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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이 인권침해인 15가지 이유

By 2007/11/1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김승욱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이 인권침해인 15가지 이유

‘생체여권/전자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하는 여권법 개정안이 11월 20일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외교통상부는 본인확인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권에 지문을 수록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2009년부터 유럽연합(EU)이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기 때문에, 이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여권에 담기는 지문은 여권의 유효기간인 10년 동안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의 천진난만함이 좀 당황스럽지만, 그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지문을 통한 본인확인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미국/일본의 경우 입국심사 시 지문을 채취하고 있지만, 이는 테러리스트 명단과 비교해보기 위한 신원조회(identification) 용도이고 외교통상부가 말하는 본인확인(verification) 목적이 아니다.

○ 지문은 여권에서 필수가 아니라 옵션일 뿐이다. 지문에 적용되는 보안기술 EAC(Extended Access Control)에 따라, 한국이 허가한 특정 국가의 출입국관리 당국의 판독기만 한국이 발행한 전자여권에 수록된 지문정보를 읽어볼 수 있다. 즉, 대다수의 경우 지문을 제외한 상태로의 여권이 여권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 한국 여권에서 지문을 읽을 수 있도록 한국이 허가한 특정 국가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전자여권 추진사업단에 확인해 본 결과, 어떤 국가를 허가할 것인지, 아무런 계획도 없다고 한다. 단, 상호주의에 의해서 허가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로서 상호주의 적용 가능한 국가는 없다.

○ 한국이 허가하는 특정 국가가 어디가 되든지 간에, 그 국가는 지문인식이 가능한 한국인 전용 출입국심사대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떤 국가가 이런 필요성을 느낀단 말인가? 또한 출입국심사에서 한국인들만 지문을 찍고, 다른 국가의 여행자들은 지문을 찍지 않는 차별적 출입국심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 말레이시아/싱가폴/태국이 현재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고 있지만, 각 개인의 여권에 전자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지문이 자국 밖에서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 말레이시아 여권은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표준도 아니다.

유럽연합(EU)의 여권에서 지문은 유럽연합 회원국끼리만 접근 가능한 유럽연합 내국용이다. 즉, 한국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유럽연합이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은 사실상 국경이 없어진 유럽통합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기인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여권이 유럽연합 통합신분증으로 기능한다.

<유럽연합과 한국의 지문수록 논의비교>

구분 유럽연합 한국
1978 유럽 통합여권 발급 합의  
1985 센겐 협정 체결(국경 통합)  
2003 회원국간 생체정보를 이용/공유하는 방안 논의 시작  
2004 여권에 지문수록 및 통합데이터베이스 구축 확정  
2006 여권 기술표준 확정(지문인증 등) 생체여권 도입추진 시작
2009 지문수록 생체여권 도입시작 – 일단 지문수록: 사용가능국은 없음
– 지문정보 공유 협약 없음
– 위 협약 마스터플랜 없음
– 통합데이터베이스 없음
– 지문정보에 대한 상호주의 적용으로 협약체결가능국은 유럽연합으로 한정(EAC적용국)
– 유럽연합 통합논의에 한국을 포함시켜줄 가능성 없음
2019 지문수록 생체여권 도입완료
– 지문정보는 유럽연합 회원국들끼리만 접근 가능한 내국용
– 단수여권은 생체여권 해당 없음
– 개인에게 여권에 담기는 개인정보 수정/삭제 청구권 보장

○ 유럽연합이 자국 내의 필요성에 의해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고 유럽 국가들끼리만 지문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는데, 거기에 유럽연합 비회원국 중 유독 한국만을 끼워줄 필요성을 느낄 리 없다. 그러기 위해선 유럽연합 법 개정이 필요하다.

○ 또한 유럽연합이 자국민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미국과의 여행자정보공유 협정을 거부하고 있음을 볼 때, 유럽인들의 지문정보를 한국에 내어주는 지문정보 공유협정을 맺어줄 가능성은 없다. 그런 협정을 맺는다면 유럽시민들만 한국에 입국할 때 지문날인을 강요받는 차별을 당하게 된다.

○ 유럽연합과 지문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맺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유럽연합은 지문을 사용한 데이터베이스들을 가지고 있고, 여권에 수록된 지문을 유럽 내에서의 신원조회(identification)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에 한국은 지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지 않을 계획이다. 따라서 교환도 불가능하다.

ICAO 생체여권 표준은 지문이 아닌 얼굴을 표준 생체정보로 정해놓고 있다. 지문은 유럽연합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도 있는 옵션일 뿐이다. ICAO는 이 결정이 5년 동안의 연구결과라 밝히고 있으며, 11가지가 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 미국/일본 등 대다수 국가는 여권에 지문을 수록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여권을 도입한 36개국 중 33개국은 현재 지문을 수록하고 있지 않다.

○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조건 어디에도 여권에 지문을 수록해야 한다는 요구는 없다.

○ 외교통상부가 지문수록의 근거로 들고 있는 자동 출입국심사대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생체여권을 통한 인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여권을 출입국심사대에 사용하기 위해서 여권의 특정부분(MRZ)을 OCR 판독기로 스캔하거나, 여권에 적혀있는 특정문자들을 키보드를 통해 입력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 나아가 일국의 출입국심사를 셀프서비스로 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출입국심사 과정에서의 인터뷰는 물론, 전체 과정을 엄격하게 하게 있으며, 그것을 자동화할 계획은 없음을 밝힌 바 있다.

○ 현 정부는 2003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그동안 1년 이상 거주목적 입국외국인에 대하여 일괄적으로 시행해왔던 지문날인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입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적인 지문날인제도를 인권침해행위로 인정하며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하여” 출입국관리법에서 지문날인조항을 삭제했다.

여권에 지문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수록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기본권의 제한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은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목적대로 기능할 수 없다. 한국이 본인확인을 잘 하고 싶다고 아무리 많은 생체정보를 수록한다 하더라도, 정작 본인확인을 해 줄 다른 국가들이 생각도 않고 있는데, 어떻게 본인확인의 신뢰성이 올라갈 수 있겠는가? 당장, 한국도 출입국심사에서 지문날인을 시작할 수 있는가? 시작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인가? 유럽시민들 중 지문을 담은 여권을 지니고 있는 일부 여행자들만 지문을 찍고, 미국/일본 등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은 지문을 찍지 않는 식으로 차별적 출입국심사가 진행된단 말인가? 물론, 유럽이 이것을 허락할 리 없다.

여권에 지문을 수록하는 것은 인권침해이고, 위헌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38개 인권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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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8