 아동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아동의 위치를 파악하는 GPS와 매 시간 문자통보가 불안한 마음을 달래어 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범죄발생 상황에서 아이의 안전을 확보할 수는 없다. 불가피한 폭력상황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설령 아이를 ‘꼬드기는’ 범죄 상황이라도 최종적으로 범죄자에 저항하는 것은 위치추적 장치가 아니라 범죄와 직면하는 당사자의 힘이다. 따라서 아동의 대처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절실하다.

일 례로 언론 등에서 실시한 모의 ‘아동 유괴’실험(KBS 추적60분 2008년3월5일, 스쿨존이 위험하다<2편>실험보고,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과 전문가들의 의견에서 보듯, 범죄발생 현장에서 아동 스스로의 판단과 주장이 큰 힘이 된다. 자기의사표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아동, 경험적으로 상황파악이 가능한 아동이 안전했던 결과는 아동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대안을 찾아야 할지 보여준다. 또 핸드폰을 찍어 신고하는 아이들의 도움과 적극적 대응이 아동 유괴를 미수로 만든 사례들에서 보듯, 작지만 모여진 연대방어의 힘이 드러난다. 아동 한명의 힘을 키우는 것뿐 아니라 작은 힘이라도 함께 연대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 근 가정과 일부 학교에서 이러한 면에서 아동의 상황분별과 표현을 돕고, 대처방법을 찾는 교육을 확대하는 긍정적 모습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학교 성교육 지침을 철회하고 각시도별, 학교에 일임 하는 등 학교자율화 조치로 역행하고 있어 우려스러울 뿐이다. 성교육을 포함한 인권교육으로 아동의 권한을 강화 시키고 공동체성과 연대의식 높여야할 정부가 오히려 공동체 해체를 주도하는 자율화조치에 아이들을 내맡기고 있다. ‘알아서 살아남기’와 같은 경쟁의 문화는 비단 성적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태도와 습관은 문화를 이루고 삶을 구성한다. 함께 살기, 서로 돌보기를 외면하고 포기한다면, 길을 가다 만나는 낯선 위험한 사람 앞에서도 경쟁의 심리는 마찬가지로 작동될 수밖에 없다. 오늘은 다행히도 안전하고 내일은 늘 불안한 사회가 아니라 함께 언제나 안전한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3) 지역사회 공동체의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아 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속에 CCTV 설치와 스쿨폴리스의 증원, 사설 경비를 통한 등하교 등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때로는 형편에 따라 아동의 안전을 위해 이러저러한 방법을 간구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어떤 조치도 아동의 완전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정상 혼자 등하교를 해야 하는 아동, 2㎞ 논길에 CCTV를 설치할 수 없는 시골길, 방과 후 혼자 있는 아동 등 보다 안전하지 못한 조건의 아동은 더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게 다가 최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다수 학생들이 관련된 성폭행사건은 그간의 조치들, 즉 ‘범죄자 일지 모르는 낯선 사람’을 막기 위한 방법들이 과연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도록 한다. 대구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은 보호해야할 아이들 중에서 가해자가 발생한 안타깝고도 충격적인 사건이다. 위험하고 낯선 사람의 접근을 막고 감시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안전지대를 만들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아 동의 안전은 사회가 함께 돌보아야 한다. 한 명의 아동 주변에 쌓는 높은 울타리가 아니라 아이들 전체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모색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만드는 보호와 안전장치보다 아동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과 후 돌봄’, ‘등하교지원’ 등 지역공동체의 전반적인 활동이 강구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감시와 통제로 범죄가 피해가도록 할 것이 아니라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 내부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이다. 현재 이곳을 피해간 범죄가 다른 어느 곳에서 발생하는 것은 결코 범죄 예방이라 할 수 없다. 특히 가해자 처벌강화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일련의 정부 방침은 보살핌이 필요한 아동을 위한 공적환경 조성과 같은 문제를 뒷전으로 만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4) 아동의 권리가 존중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아 이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 ‘안전한 아동’은 없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존중받지 못한 사람들의 사회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러한 사회에서 아동은 더욱 약자이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학교에서도 한 번도 관심과 인정을 받아 본 적이 없고, 무시당하고 자긍심을 느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면 이 사회가 어떻게 보일지는 자명하다. 또 다른 사람과 정서를 나누는 방법을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한 소외된 삶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겠는가? 과거 사회를 경악케 한 범죄의 사례들이 보여주듯 아동기의 정서적 물리적 환경은 더없이 중요하다. 아동을 존중하는 환경과 정서적 물리적 조건은 비단 특별한 상황에 처한 아동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는 일상적 사회 풍토로 자리 잡아야 한다. 폭력에 무감한 일상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을 습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동이 처한 부정적 환경을 단지 개인의 문제로 방치하거나, 어린 시절로 유보할 때 결국 다른 아동을 위협하는 범죄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 동이 겪는 수많은 폭력에 민감하고 단호한 사회적 태도가 ‘존중받는 아동’의 시작이다. 교실에서, 가정에서, 거리에서, 아동에 대한 일상적 폭력에 눈을 감는 사회에서 끔직한 아동 범죄를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일관된 사회가 아이를 안전하게 건강하게 성장하는 환경이다.

(5) 가부장적 질서와 문화를 문제삼아야 한다

가 부장적 질서, 잘못된 성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성폭력의 위험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최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광범위한 성폭력 발생은 타인의 몸을 대상화하고 탈취할 수 있다고 부추기는 남성중심의 잘못된 성문화 속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수많은 어린 가해자들은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있다. 아동성폭력 또한 가부장적 질서와 문화 속에서 발생하고 확장되고 있다. 따라서 성폭력 해결과 예방을 위해서는 가부장적 질서를 강화하고 온존시키는 관행을 바꾸고 반성폭력 교육을 확산해야 한다. 왜곡된 성인식으로는 아동성폭력은 물론 성폭력을 막을 수 없다.

(끝)

2008-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